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샌디가 상륙한 그날 밤 콘 에드에서 벌어진 비화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무력하게 만들었을 때 뉴욕 최대 전기 공급업체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BY STEPHEN GANDEL

10월 29일 월요일, 맨해튼 전역과 뉴욕 시 일부에 전력을 공급하는 거대 전기 공급업체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 Consolidated Edison의 CEO 케빈 버크 Kevin Burke는 어빙 플레이스 Irving Place 14번가 북쪽의 유니언 스퀘어 Union Square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 있었다. 그는 이미 꼬박 하루 넘게 그곳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61세의 버크와 팀원들은 약 일주일간 레이더로 허리케인 샌디를 예의주시해왔다. 회사 19층 강당에는 긴급 대책 본부가 꾸려졌다. 그곳에는 석 대의 대형 TV 스크린, 노트북들이 놓인 6개의 테이블이 설치됐다. 직원들도 150명에 달했다. 그곳에서 버크는 그날 온종일 강당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숫자를 주시하며 전략을 세웠다. 그 숫자는 전력 공급이 끊긴 주민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 오후 버크가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 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설 땐 그 규모가 4만 7,000명까지 급증했다. 이는 일년 전 허리케인 아이린 Irene 때의 약 25%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버크는 기자들에게 콘 에드의 대비가 끝났다고 말하며 “떨어진 전선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후 8시가 되자마자 버크는 첫 번째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남부 맨해튼에 위치한 두 변전소-고압 전력을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낮춰 소비자에게 배전하는 곳-와 브루클린에 있는 변전소 직원들은 침수를 걱정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6시쯤 물이 변전소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고 보고했다.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 고 있었다. 변전소를 닫으면 단전 사태를 겪을 전력 소비자가 3 만 4,000명 더 늘어날 것이었다. 버크의 기억으론 콘 에드가 먼저 단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침수지역에 속해 대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콘 에드는 전력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 전화를 했다. 홍수로도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지만 변전소를 계속 가동할 경우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었다.
변전소가 물에 잠기면 전기 합선이 일어나 맨해튼의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폭발할 위험 도 있었다. 변전소에는 며칠 동안 탈 수 있는 많은 양의 석유가 있었다. 변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버크는 사무실로 돌아와 시청에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부시장 캐스웰 홀러웨이 Caswell Holloway에게 전화를 걸었다. 버크는 그에게 “캐스, 변전소를 폐쇄해야겠어”라고 말했다. 그때 불이 나갔다. 버크의 사무실이 깜깜해진 것이다.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남부 맨해튼의 변전소는 월가 아래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콘 에드 본사는 13번가에 위치한 대규모 전력 단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았다. 12피트(약 3.6미터)의 홍수 방벽에 둘러싸인 세 개의 건물로 이뤄진 이 전력단지는 그가 단전하려던 곳이 아니었다. 버크는 창 밖으로 맨해튼에서 2003년 대규모 정전 사태 때 딱 한 번 목격한 광경을 다시 보게 됐다. 바로 암흑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는 여전히 빛났지만 완전히 사라진 도시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상에 보이는 유일한 불빛은 버크의 사무실에서 북쪽으로 1마일 이상 떨어져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버크는 홀러웨이에게 나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버크는 복도로 나갔다. 손전등을 든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버크는 손전등을 받아 들고 계단을 급히 올라 갔다. 그는 건물에 비상용 예비 전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전기가 나간 깜깜한 건물에 위기 대응 팀을 대기시켜 놓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19층 모퉁이를 돌면서 버크는 복도로 쏟아지는 빛을 보고 안도했다. 