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는 예일대 연구팀이 가짜 복지 증진 정책안을 시민들에게 평가하도록 했다. 미국 내 정당들이 어떤 안을 지지하는지 포함시킨 채였다. 사람들은 개인적 신념이나 정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 지지한 정책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듯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사회적 가치와 이해관계라는 주관적인 렌즈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라 부른다. 선택적 인지는 우리의 모든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데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커다란 장애물이기도 하다. 이슈 자체에 의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게 아니라 어떤 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그 이슈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는 얘기다.
원자력 문제를 예로 들어보면 미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찬반 논의가 활발할 반면 프랑스의 대중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의 비중은 20% 정도지만 프랑스는 78%나 된다. 원자력 없이는 삶의 유지가 되지 않는다.
2011년 과학전문가 연구를 주도한 예일대학 댄 카한 박사 역시 엄격한 검증을 거친 사실이라 해도 대중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의 이익에 맞춰 해석한다면 과학적 문제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우리의 판단이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태도에 따라 정치인들의 당론, 심지어 과학연구의 지원금까지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계는 이미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국립과학재단(NSF)의 경우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대중들과 공유하도록 자금지원 규정을 강화했다.
대중이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회를 더 과학적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며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이 점에서 과학자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대중과 교감하며,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처럼 말이다.
카한 박사는 향후 합성생물학이 대중적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인공 DNA나 유전자 조작은 그것이 가져다줄 혜택만큼 잠재적 위험이 따릅니다. 언젠가 대중들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해요. 그때 편견 없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려면 과학계는 과학계만의 커뮤니케이션을 멈추고 대중의 언어로 소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