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전자 ‘녹스’는 비장의 B2B 무기

MOBILE SECURITY

모바일 생태계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개방성을 강점으로 하는 안드로이드는 보안성이란 측면에선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모바일 보안 솔루션 ‘녹스 (KNOX)’를 내놓은 이유다. 녹스는 삼성전자의 B2B 사업을 이끌 비장의 무기로도 꼽히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BYOD(Bring Your Own Device)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죠. ‘녹스’는 이런 환경 아래서 기업의 신뢰성과 사생활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조범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안드로이드용 보안 솔루션 ‘녹스’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가 500만 명을 넘어선 건 2010년이다. 당시 많은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들이 개인업무뿐만 아니라 기업업무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부터 기업 역시 정보 보안이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개인이 소유한 모바일 기기를 기업 업무를 볼 때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BYOD 시대의 맹점으로 보안 문제가 파생한다는 의미다. IT 전문기업 VMware와 ACORN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의 96%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93% 정도는 24시간 어느 때나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기업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기업업무에서 차지하는 스마트폰의 활용 비중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로 연결될 수 있다.

녹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아이콘 터치만으로 1대의 모바일 기기에서 기업업무와 개인영역으로 나눠 활용할 수 있다. 개인 소유의 모바일 기기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데, 회사업무 데이터는 모두 암호로 변경돼 관리된다. 기업은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개인은 자신이 선호하는 단말기를 사생활 침해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기존의 단말기도 보안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녹스의 적용이 가능하다.

직장인들의 ‘보안’에 대한 의식도 기업에겐 부담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스마트 기기 이용자들은 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있게 마련이다. 기업 또한 그것이 가치 있게 사용되길 바라지만, 그에 따른 데이터 유출 방지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보안 의식은 기업의 요구 수준만큼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계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젊은 직장인들 중 91%가 프라이버시나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직장인 스마트폰 비밀번호 설정 비율도 36%에 그치고 있다. 기업에선 보안이 점점 중시되고 있는데 이를 다루는 직장인들의 ‘보안 의식’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비용을 들여 업무용 스마트 디바이스를 구입해도 효과가 의문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기 환경과 사용자 인식 측면에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안이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스미싱이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개인 정보와 기업정보가 혼재된 스마트 기기가 해킹당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게 바로 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 녹스이 필요한 이유다.

녹스가 필요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가진 취약점 때문이다.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개방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은 사용자들이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화 된 특성이었다. 하지만 당초 강점이었던 그 ‘개방성’이 보안 측면에선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소스코드 자체가 개방된 안드로이드폰은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2012년 발생한 스마트폰 악성코드의 96%가 안드로이드폰에서 발생한 걸 보면 관계자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면 플랫폼 자체를 아예 바꿀 수는 없을까? 삼성도 타이젠이라는 OS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이를 당장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사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당분간은 삼성의 안드로이드 체제 이탈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시장조사기관 IDC의 발표에 따르면 애플 IOS는 18.8%, 구글 안드로이드는 68.8%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35% 시장점유율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에게 플랫폼 변경이라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전혀 없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녹스를 통한 B2B사업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어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1등이 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선 녹스는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호환성’이란 무기까지 겸비하고 있어 스마트폰 경쟁력과 결합하면 기업 상대 비즈니스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무선 모바일 시장에서 녹스를 통한 B2B 사업 확대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업 비즈니스 전략에서 ‘모바일’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자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고기술경영자(CIO) 413명(13개국 14개 업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5명 중 4명이 기업의 미래가 ‘모바일’에 달렸다고 응답했다. 모바일이 기업의 미래 수익원이자 고객과의 소통창구라고 답한 비율도 80% 이상이었다. 응답자의 45%가 모바일 전략의 장애물로 ‘보안’을 꼽았고, 호환성이라 말한 응답자도 31%에 달했다. 종합해 보면 기업의 미래 가치 창출에 보안성과 호환성이 가미된 모바일이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삼성은 B2B 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27개국에서 ‘삼성 스마트 스쿨 솔루션’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 기기의 장점과 삼성이 보유한 기술력을 접목시켜 B2B 시장에서도 세계 1등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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