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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 처리 시스템] 그 많은 똥들은 다 어디로 갈까?

OH MY POOP!

인간은 하루에 약 200g 이상의 대소변을 배출한다. 캔커피 1병 정도의 양이다. 얼핏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변기에 앉아 내리는 물의 양까지 고려한다면 전체 분량은 실로 엄청나다. 이 많은 양의 대소변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박소란 기자 psr@sed.co.kr




가정에서 배출되는 하수는 크게 화장실 오수와 주방, 욕실 등에서 나오는 생활 잡배수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오수의 비중은 약 30% 이상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배출된 하수는 하수관을 통해 전문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이 곳에서 나름의 처리를 거친 다음, 하천으로 방류되는 것. 이 물은 우리의 소중한 식수로도 사용된다.

시골의 경우 일부 가정에 개별 하수처리시설을 갖춘 예가 있기는 하다. 이곳에서 처리·배출된 물은 근처 하천으로 흘러가 유수(流水)를 정상적으로 유지해주는 일종의 유지 용수 역할을 하지만 시설 내 미생물 등의 관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출한 대부분의 오수와 하수를 관리하는 하수처리장에서는 어떤 처리과정을 거쳐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일까. 지난 30년간 생활하수 및 축산폐수 처리 방법을 연구하며 '똥박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한국과학기술 연구원(KIST) 물연구센터 박완철 박사(책임연구원)는 "오수, 하수, 폐수 모두 생물학적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처리의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하수 처리의 진화
하수 처리 방식은 시대별로 크게 세 번의 진화를 겪었다. 먼저 1980년대까지는 '1차 처리' 방식이 이용됐다. 혐기성 미생물을 활용, 물리적으로 오염물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오니(汚泥) 등의 침전물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그 외의 액체는 하천으로 방류한다. 남은 찌꺼기는 최종적으로 매립 처분되지만 최근에는 이를 부식시켜 비료로 유용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1차 처리 방식은 다소 원시적이지만 처리 과정이 단순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게 장점이다. 박 박사는 "30여년 전만 해도 인구수가 적고 오수의 오염도가 낮아 1차 처리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수는 '2차 처리'됐다. 이는 혐기성 미생물 대신 호기성 미생물을 통해 오염물을 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하수에 산소를 주입해 호기성 미생물을 증식시켜 정수한 뒤 1차 처리와 마찬가지로 가라앉은 찌꺼기는 제거하고 위의 상용수는 방류하는 식이다. 호기성 미생물 활용법 중 대표적인 것이 '활성 오니법(활성 슬러지법)'이다.



오늘날 하천에 방류되는 오수의 오염도는 BOD 10ppm, 질소 20ppm, 인 2ppm 이하다.

2차 처리는 혐기성 미생물보다 오염물 분해도가 높은 호기성 미생물 덕분에 처리된 물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BOD는 미생물이 일정 기간 동안 물속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량으로, 수질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단, 2차 처리도 수중에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부영양화(富營養化)의 핵심 원인 물질인 인(P)까지는 잡지 못했다.

그리고 약 5년 전부터 지금까지 '3차 처리' 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혐기성 미생물과 호기성 미생물을 함께 활용하는 3차 처리는 BOD는 물론 질소, 인 등의 부영양화 유발 유기 물질을 모조리 잡아낸다. 하천 오염의 가능성을 면밀히 차단하는 것이다. 박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90% 이상의 하수처리장에서 이 같은 3차 처리 방식이 이용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나머지 처리장들도 3차 처리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런 고도의 처리 방식 덕분에 오늘날 하천에 방류되는 오수의 오염도는 BOD 10ppm, 질소 20ppm, 인 2ppm 이하라는 범 방류 수질 기준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그런데 이 정도가 어느 정도나 맑은 물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 박사는 "하천이나 저수지 생태에 전혀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마셔도 될 정도는 아닙니다. 하천 내의 자체 정화 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된 후에는 무관하겠지만요." 바실러스 (Bacillus) 막대모양으로 생긴 바실러스균은 포자를 만드는 호기성 미생물이다. 크게 병원성과 비병원성으로 나뉘는데 한센병, 탄저병, 나병균이 병원성이고 청국장 등의 유산균은 비병원성에 속한다.

