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뉴 G클래스’를 내놓았다. G클래스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G클래스는 험한 길에서도 최상급 성능을 자랑하는 SUV차량이다. 벤츠는 최초 모델이 나온 1979년 이후 외관에 큰 변화 없는 개량 모델만을 판매해오다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완전히 변신한 ‘뉴 G클래스’를 공개했다. 강원도 대관령에서 뉴 G클래스를 직접 몰아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역시 차는 타봐야 안다. 엄청난 녀석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렇지만 실제 근력은 보이는 것 이상이다. ‘더 뉴G클래스(이하 G클래스)’를 타는 내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해발 1,407m 소황병산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G클래스는 진정한 오프로더가 무엇인지를 거침없는 몸놀림으로 보여주었다.
1979년 탄생한 G클래스가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G클래스는 33년 만에 안팎을 다듬고 2012년 4월 베이징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실용성에 중점을 둔 오프로더로 출발한 G클래스가 이젠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편의 사양까지 담아냈다. 각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새로운 엔진을 얹어 온로드에서도 거침없고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주었다. 시승에 앞서 클라우스 헬무트 하르트만 G클래스 제품 매니저는 말했다. “G클래스는 SUV가 아닙니다. 오프로더에 럭셔리가 더해진 차량이죠. 세계 어디에도 이런 차는 없습니다. 일단 타 보면 알게 될 겁니다.”
거친 곳을 누비면서도 G클래스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럭셔리 오프로더라면 이 정도쯤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독일 병정 같은 차
무뚝뚝한 표정에 반듯한 자세, 거기에 믿음직한 전투력까지 더해진 독일 병정 같은 모습. 삼양목장에서 마주한 G클래스는 딱 그랬다. 3,000CC V형 6기통 디젤엔진을 얹은 G350블루텍이다. 5,500CC V8 가솔린엔진을 품은 G63 AMG가 살짝 탐이 났지만 녀석의 기본기를 확인하기에는 G350블루텍이 더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색 G클래스 6대가 줄을 지어 삼양목장을 출발했다.
소황병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온통 눈과 얼음이 뒤덮고 있었다. 비욘 가르트링 메르세데스벤츠 오프로드팀 전문 드라이버가 무전을 날리며 선도 차를 이끌었다. 5분쯤 오르자 첫 번째 장애물이 길을 막아섰다. 어림잡아 어른 무릎 깊이는 돼 보이는 개울이었다. 두꺼운 얼음이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어, 저것 봐라?” 선도 차가 과감하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선도 차가 빠져나가자 운전대를 잡은 손에 살짝 땀이 배었다. 차체가 개울을 향해 고꾸라지려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본능을 억제해야만 했다. 그순간 비욘 가르트링이 무전으로 알려왔다 .“저단 기어 버튼을 누르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세요. 그 상태로 그냥 내려와야 합니다.” G클래스에는 저단 기어비(low-rangeration)라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저단 기어비를 사용하면 최대 45도 경사를 오를 수 있고 내리막에서도 바퀴 잠김 없이 천천히 내려올 수 있다.
‘스르륵~’ 2톤이 훌쩍 넘는 육중한 G클래스가 물살을 갈랐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새겨진 삼각 별이 물에 닿았다. 이어 네 바퀴도 모두 물속에 잠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멈췄다. 가속페달을 밟자 뒷바퀴 바로 앞에서 보글보글 물거품이 올라왔다. 머플러가 뒷바퀴 앞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G클래스가 물속에서 전진하며 가볍게 건너편 언덕에 올라섰다. 클라우스 헬무트 하르트만 G클래스 제품 매니저는 말했다. “G클래스는 깊이 60cm 속에서도 주행이 가능합니다. A필러(앞유리와 옆유리를 연결하는 프레임) 옆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도하과정에서 엔진·변속기·머플러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물을 건너는 데 별다른 운전 실력은 필요 없었다. 그저 운전대를 움직이고 가속페달에 발만 얹었을 뿐이었다. “차를 믿어라.” 비욘 가르트링이 무전으로 전하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100여 대를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2012년에 들여온 50대는 모두 팔려나갔다.
