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16단 시제품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 16단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프라이빗 부스에서 일부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시제품을 공개해왔던 과거 행보와 달리 대중에게 곧바로 선보이면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 600평 규모로 꾸려진 SK그룹 전시관에서 HBM3E 16단 시제품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손톱 크기의 HBM3E 16단 시제품과 확대 제작한 모형을 함께 전시했다.
HBM3E 16단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전하고 있는 분야다. HBM은 단수가 높을수록 데이터 처리 용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만큼 공정 난도도 급격하게 올라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16단 HBM3E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뒤 11월 열린 ‘SK AI 서밋’에서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올린 칩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터에서 연산장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조할 수 있어서 각광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 HBM3E 16단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해 인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출하해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일반 대중에게 HBM3E 16단 시제품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반도체 업계는 시제품을 선보일 때 별도의 부스를 꾸려 기업 고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프라이빗 부스를 꾸려 초대받은 고객에게만 HBM 등 AI 반도체 일부를 선보였다.
SK하이닉스가 이례적으로 차세대 HBM 시제품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그만큼 AI 반도체 기술력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만 해도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할 정도로 타 반도체 회사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 격차는 상당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CES 2025에서 HBM3E 16단 시제품 외에도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더블데이터레이트(DDR)와 익스프레스링크(CXL), 지능형반도체(PIM) 등 AI 메모리 라인업을 선보인다. 또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개선한 ZUFS 4.0과 LPCAMM2 등 온디바이스 AI용 제품도 전시한다.
박명수 SK하이닉스 US·EU 영업담당(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역량은 SK하이닉스와 나아가 한국 메모리 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라며 “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 이어 앞으로도 한국 반도체 사업과 글로벌 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