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사람처럼 걷는 것을 넘어 인간의 신경계가 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다리에 구동 명령을 내리죠.
제가 애리조나대학 대학원생일 때 동료들과 함께 제작한 녀석인데 두 다리에 각각 고강도 케블라 섬유로 만든 8개의 근육이 모터와 플라스틱 골격을 연결하고 있어요. 인간의 근육이 수축·이완하듯 모터가 회전하며 케블라 섬유를 잡아당기거나 풀어내는 겁니다.
특히 일부 근육은 엉덩이나 넓적다리에서 종아리 및 발목까지 연결, 다리 전체에 힘을 가할 수 있도록 했죠. 덕분에 모터 대부분을 무릎 위쪽에 설치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아킬레스는 진짜 사람처럼 허벅지 쪽은 무겁고 종아리 쪽은 가벼워지면서 무릎 아래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인간은 척추 속의 뉴런이 리드미컬하게 신호를 보내면서 다리의 동작을 제어해요. 또한 다리가 보내는 감각적 피드백을 받아 페이스를 조절하죠. 당연한 얘기지만 뇌도 걸음을 통제하고, 오류를 수정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뇌는 모든 근육을 드러내놓고 제어하지 않아요. 우리가 어떻게 걸어야겠다는 생각 없이도 걸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아킬레스 로봇의 경우에도 외장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척수의 뉴런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임을 제어해요. 매번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한쪽 다리의 엉덩이 근육은 수축시키고, 반대쪽 다리의 엉덩이 근육은 이완시키라는 명령을 보내죠.
컴퓨터는 또 다리에서 전달되는 부하나 각도센서의 피드백 정보를 바탕으로 신호를 보내는 타이밍을 바꿉니다. 무릎 아래의 근육들을 통제하는 시스템도 이와 유사하구요.
사실 인간의 움직임을 모델링하는 것은 비단 로봇공학이 아니더라도 많은 학문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예를 들자면 인간이 척수 부상으로부터 회복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아킬레스 로봇은 인간과 비교해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어요. 몸통도 없고, 험한 지형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이에 더해 초기에는 걸을 때 발이 미끄러지는 문제도 있었지만 지금은 해결했답니다.
발바닥에 고무를 덧대자는 등의 얘기도 있었는데 가장 간단하고, 완벽한 해결책을 동원했죠. 그게 뭐냐고요? 현재 아킬레스는 신발을 신습니다.”
- 테레사 클라인 우주항공기업 오비털 사이언스 엔지니어
척수 (spinal cord) 척추 내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체.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며 뇌와 말초신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