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P&G CEO는 계속 자리 보전을 할 수 있을까?

CAN P&G'S CEO HANG ON?

프록터앤드갬블(이하 P&G)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새롭게 도약 중이다. 이 정도면 밥 맥도널드 Bob McDonald가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By Jennifer Reingold with Doris Burke


개 실적발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1월 25일 위기에 처한 P&G의 CEO 밥 맥도널드는 분기 실적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질문을 받았다. 콧소리가 섞인 중서부 톤으로 질문에 답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기쁨을 감지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발표되었을 때 분명 안도감과 기쁨을 드러냈다. P&G 핵심 부문의 주당 이익은 12% 상승했고, 일회성 경비가 줄면서 매출도 3% 증가했다. P&G 비판가들이여 보라! P&G 주가는 빠르게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소식은 팸퍼스 Pampers(기저귀), 타이드 Tide(세제), 도니 Downy(섬유유연제), 크레스트 Crest(치약) 등을 생산하는 소비재 분야의 거물 P&G에겐 별 다른 뉴스가 아니었다. P&G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다. 이따금씩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175년간 꾸준히 번창해온 미국의 대표 기업이다. P&G는 탁월한 제품과 훌륭한 마케팅 전략, 직원들의 높은 충성심 덕분에 오랫동안 존경 받는 기업으로 군림해왔다. 직원들은 프록토이드 Proctoids(프록터의 로봇)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존경과 조롱의 의미가 섞여 있다.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자랑하는 제품을 25개나 보유한 P&G는 세계 최대의 소비재 생산업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은 P&G에게 힘든 시기였다. P&G가 자랑하는 혁신동력이 정지상태에 빠졌고,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고객들도 값비싼 P&G의 프리미엄 제품을 버리고 저렴한 대체품을 찾았기 때문이다. 개발 도상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유니레버 Unilever 같은 발 빠른 라이벌 기업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가지 고려해 볼 것이 있다. 2009년 7월 맥도널드가 CEO에 취임했을 때, P&G의 연 매출은 750억 달러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2013년까지 연 매출 1,02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다면 작년 매출은 어땠을까? 약속과 달리 매출은 837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P&G의 순이익이 20%나 하락했다는 것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6월, P&G가 진출한 전체 시장 중 60% 이상에서 점유율이 감소했다. 장기 근속 직원들과 은퇴한 전직 사우들은 취약성과 불안감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P&G가 경쟁력을 잃은 게 아닌지 우려했다. 많은 사람들은 맥도널드가 CEO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맥도널드가 주창하는 '생산성 문화' 형성과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토대로, P&G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관측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40/20/10'이라 불리는 전략을 발표했다. 40개의 가장 큰 '국가/분야의 조합'(예를 들어 중국/세탁 분야), 20가지 최대 혁신, 10곳의 가장 수익성 좋은 개도국으로 초점을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또 강력한 신제품들의 출시가 임박했다고 공언했다.

맥도널드도 이런 변화에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는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돌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빨리 깨닫고 최근에서야 추진했던 일들을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P&G는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며 "이제는 정말로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P&G가 르네상스를 선포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최근 수치들부터 살펴보자.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건 멋진 일이다. 이 같은 사실과 1월의 주식 시장 호황을 감안하면 최근 P&G 주가의 폭락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빌 애크먼 Bill Ackman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가 변화를 촉구해온 이유도 설명될 수 있다. P&G가 그랬던 것처럼 먼저 목표치를 낮춘다면,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훨씬 쉬워진다(최근 주가가 급등했지만, 맥도널드의 임기 동안 P&G 주가는 라이벌 기업들에 뒤처졌다).

