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na Easton 포춘 칼럼니스트
세계 번영에 기여한 여성들에 관한 연설이 끝날 무렵, 필자는 향후 몇 십 년 동안 미국의 노동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필자의 생각은 그동안 다녔던 모든 성당의 이미지에 미쳤다. 주로 여성 신도들이 많았지만, 고위직은 바티칸 사제들이 틀어쥐고 있던 성당들이었다. 마찬가지로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임원직은 대부분 남성들이 차지하고, 여성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힘겹게 애쓰는 21세기 노동 시장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구도에서 빠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일반직 미국 남성들이다. 이들은 괜찮은 직업을 갖기엔 갈수록 여성들보다 뒤처지고, 스펙도 훨씬 떨어진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일부 사람들 덕분에 언론에서 여성 임원의 정체 상황에 관한 토론이 많이 벌어졌다. 미국 상원 내 여성 의원 수는 사상 처음 2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 내 여성 최고 경영자 수는 지난 10년간 주춤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내 여성 최고 경영자는 4%, 그리고 소위 임원급(C-Suite) 여성들은 14%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찬 여성들이 이러한 역학구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서, 주목은 덜 받지만 골치 아프긴 매한가지인 현상 하나가 기업의 직위체계(Economic Ladder) 한참 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즉, 일반직 남성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MIT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토 David Autor와 멜라니 와서만 Melanie Wasserman이 새로운 연구에서 이 문제를 밝혀냈다. 대학 졸업자 수에서 남성을 앞지르며 고임금 직장에 안착한 여성들은 21세기 경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반면, 일반 남성들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중도주의 싱크탱크인 제3의 길(Third Way)에서 작성한 ‘골칫거리 아들들 (Wayward Sons)’이라는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소수의 남성들은 여전히 교육과 노동 시장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 남성들은 완전히 딴판이다”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대학 졸업장은 최고의 임금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남성의 대학 졸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38세 여성들은 보통 동년 남성보다 4년제 학위를 23%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 오토와 와서만은 “여성들이 모든 교육 영역에서 남성들을 추월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회 과학자들은 갈수록 많은 남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한창 일할 연령대 남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치 과학자 찰스 머레이 Charles Murray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부터 발생했다. 미국기업협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인구통계학자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Nicholas Eberstadt는 “남성들이 돈벌이가 되는 직장에서 탈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반 남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과 노동조합의 쇠퇴, 전 세계적인 IT 경제의 부상, 정부 지원금(그리고 아내나 여자 친구의 수입)을 통해 줄어든 임금을 보충하는 것, 이에 따라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감퇴하는 현상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오토와 와서만은 이런 논쟁에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추가한다. 편부모 가족이 증가하면서 정상가족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여러 측면에서 훨씬 더 뒤처진다는 사실은 널리 입증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남성 역할 모델(다른 말로 하면 아빠)이 없는 남자 아이일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하다. 대부분 편부모 가정의 여자 아이들은 최소한 일하는 생모가 그들 옆에 있기 때문에 좀 나은 편이다.
이런 남자 아이들은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군(the river of men)에 편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임금은 1979년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다. 오토와 와서만은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남자 아이들이 결혼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결국 편부모 가정이 증가하고 여러 세대에 걸쳐 더욱 많은 ‘골칫거리 아들들’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해 손쉬운 정책적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다면, 최소한 생산적인 고민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십대 남자 아이들에게 성공적인 역할 모델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대부분 남성들이 대학을 매력적인 선택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21세기 직업에 맞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의 절반인 남성들은 점점 더 비참해지고, 잘나가는 여성들도 최고 경영자에 오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