마초 본능 자극하는 차
가볍게 개울을 건넌 은색 G클래스는 다시 눈 덮인 가파른 언덕길로 들어섰다.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어디든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곧 엄청난 재미로 변했다. 벤츠코리아는 이 시승을 위해 거친 길 중간중간에 깊은 구덩이까지 파놓았다.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도로가 사라지는 일도 빈번했다.
필자는 서서히 차를 움직여 구덩이에 진입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 페달은 밟지 않았다. 워낙 험하게 파놓은 구덩이여서 비욘가르트링이 다시 무전을 날렸다. “디퍼런셜락 differential locks 버튼 세 개를 모두 누르세요. 차를 믿고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됩니다.” 차체가 모두 들어갈 정도로 깊이 파인 구덩이에서도 G클래스는 거침이 없었다. G클래스가 험한 길을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있는 건 바퀴 하나만 접지력을 유지해도 전진이 가능한 디퍼런셜 락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한 G클래스는 평상시 동력을 전후륜 50대50으로 나눠서 운행한다. 하지만 노면 상태나 주행 상황 변화에 따라 각 바퀴의 회전속도가 달라질 경우, 디퍼런셜 락을 작동시키면 각 바퀴별로 동력을 다르게 전달할 수있다.
4륜구동 SUV 중에서도 디퍼런셜 락 기능을 갖춘 차는 드물다. G클래스는 한 술더 떠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디퍼런셜 락을 탑재했다.
험한 산길을 1시간여 동안 달리며 다양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만났지만 G클래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쉽게 길을 올라탔다. 상하좌우로 내동댕이쳐지면서도 차체가 받는 힘을 견뎌내는 사다리형 프레임은 삐걱거리는 소음조차 내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소황병산 정상에 올랐다. 일렬로 선 은색 G클래스가 지는 해를 받아 반짝거렸다. 정상에서 잠시 내려 칼바람을 맞았다. G클래스가 운전자에게 마초 본능을 자극한 셈이었다. 이제 어둠이 찾아온 길을 내려가야 할 때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급경사를 내려가지만 마음은 느긋했다. 실내는 고요하고 가죽시트는 편안했다. 거친 곳을 누비면서도 G클래스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럭셔리 오프로더라면 이 정도쯤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G클래스는 벤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무나 탈 수 없는 차
G클래스는 일반 SUV론 주행이 불가능할 것 같은 빙판길뿐만 아니라 눈 덮인 경사로도 거침없이 달린다. G클래스는 오프로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단일 모델로는 최장 기간 동안 생산되고 있다. 그동안 20만대가 팔려나갈 만큼 오프로더의 전설로 명 성을 이어오고 있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군대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다.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에서 군용으로 사용 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9,000 대 중 20%가량을 군대에서 구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국내에 G350 블루텍과 G63 AMG 두 가지 모델을 출시 했다. 부가세가 포함된 차 값은 G350 블루 텍 1억4,800만 원, G63 AMG 2억900만 원 으로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클라우 스 헬무트 하르트만 G클래스 제품 매니저 는 말한다. “제대로 된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 G클래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 다. 이 차가 가진 성능은 위험한 오프로드 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일종의 보 험이라고 생각합니다. G클래스를 모는 데 지불하는 비싼 대가는 진짜 오프로드를 즐 기기 위한 비용인 셈이죠.”
G클래스는 조금 특별한 것을 원하는 셀 레브리티에게 사랑받는 차다. 브래드 피트 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 아놀드 슈왈제네 거, 브룩 쉴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 스타들이 애마로 사용한다. 교황은 방탄유 리로 감싼 G클래스를 의전 차량으로 쓰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국내 G클래스 타깃을 40~50대 남성으로 잡고 있다. 벤츠코리아 는 올해 100여 대를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 다. 2012년 들여온 50대는 모두 팔려나갔 다. G클래스는 오스트리아 쇼클 공장에서 전량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하루에 52대밖에 생산할 수 없다. 마니아층이 두 터운데다 생산량이 적다 보니 주문 후 6개 월 정도는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G클래스를 두고 ‘네모난 상자 같아서 볼 품없다’고 말한다면 오프로더의 성격을 제 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G클래스 는 오프로드를 달리려면 이렇게 만들어져 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차 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기본을 지켰고 첨단 기술을 더해 안전을 강화했다. 여기에 고급 세단 뺨치는 인테리어까지 갖췄다. G 클래스는 벤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많은 이들이 직접 경험해볼 수 없다는 점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