P&G의 문제는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고위 임원들이 조기 은퇴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했다. 최근 발표된 직원 설문조사와 상위 헤드헌팅 기업의 정보에 따르면, 다른 직원들도 여전히 이직이나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끊임없이 P&G 직원의 이력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P&G의 CEO를 역임했던 에드 아츠 Ed Artzt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바로 두뇌유출이다. 내부 승진에 의해 기업을 지탱해 나가는 시점에서 훌륭한 인재의 손실은 거의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힌다"고 말했다. P&G는 포춘에 내부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직률이 업계 평균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P&G가 지키려 했던 고급 인력의 누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현직 고위 간부 31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맥도널드를 지지하는 그룹과 그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믿는 그룹 간의 의견차를 발견했다. 그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변화이지, 소극적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월가는 당장 결과를 원한다. 맥도널드의 CEO 자리도 실적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P&G에는 고난의 길이 펼쳐져 있다. 샌퍼드 번스타인 Sanford Bernstein의 수석 애널리스트 알리 디바지 Ali Dibadj는 "P&G 175년 역사에서 향후 여섯 달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7월 1일 맥도널드의 CEO 취임은 전통적인 P&G 방식을 따랐다: 미리 잘 짜인 각본대로 P&G에서 오랫동안 일한 후임자에게 권력이 이양됐다. 올해 59세인 맥도널드는 1980년 P&G에 입사했다. 그리고 캐나다, 일본, 필리핀, 벨기에를 거치면서 승진을 거듭했고,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까지 올랐다.

맥도널드는 웨스트 포인트 West Point *역주: 미국의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정찰병(Army Ranger)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그는 군인출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계적 사고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패튼 장군처럼 과장된 행동을 하는 전형적인 옛 군인이라기보다는 현대적 군인이나 이론가의 이미지에 더 가까웠다. 오랫동안 리더십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그는 P&G의 임원 육성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인간적으로도 맥도널드는 성실하고 친근한 인물이다(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급이 낮은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그의 리더십은 타고났다기 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물로 느껴진다.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강인한 의지가 느껴진다.

근본적으로 맥도널드는 엔지니어다. 웨스트 포인트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는 광적으로 프로세스에 집착한다. 그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계 어디서든 이메일이 날아오면 즉시 답을 한다. 또 그의 책상은 섬뜩할 정도로 깨끗해 종이 한 장도 흩어져 있는 법이 없다.

신임 CEO로서 맥도널드는 커다란 도전과제에 직면했었다. 단순히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를 책임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신시내티 Cincinnati와 기업 세계의 전설인 A.G 래플리 A.G Lafley의 뒤를 이어야 했다. 래플리는 최악의 침체기에서 P&G를 회생시킨 인물이었다. 그 결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를 비롯해 각종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다뤄졌다. 그는 당시 사기가 떨어져 있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바닥청소도구 스위퍼 Swiffer와 섬유 탈취제 페브리즈 Febreze 같은 제품들을 크게 히트시켰다. 쇠퇴하던 피부미용 브랜드 올레이 Olay를 최고급 제품으로 재탄생시켰고, 매출을 10억 달러 이상 끌어올렸다. 그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2005년 질레트 Gillette를 53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었다. 그 결과 P&G는 처음으로 남성용 제품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맥도널드는 절망적인 경기 침체기 와중에서 래플리의 뒤를 이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래플리의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P&G가 무너져 가고 있다는 징조가 그의 임기 말에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맥도널드가 물려받은 개발 경로(development pipeline)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히트상품이 적어 보였다. 2006년 이후에는 주로 기존 브랜드나 인수한 기업의 브랜드를 확장시키며 성장을 하고 있었다. 래플리의 '연결과 개발' 프로그램―시장성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인들과 협력하는 것―을 통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었지만, 히트 상품 개발은 계속되지 못했다.