그가 대책 본부에 도착했을 땐 이미 13 번가의 변전소가 폭발했다는 이야기가 언론과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뉴욕 시 해수면이 사상 최고로 상승한 지 2주가 지났다. 뉴욕 시 대부분 지역의 전력이 복구됐다. 13번가의 변전소도 다시 가동됐다. 사실 폭발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불을 내며 꺼진 것이었다. 나흘 만에 이 시설은 복구됐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재향 군인의 날에 빨강, 파랑, 흰색 조명으로 빛났다. 브 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 주인공 애니가 허리케인보다는 훨씬 더 사랑스러운 샌디 Sandy와 주제곡 ‘내일은 태양이 뜰 거야(The Sun Will Come Out Tomorrow)’를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콘 에드에겐 아직 할 일이 많다. 여전히 3,900명의 소비자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정 확한 피해자 수는 훨씬 많다. 콘 에드는 복합 시설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전기 계량기 수로 소비자를 세기 때문이다). 태풍이 한창일 때 100만 명이었던 것보단 그래도 훨씬 줄어든 숫자다. 하지만 브루클린의 레드 훅 Red Hook 등 임대주택단지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난방, 전기, 엘리베이터 없이 지내고 있다.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Andrew Cuomo는 콘 에드 등 공기업들이 태풍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정전이 고난을 초래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여지가 없다. 전력회사가 실수를 한 것도 사실이다. 버크와 팀원들은 13번가의 변전소를 덮칠 만큼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태풍 직후의 기간을 묘사한 이 이야기는 뉴욕시에 사상 최대의 위기가 닥쳤을 때 콘 에드 직원들이 들인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혼돈 속에서 직원들은 생각도 못해 본 일을 맡아야 했다. 전기 기사는 태풍으로 불어난 강물 이 애비뉴 C 를 덮친 날 밤, 갇힌 직원들을 구조하는 작업에 동원됐다. 천연가스 사업부 책임자는 다른 곳에서 도와주러 온 수천 명의 전기공들이 지낼 5개의 텐트촌을 설치했다. 콘 에드의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는 27세의 직원은 태풍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버크는 다가오는 토요일 저녁 까지 맨해튼의 전력을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력은 금요일부터 복구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버크 와 팀원들을 치하했다.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는 컬럼비아 대학교 조교수 로저 앤더슨 Roger Anderson은 “그들은 놀라운 일을 했다. 맨해튼의 지하 전력망을 복구하고 가동 시켰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버크에겐 아직 중대한 임무가 남아 있다.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콘 에드의 주가가 10% 하락했고 회사 가치는 20억 달러가량 떨어졌다. 공기업은 수익이 꾸준하고 배당금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버크는 지난 2년간 두 개의 메가톤급 태풍이 닥친 상황에서도 그런 강점이 퇴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콘 에드는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회사가 약 4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버크는 전기가 나간 깜깜한 건물에 위기 대응 팀을 대기시켜 놓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버크는 부시장 캐스웰 홀러웨이에게 “캐스, 변전소를 폐쇄해야겠어” 라고 말했다.

믹새드가 동영상에서 본 빛은 30초간 계속됐다. 그는 “그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콘 에드 전기사업부 부사장 존 믹새드 John Miksad가 10월 29일 월요일 아침 7시에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본사에 도착했을 때, 19층 강당은 이미 샌디를 지켜보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믹새드는 9·11 이후 시내의 전선 재설치 작업을 이끈 경험을 갖고 있었다. 버크는 그에게 콘 에드의 긴급 대응팀 주간 팀장을 맡겼다. 믹새드는 현장 지휘관이라고 쓰인 흰 조끼를 입고 거대한 스크린 앞 테이블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그날은 거의 할 일이 없었다. 믹새드는 수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루 종일 수위가 상승했다. 수위가 11피트 (약 3.3m)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측대로였다. 맨해튼 남쪽에 있는 변전소는 위험 수위였지만 도시 전력의 약 3 분의 1을 공급하는 13번가의 변전소는 아직 안전했다.
