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마이클 포터의 사전에 중단이란 없다

마이클 포터만큼 많은 기업 경영인과 국가에 영향을 끼친 경영학 교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65세인 포터가 이제 올스타팀을 이끌고 미국 경제를 구하러 나섰다. By Geoff Colvin

금 이 순간에도 기업인들은 전 세계 곳곳의 사무실에서 고위 경영진 회의를 열고, 경영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들은 정말 최저 비용을 달성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업계의 틈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지 집중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모두를 조금씩 다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은 그랬다가는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 모든 활동을 정말 가치 사슬 안에서 다 수행해야 하는가?” “아니다!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 모두가 그 회의의 결정이 기업의 생사를 가른다는 사실을 알기에 토론의 열기가 뜨거워진다.당신이 이런 회의에 끼어들어 참석자들에게 왜 그런 문제를 논의하냐 고 묻는다면, 그들은 당신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볼 것이다. 그런 사안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문제들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회의를 하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태초’부터 이야기해 온 문제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부지불식간에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 교수인 마이클 포터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한때는 앞서 언급된 개념들이 대부분 경영학적 사고의 기반이 된 건 아니었다. 포터의 전 동료이자 오랜 기간 토론토 대학교 로트먼 비즈니스 스쿨 원장을 지낸 로저 마틴 Roger Martin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SCA)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이크 포터가 SCA가 중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회의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것이 이유다.”
포터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기업인들만이 아니다. 국가와 지역, 도시의 지도자들은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을 이용해 경쟁력 강화 계획의 틀을 잡는다. 환경 정책입안자들도 포터의 가설을 활용한다. 보건의료 개혁가들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분야를 개선하기 위해 그의 이론을 연구한다.
이제 포터는 또 하나의 방대한 주제에 대한 담론을 바꾸려 한다.
바로 미국의 경쟁력 이야기다. 포터와 얀 리브킨 Jan Rivkin 교수가 주도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는 학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시도다. 교내·외 학자들을 초빙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포터는 “우리는 아직 이런 작업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선의와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라. 사람들은 우리 말에 귀 기울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포터는 자신 외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가 (리브킨의 표현대로 ‘창의 끝’이 되어) 참여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프로젝트는 아마 출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 논제 중 하나는 미국의 경쟁력에 대한 대부분의 논쟁이 거의 언제나 연방정부의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포터와 리브킨은 다음의 기고문에서 미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포터는 그가 하는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 글을 통해 영향을 미치고 싶어한다. “우리는 모든 기업인들이 이 글을 읽은 후에 ‘까짓 거, 이렇게 해보는 거야!’ 라고 하기를 바란다.”
65세라는 나이에 이미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포터가 이제 은퇴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55세 정도의 외모를 갖춘 그는 35세 청년보다 더 활력이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내가 특히 운이 좋은 점은 (그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다) 스스로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점이다. 전혀 질리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너무나 많은 학자들이 질려 하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 주 동안 이뤄진 그의 평범한 일상을 살펴보자. 런던에서 보스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글을 쓰고, 월스트리트 저널 에디터들을 만나고, 허핑턴 포스트와 영상 인터뷰를 하고, CNBC에 출연했다. 그리고 하버드에서 회의와 콘퍼런스를 수차례 주최하고, 그가 1994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경쟁 도시를 위한 이니셔티브 (Initiative for a Competitive Inner City)’에서 대규모 청중을 대상으로 두 차례 강연을 했다. 또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KKR)와 뉴어크 Newark의 코리 부커 Cory Booker 시장, 포춘 500대 기업에 오른 한 회사의 CEO, 그리고 르완다 정부에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마치 공기만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전직 컨설턴트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내고 ‘마이클 포터 이해하기(Understanding Michael Porter)’라는 책을 쓴 조앤 마그레타 Joan Magretta 는 “마이크와 30년 동안 일했는데 그가 제대로 식사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포터를 이해하는 책은 도움이 될 만하다. 그가 종종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널리, 그리고 마땅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략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잘못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첫 주요 저서는 1980년 출간된 ‘경쟁전략 (Competitive Strategy)’이었다. 이어 ‘경쟁우위 (Competitive Advantage),’ ‘국가 경쟁우위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와 ‘경쟁론 (On Competition)’이 나왔다. 그리고 ‘경쟁도시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정도면 그의 화두가 무엇인지 분명해 보이지 않은가?
그 경쟁에서 이기는 일은 포터의 연구와 인생 전반을 규정해 왔다. 어린 시절 삶의 중심은 스포츠였고, 뉴저지 주 먼무스 고교 재학 시절에는 주 대표 축구 선수와 농구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항 공 공학을 전공하던 프린스턴 대학교 시절에는 전미대학경기협회 (NCAA) 국가대표 골프 선수였고, 파이 베타 카파 Phi Beta Kappa *역주: 우수 학생들의 친목단체의 일원으로 졸업을 했다. 졸업 후 바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곳에서 강단에 서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깨달았다. 그는 동기 중 최우수 5% 학생만 받는 영예인 베이커 장학생 Baker Scholar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특이하게 전공을 바꿔 찰스 강(Charles River)을 건너 *역주: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경제학과 건물은 찰스 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하버드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했고, 최고 졸업논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다시 강을 건너 경영대학원 강단에 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8년 만에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에서 학 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는 연구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경영대학원생 시절 ‘경쟁에 대한 실무자의 시각’을 터득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반론적인 이해에 불과했다. 케이스별로 제 각각인 지식에 불과했다. 경제학자로서 그는 ‘경쟁에 대한 산업 경제학의 더 추상적인 시각’을 이해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그 정반대였다. 개별 기업이 다 비슷비슷했고 흥미롭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다양한 교육의 조합 덕분에 기회가 풍부한 분야가 어느 것인지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주제들을 파고들었다.
그는 ‘경쟁전략’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했고, 이 책은 당시 최고의 경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기업들은 다섯 가지의 경쟁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바로 기존 경쟁자들, 신규 진입 기업의 위협, 대체 상품 혹은 서비스의 위협, 공급자의 교섭력, 그리고 구매자의 교섭력이 그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기업들은 한 가지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 가능한 대안은 세 가지밖에 없다. 원가 우위를 점하거나,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거나, 틈새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이 모두를 조금씩 다 하려고 하면 (이를테면 중간에 끼면) 전략 중 어느 것도 그 이익을 실현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한 가지에만 집중한 경쟁자에게 지게 된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경영의 사고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포터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한편으론 다른 한 가지 반응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포터는 “‘이거 당연한 얘기잖아’라는 반응이 최고의 칭찬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런 반응에 정말 화가 났는데, 이제는 복잡한 문제를 매우 쉽고 당연해 보이도록 풀어내는 게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현실 세계의 업계 실무자들도 이에 동의한다. 컨설턴트인 에이드리언 슬리보츠키 Adrian Slywotzky 는 “포터의 다섯 가지 경쟁요인 분석틀은 지금도 그당시만큼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포터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한다”고 말했다. “전혀 질리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너무나 많은 학자들이 질려 하는데 말이다.”