맥도널드가 CEO로서 추진한 첫 번째 일은 신흥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당시 P&G는 매출의 32%를 신흥 시장에서 올리고 있었는데, 경쟁사인 유니레버나 콜게이트 파몰리브 Colgate-Palmolive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신흥 시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P&G는 중국, 러시아 같은 국가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선진국에서 P&G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던 다른 요소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고, P&G 제품 가격은 경제적으로 빠듯한 중산층 소비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었다. 전직 경영자들은 맥도널드가 신흥 시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바람에 (이윤 창출을 이끌던) 핵심 선진국 시장에 시간과 재원을 거의 쏟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래플리 재임 기간 동안 'P&G 전성기'를 상징하던 미국 내 화장품 사업도 침체에 빠져들었다. 리서치 기업 A.C. 닐슨에 따르면 P&G의 모발관리 브랜드 팬틴 Pantene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9년 17.3%에서 2012년 말 13.8%로 하락했다. 세탁관련 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2.1% 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는 동안, 일부 P&G 직원들은 래플리가 질레트에 너무 과도한 투자를 했다고 우려했다. 질레트의 성패는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더 고급스러운 면도기로 바꾸게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P&G는 타이드 같은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걸 거부했다. 부분적인 이유는 개도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P&G는 제조간접비(overhead) *역주: 직접 재료비와 직접 노무비를 제외한 모든 원가가 높은 탓에 제품 가격 하향 조정을 더욱 꺼릴 수밖에 없었다. 맥도널드와 P&G는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 가지 문제점은 맥도널드의 우선순위가 분명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모든 신흥 시장에서 모든 제품라인을 동시에 가동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선진국 시장의 사업도 지원하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듯했다. 달리 말하면 우선순위가 없는 듯 보였다. 애널리스트 디바지는 "전략적 문제점은 모든 타깃을 겨냥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총알이 금방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사한 문제점도 있었다. 맥도널드의 선임자 래플리는 항상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다. 바로 '고객은 왕이다(The consumer is boss)'라는 것이었다. 그건 삼척동자도 알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격언은 실용적으로 재해석됐다. '두 가지 결정적 순간(two moments of truth)'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두 순간이란 소비자가 상점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볼 때와 그것을 집에서 사용해 볼 때다. 모든 결정은 이 원칙을 기준으로 내려졌다.

맥도널드는 래플리의 전략을 '목적이 이끄는 성장(purpose-inspired growth)'이라 불리는 새로운 비전으로 대체했다. 이 의미를 묻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완벽하게 더 많은 세계인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감동적으로 만드는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거의 광적으로 이 슬로건을 옹호했다.

개발 도상국에서의 목적은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단순히 비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청결 자체를 팔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저귀는 아기와 부모가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그 결과 중산층 가정의 수익 창출능력을 높여주게 된다.

'목적'이란 분명 칭찬할 만한 포부다(2009년 포춘도 이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하지만 다수의 P&G 직원들은 사실 이런 미사여구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잘 몰랐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P&G의 인사담당을 총괄했던 딕 안토니 Dick Antoni는 "'목적이 이끄는 성장'은 멋진 슬로건이긴 하지만, 지갑을 여는 데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맥도널드 자신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CEO보다는 회장에 더 가까운 성향이다). 전직 경영진에 따르면 그는 전문가 집단과 정책 토론을 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려움에 빠진 사업 부문의 핵심문제를 파고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또 언제나 무리한 스케줄을 유지했다. 제록스 이사회, 미·중 비즈니스 자문위원회(US-China Business Council),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등 최소 18개의 외부 기관에 관여하고 있었다. 또 개인적 관심 때문에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 (Duke University's Fuqua School of Business)의 객원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고―그의 두 자녀가 듀크대 출신이다―정기적으로 대학생들과 무역 그룹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효율성과 프로세스에 대한 맥도널드의 집착은 때때로 병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는 P&G가 일종의 인터넷 '조종실'을 도입하도록 추진했다. 그 결과 거의 분 단위로 판매량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건 유용하긴 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해 절약하는 시간보다 자료 입력에 빼앗기는 시간이 더 많다고 느꼈다.

맥도널드는 모든 직원들의 행동과 기능을 평가하는 효율성 연구를 인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88개로 줄였다. 2011년 P&G를 떠난 전직 팬틴 담당 총 지배인 손솔레스 곤살레스 Sonsoles Gonzalez는 이렇게 말한다. "효율성 향상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결과 지나치게 많은 내부거래와 협상을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고객 유치에는 별 도움이 안됐다."