이런 바실러스균은 40〜45℃에서 잘 자라며 발암물질을 감소시키고 유해물질을 흡착, 몸 밖으로 배설시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볏짚에 많이 들어 있는데, 청국장을 띄울 때 콩 사이사이에 볏짚을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실러스 (Bacillus)






막대모양으로 생긴 바실러스균은 포자를 만드는 호기성 미생물이다. 크게 병원성과 비병원성으로 나뉘는데 한센병, 탄저병, 나병균이 병원성이고 청국장 등의 유산균은 비병원성에 속한다. 이런 바실러스균은 40〜45℃에서 잘 자라며 발암물질을 감소시키고 유해물질을 흡착, 몸 밖으로 배설시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볏짚에 많이 들어 있는데, 청국장을 띄울 때 콩 사이사이에 볏짚을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국장 균의 숨은 능력
하수 처리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박 박사는 3차 처리 과정 중 미생물의 활성화를 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완성, 최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법의 핵심은 토종 청국장균의 하나로 잘 알려진 바실러스(Bacillus)균. 기존의 미생물은 영하 70℃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바실러스균은 영하의 온도에서 먹이가 떨어지면 포자(spore) 상태로 변한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 따뜻해지면 다시 활성화된다. 먹이 활동이 어려운 겨울에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죽은 듯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실러스균은 수백 년 동안이라도 휴면상태로 생존해 있을 수 있다. 또한 한번 증식을 재개하면 한풀이를 하듯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를 늘려간다.

"바실러스는 주로 부엽토에서 살아가며 낙엽을 분해시키는 미생물이에요. 섬유질을 지니고 있어 분해가 쉽지 않은 낙엽을 분해시킨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분해력이 굉장히 높죠. 그러니 독한 분뇨를 분해하는 임무에 으뜸이라 할 수 있어요. 특히 화학약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완전히 환경친화적인 기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 균에게는 오염물이 맛있는 먹이다.




전국 하수처리시설 및 처리용량







환경부가 지난해 발행한 '하수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총인구 중 하수 및 폐수처리시설을 통해 처리되는 비율(하수처리시설보급률)은 89.4%다. 전국에 가동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은 하루 처리량 500㎥ 이상의 규모가 438개소로 총 시설용량은 일일 2,475만3,610㎥이며 500㎥ 미만 규모는 2,332개소로 시설용량은 17만1,4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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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사는 "인분은 물론 축산 분뇨에도 적용해 본 결과, 방류수 기준으로 기존의 3차 처리와 비교해 20~30%의 분해력 상승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바실러스균은 또 인의 제거에 상대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염분이 많아 일반 미생물로는 처리가 어려운 음식물쓰레기 침출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바실러스균만의 독특한 강점은 더 있다. 바로 뛰어난 탈취효과다. 특유의 성질 때문에 분뇨에 이 균을 넣어 처리하면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서울 난지 하수처리장에서도 지난해부터 오염물의 냄새 제거를 주 목적으로 이 균을 사용 중이다. 박 박사는 "현장실험 결과, 존 대비 탈취효과가 30~40%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것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에 의한 효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박 박사는 수만 종의 바실러스균 중에서 오·폐수 정화력이 높은 10여종의 균을 찾아 실험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등산을 좋아하는 박 박사가 직접 산에서 흙을 채집 하며 불철주야 씨름한 끝에 엄선된 정수(精髓)다.


친환경적 방식 고수해야
물론 꽁꽁 언 상태로 보관하는 바실러스균 종자를 그대로 하수에 투입할 수는 없다. 박 박사가 고안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들을 건조시켜 고형화된 덩어리로 만드는 것.

