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실종자’는 어디로 갔을까

by John Cassidy


잘아는 대로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작년 11월 대선 이후 기업들은 한 달에 대략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로써 실업률이 7.7%로 떨어졌다. 세금 인상과 연방 정부의 자동 지출 감소에도 전반적인 개인 소비는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필자를 포함한 경제 낙관론자들의 경기 예측이 옳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택 가격과 가처분 소득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제 회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 전에, 미국 노동 시장을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노동 시장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한 사람들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재원들이 많은 연구 대상이다. 약 1,2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실업 상태이고, 800만 명이 경기 불황 탓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250만 명은 취업을 원하지만 자포자기 상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업률은 대침체(Great Recession) *역주: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과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침체가 미국 인적 자원에 미친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자원이야말로 미래의 미국 경제를 지탱할 원동력이다.

경기침체는 2008년 초 시작됐다. 당시 16세 이상의 미국 국민은 2억 3,260만 명이었다(죄수와 군인들은 제외했다). 이 가운데 1억 5,410만 명이 노동 인구에 속한다.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인구를 의미한다. 지난 5년 동안 취업 연령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올 2월 취업 연령 인구는 2억 4,480만 명으로 2008년 이후 1,220만 명이 늘었다. 하지만 노동 인구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 달 1억 5,550만 명에 머물면서 지난 5년 동안 겨우 140만 명이 늘었다. 취업 연령 인구 중 노동 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경제활동 참가율(Participation Rate)’이 2008년 1월 66.2%에서 올해 2월 63.5%로 떨어졌다.

크게 놀랄만한 수준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충격적이다. 만약 경제활동 참가율이 여전히 5년 전 수준이라면, 노동 인구는 1억 5,550만 명이 아니라 1억 6,210만 명이 되어야 한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인구를 합친 숫자와 같은 660만 명의 노동자들이 경제 활동에서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의 노력, 능력, 그리고 창의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련을 겪고, GDP 성장률은 약해지고, 소비와 부 창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경제활동 참가율의 하락 분 가운데 3분의 1은 장기적인 인구 변화 요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예컨대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 연령에 이른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하락의 대부분은 경기 불황과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취업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일부 중장년층은 일찍 은퇴해 아마도 장애급여(disability benefit)를 신청할 것이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빈둥빈둥 놀게 될 것이다. 또 나이를 불문하고 일부 사람들은 완전히 사회 생활을 포기하고 근근이 살아가게 된다. 일단 사람들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면, 그들의 능력은 위축되고 자신감이 사라진다.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심지어 지금처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정체된다. 또 노동 인구가 늘더라도 빠른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지난 2월 노동 인구는 오히려 3만 명 감소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으면서 거대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을 수록 생산량의 일시적 하락뿐만 아니라 경제의 장기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 결국 GDP와 고용이 회복되더라도, 경기 불황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정책 입안가들에게 시사하는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막대한 피해를 감안하면(물론 일부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경제 쇼크를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규제를 더욱 효율화하고,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징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금융당국은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인플레이션을 규제하겠다(to remove the punch bowl as the party gets going)’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만이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이길 수 있다(Steady as she goes beats boom and bust). 안정적으로 성장했던 1990년대와 2000년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 때 잊고 지냈던 오래된 교훈이다. 현재 사라지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운명에 처한 수백만 명을 위해 다시 이 교훈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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