물론 모든 책임을 맥도널드에게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 래플리는 복잡한 '매트릭스(matrix)' 조직 시스템을 도입해 인사, 마케팅, 재정 등을 담당하는 경영진 간의 힘을 분산시켰다. 여기에는 지역 담당 임원과 화장품 같은 제품 담당 임원들도 포함된다. 각 그룹은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한 명이나 한 그룹이 어떤 상품이나 분야를 완전히 책임지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맥도널드 아래에서 이 시스템은 더욱 더 비효율적으로 변했다. 부분적으론 인사와 마케팅 부서의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브랜드나 국가별 매니저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른 트렌드들이 고객들 취향의 변화 속도를 가속화했던 시기였음에도 P&G의 의사결정 과정은 점점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

새로운 샴푸 제품의 병에 몇 개 언어를 표기해야 하느냐 같은 단순한 문제에도 합의하지 못할 때는, 다양한 상황에서 누가 결정권을 갖는지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 모델(PACE models)' *역주: P&G내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프로세스 소유자(Process owner), 승인자(Approver), 기부자(Contributor), 집행자(Executor)의 약자이란 책자를 참조해야 했다. 훌륭한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보다 과정 자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었다.

이런 비효율적 시스템과 맥도널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대규모 이직사태가 발생했다. 화장품 사업부에서만 15명 이상의 고위 경영진이 떠났다. 다른 부서들도 이직사태를 겪었다.

P&G는 자사 출신을 CEO로 둔 유니레버(폴 폴먼 Paul Polman은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와 경쟁해야 했다. 에스티 로더도 파브리지오 프레다 Fabrizio Freda 재임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다. P&G를 떠나 타 회사의 CEO가 된 임원들로는 바카디 Bacardi의 CEO 에드 셜리 Ed Shirley; 세포라 Sephora의 크리스 데라푸엔테 Chris de Lapuente, 리바이스 Levis Stratuss의 칩 버그 Chip Bergh 등이 있다.

P&G는 이직률이 계속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인사총괄 책임자 마크 비거 Mark Biegger는 "어느 기업이든 여러 가지 이유로 리더들을 떠나 보내기 마련이다. 우리 회사의 자진 퇴직율은 낮고 일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P&G가 많은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기업의 CEO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G의 문제점들은 2012년 전반기에 더욱 분명해졌다. 안정적인 실적으로 유명한 P&G는 여섯 달 만에 수익 전망치(profit guidance)를 3번이나 낮추며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모두를 실망시켰다. P&G는 5,700명의 인력감축을 중심으로 한 10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정적 전망은 P&G의 주가를 2007년 최고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P&G 은퇴자 그룹의 커다란 발언권은 맥도널드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P&G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는 충직한 지지자들을 낳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영원한 'P&G 패밀리'로 생각했다. P&G는 북미지역 퇴직자 연금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그들의 유대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P&G의 상황이 나빠지면, 월가의 투자자 뿐 아니라 수천 명의 은퇴 직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가장 강경한 발언을 하는 비판가는 가정용품 부문 사장을 역임했던 게리 마틴 Gary Martin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수석 이사 제임스 맥너니 James McNerney에게 편지를 썼다(마틴은 맥너니에게 "수많은 전·현직 P&G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최초로 보도된 이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실은 인정하자. P&G는 10년 넘게 히트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재정 실적도 계속해서 실망스럽다. (중략) 클래스 주식 class stock *역주: 보통주와 달리 일부 권한에 제한을 두는 주식. 보통주보다 배당우선권을 갖되 의결권은 없는 우선주가 대표적이다의 증가도 최악이다. 전·현직 경영진 모두가 심각한 불안을 감지하고 있다." 13페이지짜리 이 편지는 CEO가 상황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평가'를 이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틴은 이사회에서 맥도널드에 대해 논의하길 원했다. 마틴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편지를 보내기도 전에 맥도널드가 그의 계획을 눈치 채고 선수를 쳤다고 말했다. 마틴에 따르면,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맥도널드는 준비된 쪽지를 읽었고, 직접적으로 자신에 대한 비난을 반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사회는 맥도널드에게 간단한 편지를 보냈지만, 그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마틴은 "이사회가 개입하길 원했는데 무척 실망했다. 그들은 내 의견을 무시해 버렸다"고 말했다(P&G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해 봄, P&G 직원 설문조사 결과가 도착했다. 대부분의 수치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6%나 하락했다. 당시 글로벌 인사를 총괄했던 모히트 나그래트 Moheet Nagrath는 40명가량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맥도널드의 실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7월 열렸던 연례 최고 경영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그래트는 "우리는 공통의 목표에 관해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기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7월 12일 이런 극적인 상황이 공개적인 다툼으로 번졌다. 퍼싱 스퀘어 캐피털 Pershing Square Capital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18억 달러 상당의 P&G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었다(총 주식의 1%에 불과했지만, P&G 경영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종종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애크먼의 공개발언은 시장을 움직이곤 했다. P&G 주가도 며칠 만에 6%나 올랐다.

