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속하게 법인세 개혁을 하기 힘든 진짜 이유

INSIGHTS

By Allan Sloan 포춘 칼럼니스트

수술 전문 외과 의사가 있다. 그가 크기나 형태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수술의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지 않을까? 잘될 리 없을 것이다. 종양의 크기와 형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오진으로 드러나면, 수술 결과는 훨씬 더 안 좋을 것이다. 분명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연방 법인세와 관련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35%로 정해진 연방 법인세에는 스위스 치즈보다 더 많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기업이 연방 법인세를 얼마나 납부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소수의 내부자뿐이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풀어야 할 대화가 연극처럼 말도 안되는 진창에 빠질 때, 사람들은 그 주된 이유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왜 쓰는지 궁금한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납세일(Tax Day)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둘째, 돈 냄새를 맡는 데 타고난 기업들이 고상한 이름의 단체를 만들고 있다. RATE(Reforming America’s Taxes Equitably·미국 세제의 공평한 개혁)와 LIFT(Let’s Invest For Tomorrow·미래를 위해 투자) 같은 단체를 설립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인세 ‘개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다양한 단체에서 상당히 잘못된 (그럼에도 널리 알려진) 세제 연구자료를 대대적으로 발표한다. 이들은 3월 말 제출되는 기업 실적 리포트인 10-K에 포함된 허점 투성이의 통계 자료를 취합해 활용한다.

10-K는 12개 이상의 다양한 세금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해에 발생한 연방법인세 항목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따라서 폴 라이언 Paul Ryan 하원의원 같은 인사들이 법인세율을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비교 대상을 찾을 방법이 없다. 기업들이 지금 법인세로 얼마를 내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 개혁을 외치는 비판가들 역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창피할 정도로 낮은 법인세율에 대해 당신이 읽은 내용들은 기업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 총액(current portion of taxes due) *역주: 1년 이내에 납부해야 하는 부채나 세금을 의미한다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10-K 각주에 나타나 있다. 몇 년 전 세제에 대해 이해가 짧았던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 세금 총액을 근거로 연방 법인세를 계산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류였다.

이 세액 자료는 회사가 이익을 계산할 목적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특정 해에 미국국세청(IRS)에 납부하는 실제 세액과 전혀 관계가 없다. 게다가 기업들이 신고한 세전 수입-결국 회사 경영진은 높은 이익을 신고함으로써 주주를 만족시키고자 한다-에 비해 보통 약간 낮다.

이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와 주장들이 나오자, 기업들은 10-K에서 또 다른 통계자료를 인용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사실 기업들이 연방 법인 세액을 공개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이 자료는 ‘납세액(taxes paid)’이라는 이름으로 현금 흐름표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 납세액은 연방·주·지방, 그리고 외국법인세액을 모두 합쳐 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가운데 연방 법인세가 얼마이고, 또 어떤 해에 혹은 몇 년치를 납부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정확한 법인세액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이다. 이 터무니 없는 상황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세금 신고서(Tax Return)에 일부 주요 통계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특정 연도에 납부한 연방 법인세도 포함해야 한다. 직원 한 명이 일 년에 한 시간 정도 작업하면 이 자료를 작성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의회는 기업에 법인세 정보 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필자는 재무회계재단(Financial Accounting Foundation)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재단이 재무회계 기준심의회(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에 명령을 내려 기업의 법인세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자는 재무회계재단이 기업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도록 제안했고, 오피니언 전문 사이트인 블룸버그 뷰Bloomberg View가 이 발의를 지지했다. 당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올해 다
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로버트 스튜어트 Robert Stewart 재무회계재단 대변인은 법인소득세 신고기준에 관해 ‘실행 후 심사(post-implementation review)’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자에게 “만약 당신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상당수 모아지면, 재단도 이 문제의 처리를 고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pirteam@faf-fasb.org로 메일을 보내 기업이 매년 어느 정도의 연방 법인세를 납부하는지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어라. 내 메일주소 asloan@fortunemail.com.를 참조해서 같이 보내도 좋다. 메일 전송을 아플 때 먹는 치킨 수프라고 생각해라. 효과가 없을진 몰라도 그렇다고 별 탈이야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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