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승연 회장의 장남은 어떤 경영수업을 받을까

[10대 재벌은 지금...] 한화그룹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실장의 최근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010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과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아버지와 함께 참여한 이후 그룹의 핵심가치를 선포하는 행사에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을 맡아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핵심 보직에 오르기도 했다. 포춘코리아가 김동관 실장이 어떤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지 분석했다. 정운섭 기자 sup@hk.co.kr

일각에선 이번 김동관 실장의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임명을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재벌 그룹 후계자들이 걸어왔던 길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난 2011년 5월, 경기도 가평의 한 직원 연수원 행사장을 찾은 기자단 사이에 약간의 술렁 거림이 있었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선포하는 행사장 단상으로 올라오는 한화그룹 대표 자 중에 너무 젊은 청년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앳된 얼굴의 청년에게 카메 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단상에 오른 이는 다름 아닌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29) 회장실 차장. 국내 재벌 서열 10위 한화의 차세대 CEO로 세상에 모습을 보인 셈이었다. 그 뒤로 7개월이 흐른 지난 12월 17일. 김동관 차장은 느닷없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틀 전 한화솔 라원이 이사회를 거쳐 김동관 차장을 자사의 기획실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실장은 하루라도 빨리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화솔라원으로 건너가야 했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한화솔라원의 구원투수로 신속하게 등 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화솔라원은 2011년 한 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태양전지 제품 값이 급락하는 바람에 3분기 연속 매출 감 소와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한화 관계자는 말한다. “완벽에 가까운 태양전지 생산 수직계열화 를 구축하고도 주변 상황 악화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건만 좋아지면 언제라도 회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어요.” 일각에선 이번 김 실장의 행보를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재벌 그룹 후계자들이 걸어왔던 길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은 지난 1992년 대학 졸업 직후 삼성 전자에 입사한 뒤 다시 일본 게이오 대학원과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삼성 으로 돌아왔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국내 모 재벌가 관계자는 말한다. “재벌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재벌가 장자로 태어난다는 건 어린 시절 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실무 감각을 익 힌 뒤 해외로 나가 학위를 따고 경영 일선에 나서는 식이죠.” 업계에선 김동관 실장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한 이후 줄곧 회 장 비서실 차장으로 근무하며 경영 감각을 익혀 왔기 때문에 곧 해외로 나가 MBA를 취득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

“여러 경로로 경영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이끌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행보는 달랐다. 한화솔 라원이라는 계열사에서 핵심 실무 보직을 맡 았다. 재계에서는 이런 예상 밖의 행보를 두고 ‘김승연식 자녀 경영수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갖가지 고초를 겪었던 김승연 회장의 선례를 답습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말한다. “김승연 회장은 제 대로 된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환위 기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도 상당 한 압박감을 느꼈을 테지요. 물론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냈지만, 과거에 위기를 대처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경영수업을 받았었더라 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거예요. 김동관 실장 을 어려운 상황에 투입한 것도 아마 그런 점을 채워주기 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승연(60) 회장은 선친인 고 김종희 전 회장이 59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해외 지 사에서 바로 국내로 복귀해 그룹 회장직에 올 랐다. 한화 내부에선 최근 한화의 신성장동력으 로 급부상 중인 태양광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김 회장의 복안이 김동관 실장의 기획실 장 투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 고 있다. 화약 사업에 뿌리를 둔 한화는 현재 그룹 사업이 제조(44%)와 보험(50%)으로 이 분화되어 있는 상황. 둘 다 어느 정도 성장에 한계를 지니고 있는 내수 사업이다. 때문에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사업으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해왔다. 뭐든 밀어붙이면 화끈하게 추진 한다는 김 회장의 평소 경영스타일답게 한화 의 태양광 사업은 상당한 속도로 틀을 갖추어 왔다. 2010년 1월 울산에서 태양전지 생산과 판매 로 사업을 시작한 한화솔라원은 최근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쳐왔다. 같은 해 8월에는 당시 중국 기업이었던 솔라펀파워홀딩스 의 지분 49.9%를 4,300억 원에 사들여 가 파른 수요 상승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선점할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밸류체인 핵심 부문인 모듈 생산기준으로 세계 4 위인 글로벌 기업이었다. 한화는 그 인수 를 통해 잉곳,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벨류체인의 일부를 확보하고, 이 후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 해 태양전지 생산에 관한 완벽한 수직계 열화를 구축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 간은 불과 1년 남짓.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온 힘을 기울여 키워온 태양광 사업이 최 근 들어 값싼 중국산 제품과 유럽발 위기 로 인해 휘청거리자, 김동관 실장을 급파 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2010년 초 김동관 실장이 한화에 입사한 이후 김 회장과 김 실장이 함께해 온 행보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화는 2010년 초부터 태양광 신사업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꾀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인 1월부터 후계 양성의 움직임을 보였죠. 단순히 시기가 우연히 맞아 떨어졌 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봅니다. 태양광 사업은 신성장동력이자 동시에 3세 경영 자체가 아닌가 해요.” 김 회장이 후계 양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하던 지난 201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 자. 당시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김 회장과 김 실장 부자가 함께 참석했다. 공식 석상에 서 두 부자가 함께 선 최초의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김 회장은 “아들과 함께 여러 명망 높고 훌륭한 분들과 만나게 되어 기쁘다”면서 “주요 이슈들에 대해선 (당시) 김 차장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동석한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로부터 “기업과 사회 지도층의 역할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자 유창한 영어로 “기업의 개별 구성원들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과 그러한 매커 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이익보단 기업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즉답을 내놓 았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국내 언론들은 김 실장에 대한 좋은 평가와 함께 한화의 경영권 승계 작 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후 김 실장은 공식적인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비 즈니스 서밋’에선 환영 만찬 때부터 김 실장이 김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2011년 3월에는