업계 매체들은 맥도널드가 해고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며 누가 후임자가 될지를 점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P&G 이사회는 6일 만에 공식적으로 맥도널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압력은 커져만 갔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8월 옆 사무실을 쓰던 인사 총괄 나그래트가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핵심 협력자이자 사내 최측근을 잃게 됐다. P&G는 이 일을 언론을 통해 공식발표 하지는 않았다(나그래트는 강연과 컨설팅을 위해 사퇴했다고 말한다).

9월 4일 애크먼은 맥도널드와 두 이사(보잉의 CEO 맥너니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 케네스 쉐노 Kenneth Chenault)를 만났다. 애크먼은 7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P&G의 전략적 실수와 부진에 대해 비난하며,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좀 더 완곡한 반대입장 표명은 워런 버핏 Warren Buffet으로부터 나왔다. 오랫동안 P&G 주주로 활동했던 그는 맥도널드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후 오래 지나지 않아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가 소유한 P&G 지분을 11%나 매각했다).

9월 말 애크먼과 이사들의 미팅에 관한 뉴스가 유출되면서 P&G 이사회는 다시 한번 맥도널드를 '전폭'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이사진은 포춘과의 인터뷰를 거절했으나 서면을 통해 맥도널드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최근 P&G의 실적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사진은 각자 개인적인 문제들 때문에 P&G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멕 휘트먼 Meg Whitman이 휼렛패커드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휘트먼은 전 매킨지 회장 라자트 굽타 Rajat Gupta를 대신해 이사진에 합류했다(2011년 이사회에서 사퇴한 굽타는 현재 내부자 거래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 중이다). 안젤라 브랠리 Angela Braly는 웰 포인트 WellPoint의 CEO였다. 하지만 힘겨운 한 해를 보낸 뒤, 지난해 8월 CEO 직에서 물러났다. 더 최근에는 P&G의 수석 이사 맥너니가 큰 위기를 겪어야 했다. 보잉의 핵심 항공기 드림라이너 Dreamliner에 연속적인 결함이 발생했고, 그 결과 이 항공기에 무기한 이륙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난 몇 달간 맥도널드는 자신의 전략을 가다듬으면서 P&G 커뮤니티를 확장시키려 애썼다. 그는 아츠를 비롯해 다른 경영자들의 조언을 기꺼이 수용했다. 아츠는 "밥이 우리의 조언을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P&G가 발전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아츠, 그리고 동료이자 전직 CEO인 래플리와 존 페퍼 John Pepper를 10월 열렸던 연례 고위 경영진 회의에 초빙했다. 이 '세 명의 테너'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자신들만의 노하우에 대해 강연을 했다. 맥도널드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회의실에 있던 다른 이들처럼 강의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P&G 주식을 '매수' 추천한 시티의 애널리스트 웬디 니컬슨 Wendy Nicholson은 "맥도널드가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고 기억했다. 요즘 들어 그는 더 이상 '목적'을 선전하지 않는다. 지난 두 번의 실적발표에서 그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맥도널드는 특히 최근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몇 달간의 반대 입장을 접고 공격적인 주식환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언급했던 '40/20/10'계획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혁신 노력을 1인 경영 체제로 다시 중앙 집중화시켰다. 그리고 장기근속 직원을 '생산성 문화' 정착을 위한 자문위원회의 의장으로 임명했다. 2차 임시해고(layoffs)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2016회계연도까지 매년 2~4%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맥도널드는 활동 중인 외부 조직의 수도 6개로 줄였다. P&G의 전직 기술최고책임자(CTO) 길 클로이드 Gil Cloyd는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와 더욱 중요한 최근 P&G의 성과들―히트 세제 타이드를 '낱개' 포장·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은 맥도널드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비판가들은 P&G가 이런 개선 조치를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그럼에도 애크먼은 날카로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P&G가 발전하는 모습을 봐서 기쁘다. 하지만 P&G는 세계 최고의 CEO가 이끌어야 마땅하다. 밥 맥도널드는 그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크먼은 추후 조치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 중순경 P&G의 구조조정에 관해 더욱 많은 소식을 듣길 기대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애크먼이 구조조정에 관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내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 최고 기업의 CEO로서 이미 내 자신을 충분히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예컨대, P&G의 경비 삭감은 칭찬할만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다른 경쟁 업체들도 모두 하는 일이라 크게 차별화 되지는 않는다. 일부 비판가들은 P&G가 회사 전체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P&G가 (회사의 심장이자 영혼과 다름없는) 브랜드 파워를 회복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주인의식을 더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직 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짐 스텐겔 Jim Stengel은 "조직 구조가 오늘날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P&G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군을 추가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 책임이 더욱 분산되었다"고 평가했다.