믹새드는 전기가 끊기는 남부 맨해튼 변전소에서 일 하는 직원 한 명과 통화를 하며 침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때 지휘 본부의 불이 꺼졌다가 잠시 후 다시 들어왔다. 믹새드는 정전된 소비자 숫자가 나타나는 대형 스크린 중앙을 바라 보았다. 스크린이 꺼지기 전에는 약 10만이었다. 화면이 깜빡이며 다시 켜지자 숫자는 20만을 넘어섰다. 야간 긴급 대응팀 팀장 존 맥어보이John McAvoy는 두 시간 일찍 와서 벌써 13번가 변전소의 직원들과 통화 중이었다. 모두 무사했다. 직원들은 쾅 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불길은 보지 못했다. 전기는 나간 상태였다. 아직 일층의 관제실까지는 물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주차장과 변전소 앞 도로는 침수된 상태였다. 물이 방벽을 넘어 쏟아지고 있었다. 직원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밖에선 변전소가 강렬한 파란 빛과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콘 에드의 긴급구조원인 브라이언 맥기버 Brian McGeever는 변전소에서 한 블록 반 정도 떨어진 보도에 서 있었다. 물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맥기버가 변전소의 관제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는 뉴욕 시 재난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맥기버는 “저 건물에 11명이 갇혀 있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재난관리실은 구조 보트를 보냈다.
한편 지휘 본부에 있는 믹새드의 컴퓨터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그는 변전소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봐야 했지만 아직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맥어보이에게 구조 작업을 위해 전기 기술자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 믹새드는 이제는 유명해진 유튜브의 13번가 변전소 동영상이 링크된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빛을 처음 보았다. 이 빛은 아크 arc *역주: 전극을 접촉시켜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할 때 전극의 선단은 접촉저항에 의해 과열되고, 전극이 증발해 금속 증기를 발생 하여 방전하는 현상라고 부르는데,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가끔 콘센트에 플러그를 끼울 때 발생하는 불꽃 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크가 발생해도 차단기가 문제가 일어나는 곳의 전류를 차단하기 때문에 불꽃은 채 1 초도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데 믹새드가 동영상에서 본 빛은 30초간 계속됐고 연달아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동영상을 계속 돌려봤다. “그때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믹새드는 말했다. “그것도 정말 큰 문 제였다” 콘 에드의 전기공 베니 바르게세 Benny Varughese가 보트보다 한 발 앞서 14번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맥기버와 바르게세, 두 명의 소방관은 고무보트를 들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애비뉴 B와 애비뉴 C 중간쯤에서 물이 허리께에 차고, 모터가 물에 잠길 정도로 깊어졌다. 그들은 보트를 띄웠다. 보트를 왼쪽으로 꺾어 애비뉴 C에 들어서자 물살과 바람이 거세졌다. 보이는 빛이라곤 앞을 똑바로 가리키는 보트 불뿐이었다. 물 위로 자동차 지붕과 쓰레기통이 보였다. 떠다니는 자동차들이 보트 가까이 다가왔다. 보트는 이리저리 피하며 나아갔다. 서로 부딪치거나 상점과 충돌하는 차들도 있었다. 보트 안으로 물이 밀려들었다. 그들이 전력단지의 북쪽 건물에 접근했을 때 맥기버는 지붕 위에 있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소방관이 입구 쪽으로 보트를 끌었다. 맥기버는 흔들리는 보트에서 어두운 물속으로 손을 넣었다. 하지만 열쇠를 자물쇠에 꽂을 수 없었다. 맥기버는 지붕 위의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소리쳤다. 소방관들이 보트를 돌려 물결이 훨씬 잔잔한 골목에 있는 남쪽 건물로 향했다. 맥기버는 문을 열 수 있었다. 건물 내부의 불은 꺼져 있었다. 직원들은 2층에서 양말을 말리고 있었다. 제어실에는 물이 4피트(약 1.2m)가 량 차 있었다. 한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소방관들이 변전소 꼭대기 굴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두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했다.
