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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은밀한 곳 51구역

SECRET OF AREA 51 - THE FICTION VS FACTS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위치한 '51구역'. 접근하는 즉시 발포한다는 경고문과 함께 늘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이곳은 미 공군의 군사지역이다.

그러나 음모론자들은 이곳이 인디펜던스데이 등 SF 영화에 등장했던 외계인 실험실이라 믿는다. 지구에 추락한 UFO와 외계인에 대한 모종의 프로젝트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박소란 과학칼럼니스트 noisepark510@hanmail.net

라스베이거스 북동부의 황량한 사막. 여기에 51구역이 있다. 위도 51도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통상 51구역이라 불리는 이 지역의 정식 명칭은 '넬리스 공군 기지(Nellis Air Force Base)'. 군사지역인지라 미 연방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51구역은 1950년대부터 U-2 정찰기, F-117 공격기, B-2 폭격기 등 첨단 항공기의 실험장 역할을 해 왔다. 미군의 대단위 비행 전투 훈련에도 이용되는데, 기지의 면적이 자그마치 서울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오늘날 51구역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조금은 엉뚱한 이유에서다. 다름 아닌 외계인 관련설 때문. 음모론자들은 이곳이 단순한 군 작전 지역이 아니라 인디펜던스데이, X파일과 같은 공상과학물에 나오는 외계인 연구 시설이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첨단 무기나 항공기의 개발을 넘어 UFO와 외계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음모론이 촉발된 것은 군사시설임을 감안해도 경비가 지나치게 삼엄하다는 점, 미 정부가 작성한 지도에는 이곳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 구글 위성사진으로 볼 때 기묘한 구조물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주변에서 자주 정체불명의 발광 물체가 출몰하거나 의문의 굉음이 울린다는 점 등이 고루 작용했다. 또한 이에 대한 미 정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도 음모론의 덩치를 부풀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오늘날 51구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런 장소로 여겨진다.

한 물리학자의 폭로
51구역에 대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89년의 일이다. 51구역 내 연구소에서 근무했다는 한 물리학자의 양심고백(?)이 발단이 됐다. 밥 라자르라는 이름의 의문투성이 남성이 그해 7월 라스베이거스의 카라스(KALAS) TV 가 방영한 'UFO : 그 최고의 증거'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

TV에서 라자르는 미 최고 사립 명문인 캘리 포니아공대와 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1982년부터 수년간 51구역 내의 S-4 시설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51구역의 충격적 실체를 털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51구역은 음모론자들의 추측대로 군 작전 지역으로 위장돼 있을 뿐 실상은 미 정부가 협상을 통해 외계인에게 빌려준 지역이다. 미 정부는 그곳에서 인간을 이용한 외계인들의 각종 실험을 묵인하는 대가로 외계인들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 사이
51구역과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옹호하는 사람들만큼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다수다.

로스웰 미스터리
여기서 그가 언급한 추락 사고는 그 유명한 '로스웰 사건'을 의미한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시골 마을 로스웰에 UFO로 추정되는 괴 비행체가 추락했지만 미 정부가 이를 끝내 비밀에 부친 사건이다. 사건 직후 미 육군은 추락한 UFO의 잔해와 외계인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즉각 전파를 타고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51구역의 공군이 앞선 발표를 깡그리 뒤집었다. UFO가 아닌 기상관측용 기구의 잔해라고 정정한 것이다.

하지만 비행체 추락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외계인 루머와 진실'이라는 책에는 당시 로스웰의 주민이었던 제랄드 안데르센의 일화가 나와 있다. 당시 5살이었던 그는 사건이 일어난 지 43년이 지나서야 최면을 통해 UFO에 탑승하고 있던 외계인을 직접 만났다고 입을 열었다.

"모두 네 명이었어요. 둘은 이미 죽었고, 하나는 죽어가고 있었죠. 나머지 하나는 많이 다친 것 같지 않았어요. 키가 120㎝ 정도 됐는데,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눈은 검은 아몬드 모양이었어요. 저는 그들을 실제로 보았고, 심지어 만져보기도 했어요. 아버지와 형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목격했죠. 그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지냈지만 말이에요."

이밖에도 사건에 직접 관여했다는 다수의 정치인과 기자, 과학자, 군인 등이 정부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그러자 1995년 7월 미 공군은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로스웰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추락한 비행체가 대기권 감시를 통해 구소련의 핵실험 증거를 포착하는 '모굴 프로젝트'의 군용 기구였다고 적혀 있었다. 1947년 6월 띄워진 이 기구는 그달 중순 로스웰 인근에서 실종되기까지 레이더로 위치가 추적됐었고 추적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부의 은폐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게 공군의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7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체이스 브랜든 요원이 언론을 통해 로스웰 사건이 사실이라고 밝혔고, 지난달에도 로스웰에서 근무했던 프랑스의 퇴역 공군 플래니건 리처드가 로스웰에서 두 번의 UFO 충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보면 로스웰 사건이 음모론이나 단순한 오해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한 뒷맛이 남는다. 어쩌면 실제로 그곳에 UFO와 외계인이 출현했고 사고의 잔해가 고스란히 51구역으로 옮겨져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反음모론, 그리고 비밀 프로젝트
물론 51구역에 얽힌 음모론적 스토리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51구역과 외계인은 오컬트 마니아들이 지어내고, 부풀린 뚱딴지같은 얘기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51구역에 대한 논란을 최초로 촉발시킨 라자르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신의 학력을 속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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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그는 캘리포니아공대와 MIT 박사 출신이라 밝혔지만 두 학교 어디에도 그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라자르는 정부가 자신의 신분 증명을 말소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는데 이미 발행된 논문 목록과 개인이 소장한 졸업앨범에서조차 이름과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졌고, 결국 LA의 한 2년제 전문대학 출신임이 밝혀졌다.

