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법률시장 개방 6개월, 국내외 로펌 무한경쟁 시대 열리나

외국계 로펌들의 한국 진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한국 법률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벌어질 국내외 로펌의 시장 쟁탈전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까. 포춘코리아가 국내 로펌을 대표하는 김앤장의 이재후 대표변호사와 외국계 로펌으로 한국에 첫 사무소를 연 쉐퍼드멀린의 김병수 대표변호사와 인터뷰를 했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홍성민 기자 sungh@hmgp.co.kr
사진 이종철국장 bellee@hk.co.kr


한국의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2012년 7월 외국 로펌 3곳이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글로벌 로펌들이 앞다퉈 법무부에 외국법자문사 신청서를 내고 서울 사무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외국 로펌들이 한국법률 시장에 상륙한 걸까.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21개 영미계 로펌이 사무소 설립을 신청하고 10여 개 로펌이 사무소를 열어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로펌들의 한국 법률 시장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로펌의 한국 진출에 대한 국내 로펌들의 반응은 다양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변호사는 말한다. "외국계 로펌의 서비스 현지화 전략이 한국 진출로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기존에도 이들 로펌들은 아시아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고객을 상대해 왔지만 지리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었죠. 이젠 언제든 한국 시장에서 외국계 로펌을 직접 만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법률 시장 개방 이전에도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법무팀을 통해 글로벌 로펌들과 거래해 왔다. 해외 시장 진출이 잦아진 2000년대부터 이러한 접촉 빈도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말한다.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우리 같은 중소 로펌들의 구조조정입니다. 차별화한 전문성이 없다면, 해외 로펌과 토종 대형 로펌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 자체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사무소를 연 롭스앤그레이는 반 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건이 훨씬 넘는 사건을 수임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표변호사는 "기업 간 특허분쟁에 강점을 보이는 롭스앤그레이 서울 사무소가 몇몇 국제 특허분쟁에서 한국 대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 처음으로 서울 사무소를 개방한 셰퍼드멀린도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건을 수임받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로펌들의 활약이 기업의 수임 실적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상황이다.


외국 로펌에 포진한 핵심 멤버는?

그렇다면 외국 로펌들의 맨파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대표변호사는 말한다. "외국 로펌의 최대 장점은 세계 최고수준의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서울 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대부분 한국계 변호사를 중용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초창기 현지화 전략을 펼치려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한국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겠죠." 대다수 외국 로펌들은 서울 사무소 핵심 멤버로 국내 정관계와 인맥이 두터운 인물을 앞세우고 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장·차남인 강성룡, 강효영 변호사는 각각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와 링클레이터스의 대표변호사로 한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는 디엘에이 파이퍼 매니징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시영 전 유엔대사의 아들인 이용국 변호사는 클리어리 고틀립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 밖에도 강성룡, 강효영 변호사와 외사촌지간이자 김응수 예비역 소장의 아들인 김용균 변효사는 롭스앤그레이의 대표변호사로 서울 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이들 모두 외국법자문사에서 7년 이상 직무경력을 쌓은 외국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표변호사는 "외국 로펌이 한국 법률 시장에서 부딪히는 가장 높은 장벽은 결국 인적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의 정관계와 조금이라도 인맥이 닿는 변호사를 중용하는 건 영미계 로펌에게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 해외 로펌들은 해외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내 인력을 채용하기보단 본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변호사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서울 사무소에서 활약하는 주요 변호사들은 국내외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다 높은 수준의 법률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시장 개방의 최대 수혜자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외국법 자문을 하는 것보단 직접 외국로펌과 상대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효율적이죠. 일단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예전 같으면 시간에 맞춰 국제전화나 콘퍼런스 콜을 해야 외국 로펌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에서 직접 만나 자문을 할 수 있잖아요."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의 말이다. 앞으로 기업체의 외국 로펌 이용 빈도는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같은 국내 대기업의 해외 시장 소송이나 분쟁을 영미계 로펌들이 맡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법무팀 관계자는 말한다. "그렇다고 김앤장이나 광장 같은 국내 대형 로펌들을 제쳐둘 수는 없을 겁니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최소 3개 로펌들에게 자문 비용 견적을 받고 있어요. 기존에는 국내 로펌 중심으로 견적을 받았다면, 이제 해외 로펌 한두 개도 끼워넣는 정도가 됐습니다." 토종 로펌과 해외 로펌은 한국 기업의 자문 수임을 놓고 벌써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대표변호사는 "수임 가격을 놓고 경쟁을 하기보단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놓고 싸워야 할 겁니다. 어차피 법률서비스에는 승패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결국 가격 싸움이 아니라 인력 경쟁이 될 거란 얘기입니다."

삼성전자는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특허소송 피소 건수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총 42건의 특허소송에 휘말려 로펌들에게 막대한 법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애플은 41건으로 2위, LG전자는 28건으로 9위였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 할수록 특허소송에 더 많이 시달릴 공산이 크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국내 기업이 국제적인 소송전에서 이기기 위해선 결국 잘 싸우고 승리할 수 있는 로펌을 선택하는 것이 첩경일 수밖에 없다. 법무팀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기업 간 특허소송은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총성 없는 전쟁입니다. 가장 잘 싸우는 장군을 내보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거죠. 그들은 당연히 국내외 로펌의 역량을 비교하게 될 겁니다."



법률 시장의 3단계 개방 조치는…

한꺼번에 시장 문을 열었을 때 미칠 수 있는 충격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한미FTA 체결 후 5년간 단계적으로 법률 시장을 개방하도록 했다. 한국 법률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적용되는 1단계에선 해외 로펌이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다. 단, 이 기간에 국내법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단계 개방 조치가 내려지면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이 협업을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국내법에 관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최종 개방 단계인 3단계가 되면 외국 로펌이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스스로 국내법 자문과 송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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