이 덩어리를 분뇨나 하수에 투입, 서서히 용해시키는 시스템이다. 이때 포자 상태에 있던 미생물이 완전히 용해되는 데는 약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투입량은 정화해야 할 대상이 분뇨인지, 하수인지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오염물의 농도가 높을수록 많은 양이 필요하고 농도가 낮으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4,500톤의 인분을 처리하는 난지 하수처리장의 경우 하루 500㎏의 고형 바실러스균 덩어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생물을 대량 증식하는 이 같은 방식의 하수 처리 기법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현재 서울 난지하수처리장을 비롯해 경남 합천 축산폐수처리장, 경북 상주 분뇨처리장 등 전국 80여곳의 하수 및 분뇨처리장에 보급된 상태다.

한편 최근 하수 처리 문제와 관련된 최대 이슈는 단연 4 대강 총인(Total Phosphorus) 처리시설의 집행과 관련된 총인 기준의 강화다. 현재 방류 수질 기준상 인은 2ppm 이하로 명시돼 있는데 이것을 0.05ppm 이하로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한 박 박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이 정도는 생물학적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화학 약품을 써서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죠.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앞으로 우리의 대소변은 더욱 더 발전된 형태의 친환경 적 기법으로 처리될 것이다. 박 박사를 비롯한 전 세계 많은 학자들이 이를 위해 지금도 똥을 주무르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BOD와 인, 질소의 농도를 극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인분의 오염도






우리가 배설하는 생분은 오염도가 매우 높다. BOD가 무려 2만ppm에 이른다. 인분이라고 다 같은 인분이 아니며 주인의 식습관 등에 따라 여러 상태가 있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래봐야 오십보백보다.

단 인분은 축산 분뇨에 비해서는 오염도가 다소 낮다. 축산 분뇨의 BOD는 대략 2~3만ppm. 소똥이 2만ppm으로 인분과 비슷한 수준이며 오염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돼지 똥은 6만ppm이나 된다. 초식동물인 소와 달리 돼지는 잡식성인 탓이다.

그리고 일반 오수는 200ppm, 음식물쓰레기 침출수는 그보다 100배 이상 높은 2~3만ppm에 달한다.



INTERVIEW
KIST 물연구센터 박완철 책임연구원
"'똥박사'로 지낸 30년, 참 재밌고 즐거웠다"



박완철 박사를 만난 것은 지난 11월 14일. 공교롭게도 그는 그날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토종 미생물로 분뇨를 정화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공로를 또 한번 인정받았다.

Q. 수상소감 한 말씀.
전문성 있는 과학기자들이 준 상이니만큼 각별하게 생각한다. 30년간 해온 일들을 공정히 평가해서 준 상으로 믿는다. 감사하다. (박 박사는 그동안 '젊은 과학자상',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상', '대산농촌문화상' 등 권위 있는 상을 두루 수상한 바 있다.)

Q. 30년간 한 분야에 올인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운이 좋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그런 면에서 KIST에 고맙다.
애초에 다른 연구자들이 지저분하다고 기피했던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농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농촌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분뇨에 대한 거부감도 적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참 재밌고 즐거웠다. 특정 지역의 몇 만명이나 되는 인구가 내가 개발한 기술로 인해 삶이 편리하고 윤택해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 그렇게 신날 수 없었다.

Q. 그래도 분뇨를 다루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초창기 몇몇 연구자들은 생분을 이용한 실험이 어려워 합성분뇨만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줄곧 현장에서 직접 생분을 공수해 실험해 왔다. 아무래도 합성분뇨로 한 실험은 현장에서의 재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생분에 대해 100% 거부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저 이 연구를 내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여긴 이상 그 정도의 거부감은 견딜 만했다. 더 폼나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논문이나 쓰면서 고상하게 살지 않았을까. (웃음)

Q. 30년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생분 냄새를 참기 힘들었다거나 생분을 집에 들고 갔다가 거실에 쏟아 낭패를 봤다거나 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내 연구에서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어려움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되돌아보면 워낙 이곳저곳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던 점, 그래서 가족들과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정년이 이제 5년 정도 남았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계속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 기술이 더욱 활발히 실용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 분야는 응용과학이기 때문에 결국 실용화가 관건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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