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그 무엇에 대해 논하든 10대 재벌그룹을 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정 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10대 재벌 그룹이 내뿜는 직간접적 영향력과 파 워는 가히 ‘최고의 권력’이다. 언제부터인가 상위 재벌그룹 CEO 인 사 동정 기사가 종합일간지 1면 상단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이 그 확 실한 증거다. 대한민국에서 10대 재벌그룹의 위상은 정권의 바뀜과 상관없이 무한대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공룡으로 탄생한 국내 재벌들은 기업 생태계에서 이미 가장 강력한 포식자이 지만, 그들의 몸집 불리기는 여전히 비약적이다. 21세기 들어 심화 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동반성장 - 상생 해 결 고리의 출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10대 재벌그룹은 좋든 싫든 대 한민국 최대의 기둥이기도 하다. 이들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 이들을 고찰하지 않고선 대한민국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포춘코리아의 ‘10대 재벌은 지금...’이라는 연중 기획은 바로 이 런 이유 때문에 준비한 특집기사다. 10대 재벌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변화와 의미 있는 동태를 포춘코리아의 전담 기자들이 집 중적으로,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10대 재벌그룹 계열사들의 지난 한 달간 행보를 정리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그들은 지금도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을 접한 후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넉 달 만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 거점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4일 SW센터를 신설해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과 스마트폰 최적화 등을 수행한다. 센터장은 완제품(DMC) 부문 연구소장인 김기호 부사장이 겸임한다. SW와 시스템 아키텍처, 통신시스템, 멀티미디어까지 정통한 삼성전자 내 대표적 기술 리더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신임 사장은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 그룹장을 역임한 대표적 SW 인력이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직 다잡기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내년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그 동안 잘해 왔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고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올해 세계적 불경기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 회장이 조직 기강 확립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 구본무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사내 사회공헌 활동 교통정리에 나섰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에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담팀을 신설하고, LG전자 CRO(최고관계책임자)를 역임한 김영기 부사장을 팀장으로 발령했다. LG가 그룹차원의 CSR팀을 구성한 것은 그간 6개 공익재단과 계열사별로 이뤄지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지만 계열사별로 이뤄지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G그룹의 사회적 책임실천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최태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찰 소환이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 증인이셨던 고인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비통하다”며“3년 전 선대회장 10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해주셨던 고인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국가를 먼저 생각하셨던 고인의 국가관과 경영철학을 본받아 대한민국이 더욱 단단한 반석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CEO들에게 현금 확보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파주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사장단과 함께 둘러본 후 "올해 경제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불황기에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준비된 경영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신규 사업에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성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신규사업 진출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발언은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보수적 경영을 하겠다는 신호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연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에 포스코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위원회’를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시작된 포스코 이사회에 앞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CEO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하고, 정 회장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임기 종료를 앞둔 CEO가 연임하려면 주주총회 3개월 전에 연임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임은 CEO후보 추천위원회 의결을 거쳐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업계는 정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 허창수 회장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이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허창수 회장과 그 동생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으로 대표되는 GS그룹의 3세 경영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이을 4세들이 속속 경영무대에 등장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의 행보도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GS그룹은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해 왔기 때문이다. 허윤홍 상무보는 지난해 인사에서 GS건설 부장에서 상무보로 발령을 받았다. 허 상무보는 1979년 생으로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이 금융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그룹이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15일 조회공시에서“대한생명 등을 통해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생명은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 2위 자리를 놓고 교보생명과 경쟁 중이다.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을 흡수 합병하는 데 성공할 경우, 1위인 삼성생명에 이어 확고한 업계 2위가 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새 금융계열사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금융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두산 박용현 회장
두산 박용현 회장이 해외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해외 계열사 중 일부인 목시(Moxy) 법인의 청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시는 지난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유럽 현지 자회사인 DIEU를 통해 인수한 노르웨이의 대형 덤프트럭 생산업체다. 업계는 두산이 해외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일부 사업부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정리 작업이 전사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정리 대상은 지난해 9월부터 영국 현지에서 운영하던 목시 IP와 목시 UK인 것으로 알려졌다.
CJ 이재현 회장
이재현 CJ 회장이 4차원(4D) 영화사업에 개인 돈을 쏟아 넣고 있어 화제다. 이 회장이 개인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업체는 CJ 4D플렉스다. CJ CGV가 지난해 12월 시뮬라인이라는 시뮬레이터 전문 제조업체로부터 93%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계열사로 편입한 곳이다. CJ 4D플렉스는 그룹 계열사로 들어온 뒤 지난해 5월, 6월, 8월에 각각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10여억원의 개인 자본으로 유증에 참여해 5.3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그룹 회장이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계열사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