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상업용 항공기 운항횟수가 2010년 2,479만회의 두 배를 넘는 5,171만회로 늘어나야 한다. 산술적으로 공항의 숫자가 지금의 갑절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주요 대도시 인근에는 이미 그만한 부지가 남아있지 않다.
최근 미국의 항공기 디자이너 샤브타이 허쉬버그는 항공업계가 직면한 이런 잠재적 리스크를 해결할 혁신적 여객기의 콘셉트 모델을 제시했다.
아직 공식명칭조차 없어 '리디자인 상업용 항공기(RCA)'로 불리는 이 모델의 최대 특징은 바로 수상 이착륙 능력. 여객기를 수륙양용으로 설계, 유휴공간이 많은 강과 호수를 신규 공항부지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RCA에는 수상 이착륙을 위한 요소들이 가득 채용돼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동체 전방의 다기능 수평꼬리날개(카나드, canard). 이는 평상시 보통의 카나드로써 작용하지만 수상 이동 시에는 선박의 안정화 장치(stabilizer)처럼 동체의 흔들림을 막고 부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주 날개에도 획기적 기능이 탑재돼 있다. 비행환경에 따라 끝부분의 각도를 상향, 하향, 수평 등 3단계로 변경 가능하도록 한 것. 수상에서 하향모드로 전환하면 카나드의 안정성이 배가된다. 동체를 넓적하게 설계한 것이나 바닥면을 마치 보트와 유사하게 V자로 디자인한 것 모두 수상에서의 부력과 안정성 제고를 위한 조치다.
특히 RCA에는 F-22 랩터 등의 전투기들 같이 엔진 추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추력 편향 노즐(TVN)'이 장착돼 있다. 덕분에 양력을 제어, 이착륙 거리가 단축되며 수상 이착륙 시 엔진 분출 가스로 인한 수면의 요동도 최소화된다.
향후 RCA가 상용화되면 우리는 지상은 물론 호수와 강에 터미널을 지을 수 있다. 한강 국제공항, 청평호수 공항터미널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메리트는 단순한 신규 공항 건설 이상이다. 서울, 뉴욕, 파리, 런던 등 많은 도시들이 강이나 호수를 끼고 있기 때문에 도심 외곽이 아닌 중심부에 공항을 운용,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이동에 낭비됐던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향후 RCA가 실물기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공항에서 이런 안내방송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런던 템즈강 국제공항까지 가는 승객께서는 17번 게이트에서 탑승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