맥도널드는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조직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변화가 임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월가에서 더 나은 실적을 요구하는 현 시점에서 단기 수익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 진정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려 할까?

P&G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P&G는 진출 시장의 '거의' 50%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늘려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분명히 상황은 호전됐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시장의 50% 이상에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P&G의 고비용 구조는 기본적인 비용 삭감을 통해 회사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P&G의 성장률은 경쟁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최근 분기에서 유니레버의 매출은 8.6%나 늘어난 반면 P&G의 매출 증가폭은 2%(미조정 수치)에 그쳤다. UBS의 애널리스트 닉 모디 Nik Modi는 "상대적인 성장률 격차가 클 뿐 아니라 여러 부문에서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P&G는 성장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P&G가 고전하는 동안 이 회사의 명성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몇 년간 P&G는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체인점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경쟁과는 담을 쌓았다. 칸타 리테일 Kantar Retail의 2012년 파워랭킹 PowerRanking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은 10년 연속 P&G를 최고의 공급업체로 선정해왔다. 하지만 실제 P&G의 순위는 6년 연속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하락했다. 2011년만 해도 P&G의 전체 랭킹 점수는 6.1% 포인트 떨어졌다. 니컬슨은 "이 설문 결과만 봐도 P&G의 전망은 극히 어둡다"고 지적했다.

P&G 커뮤니티도 여전히 현 경영진을 미덥지 않게 여기고 있다. 지난 1월 번스타인은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54%는 고위 경영진을 '보통이다' 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70%는 동료 중 적어도 20%가 적극적으로 P&G를 떠나려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맥도널드는 번스타인의 설문조사가 너무 표본이 작아 의미가 없고, P&G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84%는 회사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반박했다.

회사 내부에선 누가 맥도널드를 대체할지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맥도널드는 래플리와 페퍼 같이 훌륭한 전직 CEO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래플리는 "나는 여전히 밥에 대한 신뢰가 아주 깊다. 살면서 가장 크게 성장한 시기는 벼랑 끝에 몰려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때였다. 시장에서 겪는 시련과 치열한 경쟁은 맥도널드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지지했다. 맥도널드와 P&G를 위해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좁아지는 입지
P&G는 진출 시장의 '거의' 50%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늘려가고 있다고 주장한다(바꿔 말하면, 진출 시장의 50% 이상에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유니레버 같은 경쟁 업체들이 크게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주변사람들이 내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 최고 기업의 CEO로서 이미 내 자신을 충분히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P&G 직원 설문조사 결과가 도착했다. 대부분의 수치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6%나 하락했다.

"상대적인 성장률 격차가 클 뿐 아니라 여러 부문에서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P&G는 성장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하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