소방관들이 직원들을 애비뉴 B로 나르는 동안 맥기 버는 엉덩이까지 물이 차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맥기 버는 어둠 속에서 서류 캐비닛 위에 쪼그리고 있는 직원을 발견했다. 그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무사했다. 모든 직원들이 보트로 구조됐다. 소방서는 북쪽 건물에 다른 보트를 보내 지붕 위의 사람들을 구조했다. 바르게세는 시설의 고장 난 부분을 찾아낸 뒤 사진을 찍어 대책본부로 보냈다. 믹새드는 이메일을 열어 저압 회로의 사진을 봤다. 저압 회로는 고압 회로보다 훨씬 고치기 쉽다. 저압 회로 없이 변전소를 가동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가 그날 밤 접한 소식 중 유일한 희소식이었다.
해가 뜨고 몇 시간 후 버크는 회로를 조사하기 위해 맥어보이와 함께 차를 타고 13번가 변전소로 향했다. 배전 시 쓰이는 전선과 회로들은 환상모선(a ring bus)이 라고 불리는 회로에 배열된다. 일반적으로 회로의 한 부분이 망가지면 차단기가 열리고, 전류가 다른 곳으로 흐른다. 하지만 변전소가 침수되면 모든 차단기가 즉시 열린다. 전류가 흐를 곳은 공기뿐이다. 그래서 번개같은 아크가 발생했던 것이다.
처음 할 일은 변전소 시설을 말리고 청소하는 것이었다. 고압선을 복구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고압선은 대개 송전탑 사이에 세 줄씩 매여 있다. 공기 가 전기를 전도(傳導)할 수 있기 때문에 스파크와 합선을 피하기 위해 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30~40피트(약 9~12미터) 간격으로 설치된다. 하지만 맨해튼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결책은 전기의 불량도체인 석유이다. 축구공 정도 지름의 파이프에 세 전선을 넣고, 점성이 큰 석유로 채 우면 고압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파이프에 지속적으로 큰 압력을 가해 석유에 공기를 차단한다. 펌프가 그 일을 한다. 하지만 13번가 변전소의 전원이 나갔을 때 펌 프가 멈춰서는 바람에 파이프에 공기가 들어갔다. 보통 파이프에 다시 압력을 주려면 최소한 72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다시 펌프를 작동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변전소의 다른 모든 시설들처럼 펌프도 청소하고 말려야 했다. 몇몇 펌프는 너무 많이 젖어 있어 브롱크스 Bronx에 있는 오븐으로 보내야 했다. 수리가 불가능한 펌프도 있었다.
변전소를 떠나기 전에 버크는 맥어보이에게 언제 다시 전력을 복구하고 변전소를 가동할 수 있을지 예측해 달라고 요청했다. 맥어보이는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버크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또 다른 재앙이 시작되고 있었다. 콘 에드는 태풍이 오기 전, 뉴욕 시의 다섯 개 화력 발전소 중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른 두 곳은 태풍이 올 때 가동이 중단됐다. 그래서 한 발전소가 도시 전체의 전기를 책임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증기 압력이 충분히 높지 않으면 파이프가 터질 수 있었다. 버크는 14번가 아래 지역의 증기 난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버크는 오후 3~4시까지도 언제 전력이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버크는 가능한 한 빨리 정확한 추정치를 알길 원했다. 버크가 CEO에 오르고 일 년 후 퀸스 Queens에 정전 사태가 있었다. 그가 지금 겪는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 였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다. 전력이 복구되는데 일주일 이상 걸렸다. 한 시의회 의원은 CEO 교체를 요구했다. 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러 가기 직전에 버크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토요일 저녁까지 맨해튼 전역에 전력이 복구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화요일 밤 11시, 앞으로 며칠 동안 해야 할 모든 일을 검토하기 위해 복구팀이 모였다. 맥어보이는 이른 아침 까지 펌프가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는 자정을 넘겨 끝났다. 버크는 사무실로 돌아와 옆에 붙어 있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그의 간이침대가 있었다. 버크는 옷을 벗고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난방이 되지 않아 건물 안에는 한기가 돌았다. 그 는 문을 닫고 40시간 만에 처음으로 잠을 청했다.