포터의 커리어에서 매우 역설적인 사실은, 그가 학계의 제1원칙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최고의 학문적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다. 학계에선 통상 최고 권위의 학술 저널 수십 군데에 얼마나 많이 논문을 발표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 하지만 포터는 이 같은 관행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39년간의 교수 생활 동안 그런 논문은 일곱 편만 발표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수많은 논문은 여기서 제외되는데, 학계에선 이 책이 단순한 ‘실무자용 잡지’라고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터는 하버드 대학교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이자, 교수진의 단 1%만이 가지는 특권인 석좌교수 지위(University Professorship)를 인정 받았다. 하버드대 어느 학부나 대학원에도 소속되지 않고, 어느 학과에서든 그의 관심이 이끄는 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학문적 성공에는 의미심장하면서 역설적인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포터가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학술저널들의 논문 각주에 포터만큼 경영·경제 분야에서 자주 인용된 저자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현실 사회에 영향을 끼치려고 시도한 포터의 작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리브킨 교수는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미친 영향으로 그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만큼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다.”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는 한창 진행되고 있다. 포터는 이제 무엇을 변화시키려고 할 것인가? 그는 석좌교수 지위를 활용해 공중보 건 대학에서 중국의 보건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학 대학에선 아프리카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케네디 행정대학원 (Kennedy School of Government)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하버드에는 이 외에도 수많은 학부와 대 학원들이 있다. 그는 “어제는 하버드 교육대학 학장을 만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교육분야를 재구성할 기회가 있다. 그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포터는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뒤늦게나마 ‘다른 사람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가 그 첫 증거물이다. 그러나 일을 야심 차게 많이 벌이는 게 그의 천성인지라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많은 것을 이루려 할 것 같다. 최소한 그가 질리는 날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런 날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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