또한 라자르가 언급한 우눈펜튬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나 각종 과학 이론들도 주류 물리학자들로부터 물리학 개념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물리학자는 "51구역에서 UFO 연구가 이루어질 가능성보다 라자르가 물리학자일 가능성이 더 낮다"는 가시 돋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당장 우눈펜튬이 UFO의 연료라는 라자르의 주장이 틀렸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원소는 우눈펜튬 만이 아니다. UFO의 연료로 거론될 미지의 후보들은 하나 둘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51구역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각종 의혹을 멈추기 위해선 이에 대한 의문이 해소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극비로 수행해야 할 만큼 미 정부 혹은 미 공군에 있어 비중 있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전세기가 51구역과 인근 공항의 200㎞를 오가며 직원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만 봐도 그점만은 확실하다.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회의론자들은 이 모든 것이 단지 무기나 항공기 개발, 즉 비밀 군사 프로젝트를 위해 수반돼야 할 필수적 과정일 뿐이라 주장한다. 1950년대 그 누구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비행 고도와 비행거리를 지닌 U-2 정찰기 등도 모두 일련의 비밀스런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 말한다.

일리 있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정부 주도의 군사 프로젝트를 일반인들에게 시시콜콜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 안보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극비 보안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사례들만 봐도 최첨단 항공기 등 군사 프로젝트들 대부분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러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F-117 스텔스 전폭기, 일명 나이트호크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이라크 전쟁 중에야 첫선 을 보였다.

만일 이게 51구역의 진실이라면 다소 기운이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51구역 이라는 비밀의 세계에서 우리를 놀랠 또 어떤 혁신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군사기술, 아니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를 생각해보면 외계인 급은 아니더라도 쳐져 있는 어깨를 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외계 기술의 산물?!
음모론자들은 51구역에서 시험한 다수의 항공기들이 외계인의 기술을 전수 받아 개발된 것이라 주장한다. 1980년대초 완성된 B-2 스텔스 폭격기가 대표적인 예다. B-2 폭격기는 동체와 꼬리날개가 일체화된 일명 '플라잉-윙(flying-wing)'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는데 당시의 기술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음모론자들은 B-2가 외계인의 '반중력(anti-gravity)' 기술을 이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물론 학계는 이를 부정한다. B-2를 개발한 장본인인 방산기업 노스롭그루먼이 1940년대에 이미 이와 유사한 구조의 실험기를 개발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40년 뒤에야 실용화된 것은 플라잉-윙이 지닌 고유의 불안정성 때문이며 컴퓨팅 기술의 발달로 정교한 디지털 조종이 가능해지면서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피력한다.

참고로 플라잉-윙 디자인은 항공 역학적으로 많은 장점을 지닌다. 하중을 날개 전반에 걸쳐 분산시킬 수 있고, 동체와 꼬리날개가 없어 경량화가 용이하며, 적재 능력도 탁월하다.

115번 원소 우눈펜튬
현재 학계에서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에서 고안한 장주기형 주기율표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총 118개의 원소가 18족으로 분류돼 있다. 각 원소들의 번호는 원자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수를 의미한다.

지난 1940년까지 가장 무거운 원소는 92번 우라늄(U)이었다. 우라늄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는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의 존재가 나타나면서 원소들의 숫자는 118번까지 나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IUPAC가 공인하는 원소는 112번 코페르니슘(Cn)까지라는 것. 수소보다 227배나 무거운 코페르니슘은 지난 2010년 가장 무거운 원소로 IUPAC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IUPAC는 새로 발견된 원소에 대해 그 정체가 정확히 확인되기 전까지 임시 이름을 부여하고 있는데, 113번부터 118번은 여기에 속한다.

한편 우라늄 이후의 원소들은 모두 방사성 인공 동위원소이기 때문에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입자를 충돌시켜 인위적으로 만든 원소다. 이들은 생성과 동시에 붕괴가 이뤄지며 생성시키는 것 자체도 무척 어렵다. UFO의 동력원이라는 설이 있는 115번 우눈펜튬(Uup)의 경우 2004년 미국과 러시아의 합동 연구팀이 95번 아메리슘(Am)에 20번 칼슘(Ca)을 충돌시켜 생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51구역과 아폴로 프로젝트
51구역은 UFO나 외계인만 연루돼 있는 게 아니다. 이곳에 얽힌 또 다른 중대 의혹으로 달 착륙 조작설이 있다. 닐 암스트롱을 태운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은 51구역 내 전문 세트장에서 달과 유사한 배경을 연출한 뒤 사진을 찍은 것이라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를 지지하는 음모론자들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개발 경쟁이 그 같은 사기극을 벌이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깃발이 펄럭이는 점, 수분이 없는 땅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점 등이 주장의 근거다.

지난해 달 착륙 음모론을 다룬 영화 ‘아폴로 18호’의 개봉과 함께 논란이 재점화되자 미 항공우주국(NASA)은 각 의문들을 조목조목 해명했고, 최근에는 달 정찰 선회 위성 카메라(LROC)가 촬영한 아폴로프로젝트 당시 달 표면에 꽂은 성조기들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대표적인 음로론의 주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큼은 아직도 막지 못하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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