수요일 정오까지 펌프는 작동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맥어보이는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 상황에선 아무리 일러도 토요일 정오까지 고압선에 다시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없었다. 변전소를 재가동하려면 또 다시 12~24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러면 버크가 약속한 것보다 하루 늦은 일요일 오후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동력이 돌아온 후 뉴욕교통청(MTA)이 지하철을 운행하는 데 하루가 더 걸렸다. 블룸버그 시장은 월요일까지 열차가 정상운행돼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맥어보이는 팀원들에게 다시 변전소를 가동하려면 8 개의 고압선 세트 중 꼭 필요한 게 몇 개인지 계산해보 라고 지시했다. 몇 시간 후 답이 나왔다. 3세트가 필요했다. 6개의 고압선에만 펌프를 가동한다면 72시간 내 에 파이프에 압력을 가할 수 있었다. 또 정말 문제가 생기면 3개에만 펌프를 가동할 수 있었다.
목요일 무렵 콘 에드는 뉴욕의 모든 시민들이 겪는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연료가 떨어지고 있었다. 원래 천연가스 사업부에서 일하던 캐서린 보든 Katherine Boden 이 다른 곳에서 도우러 온 수천 명의 전기공들이 지내는 다섯 개의 텐트촌..라이 플레이랜드 Rye Playland, 메츠 Mets의 홈구장 시티 필드 Citi Field 등에 있었다..을 관리하기 위해 수요일에 물류 부문으로 옮겨왔다. 여느 때 처럼 보든이 텐트촌 운영자와 전화로 회의를 하는 동안, 모든 직원들이 하나같이 연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료가 없으면 송전선 복구 작업은 서서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보든은 트럭 운전사들을 고용해 도시 밖에서 연료를 가져와 작업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바로 보냈다. 작업자들이 자는 동안 콘 에드의 밴에 트럭들이 가져온 연료가 채워졌다.
금요일 아침 맥어보이는 기분이 들떴다. 13번가 변전소로 연결되는 고압선 중 세 개가 준비를 마쳤다. 믹새드는 정오까지 일부 주민들의 전기를 복구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고압선에 전류를 흘려 보냈을 때 회로에 전류가 돌지 않았다. 몇몇 계전기 스위치를 고쳐야 했다.
오후 4시 52분, 약 106시간째 대책 본부에 있던 존 믹새드는 일어나 소리쳤다. “쿠퍼 스퀘어 Cooper Square에 전력을 복구했다!” 19층 강당에서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일했던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환호했다. 약 6만 7,000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전력이 복구됐다. 한 시 간 후 믹새드는 첼시 Chelsea에 전력이 복구됐다고 발표했 다. 한 시간 후 시청에도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자정 전에 맨해튼 전역의 전력망 중 약 절반이 복구 됐다. 믹새드는 콘 에드가 버크의 약속을 지키자 안도했다. 그는 맥어보이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 있는 침대로 향했다. 토요일 새벽 5시경 맨해튼의 모든 전력이 돌아왔다.
한밤중에 맥어보이의 아내가 그를 태우러 팰럼 Pelham에 있는 자택에서 차를 몰고 뉴욕 시로 왔다. 그 주에 처음으로 집에 가는 것이었다. 맥어보이 가족의 집도 정전됐다. 그녀가 시내에 진입했을 때 도시는 여전히 거의 깜깜했다. 같이 교외로 나갈 때 비로소 불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남편이 정말 멋진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제때 꺼지고 제때 들어오는 게 더 멋지다”라 고 대답했다. 버크는 새벽이 되기 전에 간이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임시 침실과 사무실 사이의 문을 열고, 오랫동안 당연시됐지만 이제 다시 소중히 생각하게 된 것을 바라보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체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도시는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좀처럼 과장하지 않는 버크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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