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동산시장 전망

최악의 상황에선 탈출 가계부채가 최대 변수

2012년 부동산 시장은 악몽 그 자체였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전례 없는 깊은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차병선 기자 acha@hk.co.kr


2012년 부동산 시장은 깊은 수렁에 빠진 해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도권과 지방, 매매와 전세 가릴 것 없이 깊은 침체를 겪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며 하우스 푸어, 깡통 주택과 같은 용어들을 양산해 냈다. 한편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나름 각광을 받았다. 이는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들이 노후 대비책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외 지방 분양 시장에선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청약호조를 이어가기도 했다.


주택
점차 맑음

2013년 주택 시장에선 가격을 끌어올릴 호재와 반대로 하락시킬 요인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소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주택 수요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실물 경기다. 주택 시장이 투자자시장에서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실물 경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데, 실물 경기가 침체하면 수요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2013년 실물 경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경제연구소와 각종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국내 경기는 적어도 상반기 동안 2012년의 침체가 이어지고 하반기 들어서야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 수출이 늘어 국내 경제회복을 견인할 거란 예측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부채가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국내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V자형으로 반등해 거래량이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 다만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요심리가 개선돼 지금처럼 극도로 침체된 분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부정적 요인이 몇 가지 더 자리잡고 있다. 세종시나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수도권 주택수요가 지방으로 남하해 수도권에 수요 공백이 발생했다. 또 왕성한 주택수요를 자랑하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젊은 층이 주택 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구조적인 악재다. 다만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역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은 국내 경제상황을 따라갈 것으로 보여,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개선된 전약후강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를 체감하려면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가격이 고점대비 최대 30% 이상 하락해 있어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과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 위축세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기초체력을 쌓는 시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격이 급락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좀 더 재고 조정 기간을 거칠 것”이란 박원갑 KB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의 전망이다. 사실 2012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상품이 중대형 아파트였다. 단기간에 1억~2억 원이 하락했다.

한국 경제가 2007년에 펀드통을 앓았다면, 2012년엔 중대형 아파트통을 앓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집 평수 넓히는게 삶의 보람이었다. 집 평수를 넓히면 노후가 보장된다고 생각했다. 이 재테크 패러다임이 무너졌다. 명목 가치는 2006년 말 대비 정확히 50% 내렸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총 70% 정도 내린 셈이다. 베이비부머는 아노미 상태다. 큰 집을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고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집값이 폭락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박원갑 팀장은 말한다. “중대형 아파트에 투자한 이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앞으로도 2~3년간은 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아파트는 더 이상 크게 하락하지 않고 서서히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형 아파트 전망은 다르다. 박 팀장은 현재 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평가한다. “전세난이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서 소형아파트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형이나 중형이나 매매가 차이가 거의 없어요. 사실상 버블이나 다름없어요. 소형은 아직 살 타이밍이 아닙니다.” 박 팀장은 대신 보금자리 분양이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노리라고 권한다. 이에 반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소형주택 시장은 앞으로도 더 빠지기가 힘들어 보입니다”라며 “실수요 목적이라면 최대한 저렴한 매물을 잡는 게 중요하지, 타이밍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2013년에 주택을 매매하려면 정책적 변수를 고려하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할 겁니다. 당장 상반기엔 가격 상승이 어렵겠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거시경제도 개선되고 부동산 거래도 조금씩 늘고 가격도 일부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량은 18만5,083가구로 2012년보다 6.6% 늘었다. 하지만 2008~2012년 평균치인 25만9,174가구에 비해 28.6%가 줄었다. “2013년 아파트 입주량은 사실상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이에 따라 수급불균형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죠.” 박원갑 팀장은 말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인천을 제외하고 서울, 지방 광역시에서 입주물량이 증가한다. 서울은 서초, 강남보금자리지구와 송파 위례 신도시에 지방광역시는 혁신도시에 공공물량이 본격적으로 입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 적체로 시장 회복이 어려운 경기, 인천은 새 아파트 물량이 26.7% 줄어든다. 특히 인천은 전년대비 56% 감소한 1만1,232가구가 입주한다.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송도 GCF 유치가 진행이 되면 쌓여 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해소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분양 시장은 2012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내년 분양사업계획을 일부 수정해 예정보다 늦추고 있다. 기존에 예정된 사업장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대부분 미루고 사업성이 뛰어난 일부 사업장만 선별적으로 우선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불투명한 데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투자 심리를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대선에 따른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선 다음 지역이 눈여겨볼 만하다. 위례신도시 A2-5, A2-10, A2-12블록에 총 2,42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판교신도시에도 알파돔시티 주상복합과 판교동 C2-2, C2-3블록에 946가구가 공급된다. 이외에도 수도권에서 청약 호조를 보였던 동탄2신도시, 수원광교와 지방의 세종시와 혁신도시 내에서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대부분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에 집을 살 사람은 상반기를, 팔 사람은 하반기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전세물량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2년 10만7,000여 세대에서 2013년 8만7,000여 세대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그칠 수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말한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전체 주택 공급물량은 2011년에 비해 늘고 있어 전세 시장 불안이 우려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오피스텔도 수도권에서만 2013년에 2만7,175실이 입주 예정돼 있어, 절대적인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2012년(약 1만800실)에 비해 2.5배가 넘는 물량이다. 일단 1~2년 전처럼 극심한 전세난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 이유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의 공급 외에도 전세가가 그동안 단기간 급상승해 시장의 피로감이 크고 물가가 오르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며 비싼 전세를 소비할 수 있는 구매력이 줄었으며 수능시험이 쉬워져 강남권 교육 이사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는 점 등이 있다. 따라서 전국적인 전세난보다는 국지적 전세난이 일어나는 등 지역적으로 분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수익형부동산
안개 주의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은 상가다. 일단 상가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가는 공급과잉 상태이고 또 임대수익이 낮다는 점이 복병이다. 그래서 무차별적으로 매입하기보다는 입지를 잘 선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상가나 아파트 단지형 상가 등에 관심을 둬야 한다. 또다른 수익형 부동산인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물량이 최근 2년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3년 말에는 공급과잉에 이르러 수익률이 하락할 뿐 아니라 월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쏠림현상에는 항상 후유증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원갑 KB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기대하지 말고, 매달 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지
흐림

원재료 시장 성격이 강한 토지 시장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지 시장은 후행적 성격이 강하다. 부동산 시장 가운데 회복이 가장 늦다. 2013년에는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이나 국책 사업도 활발하지 않아 땅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심역세권 등은 각종 수요로 강세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토지 시장이 본격 회복세를 타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