“말은 많지 않지만, 늘 센스 넘치는 이야기를 잘 합니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끌어내는 재주가 있어요. 재벌가 출신답지 않게 소탈한 면도 많고요”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한화솔라원 ‘클로징 벨 세리모니’에 한화그룹 주 요 경영진과 함께 참석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 후 5월에는 ‘도전·헌신·정도’를 새로운 핵심가치로 정하고 대대적인 혁신작업에 돌입한 한화의 핵심가치 선포식에 김 회장과 함께 참석해 단상에 올라 선포식 버튼을 누르며 한화그룹 의 확실한 승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8월에도 독일로 건너가 분데스리가 소속 함부르크 SV 구단과 한화그룹이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말한다. “여러 경로로 경영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신성장동력 인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이끌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훤칠하고 친근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 예의 바른 성품을 갖추고 있어 그룹 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김 실장은 카리스마 넘치는 김 회장과 달리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 려져 있다. 준수한 외모와 패션 감각도 갖추고 있어 여직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 차장을 만나 본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겸손한 성품을 칭찬한다. 김 실장과 지인 사이인 국내 모 재벌가 관계자는 말한다. “말은 많지 않지만, 늘 센스 넘치는 이 야기를 잘 합니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끌어내는 재주가 있다고 봅니다. 재벌가 출신답지 않게 소탈한 면도 많고요. 괜찮은 친구예요.” 이런 김 실장의 성품은 오랜 유학생활과 김 회장과 함께 국제 무대를 누비며 쌓은 글로벌 매 너에서 형성됐다는 평가도 많다. 김 실장은 한화 입사 전, 미국의 명문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하 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수준급 영어실력 덕분에 공군사관후보생(117기) 통역장교로 선발 돼 3년 4개월간 복무했다. 국방부 국제협력과에서 근무했을 때 한국 을 찾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정운 찬 당시 국무총리의 회담에 통역 보좌로 참여 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문학교의 서구식 교육과 군복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고 급 예절과 절도 있는 성품을 지니게 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김 실장은 한화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 체인 한화S&C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최 대 주주다. 2010년 7,7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한화 S&C는 광고대행사 한컴과 군자열 병합발전, 여수열병합발전 등을 자회사로 거 느리고 있다. 김 실장의 ㈜한화 지분율은 현 재 4.44%(2011년 12월 기준)로 김승연 회장 (22.65%)에 이어 2대 주주다. 김 실장의 동생 동원, 동선 씨는 각각 ㈜한화 지분 1.67%와 한 화S&C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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