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딘 카멘의 새로운 기계들

[BRAINSTORM GREEN 2013] DEAN KAMEN'S NEW MACHINES

저명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이자 선구자인 카멘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진리를 아는 인물이었다.
By Brian Dumaine


포춘은 이번 달 캘리포니아 주 라구나 니겔 Laguna Niguel에서 제5차 연례 브레인스톰 그린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속 취재 활동의 일환이다. 다음 기사들은 현재 ‘녹색 기술’을 이끌고 있는 몇몇 최첨단 아이디어를 심층 분석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오늘날 사업과 환경보호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딘 카멘 Dean Kamen은 일각에서 그의 최대 실패작이라고 평가하는 ‘세그웨이 Segway *역주: 카멘이 2001년 발명한 1인용 스쿠터’로 아마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세그웨이는 그의 희망대로 대중교통을 혁신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다작의 발명가는 그 실패에 발목이 잡혀 더욱 야심 찬 발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늘날 그는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정수 시스템과 새로운 종류의 가정용 난로를 개발하고 있다. 이 난로는 19세기 초의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정수 시스템은 올 하반기면 시골 마을들에 도입돼 생명을 살릴 것이다. 카멘의 엔지니어링 회사 ‘데카 DEKA’는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 있는 19세기 직물 공장을 개조해 쓰고 있다. 카멘은 원래 휴대용 신장 투석기를 비롯한 고성능 의료기기를 발명해 재산을 모았다(거물 의약용품 회사 백스터 Baxter는 지금까지 이 투석 기계를 5억 대 판매했다).

카멘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실을 여기저기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엔지니어들과 토론을 벌이곤 한다. 그런 카멘이 드물게 시간을 내 회사 구석 사무실에 앉아 포춘의 브라이언 두메인 Brian Dumaine과 인터뷰를 했다. 그의 사무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사진들과, 1950년대 만화 삽화가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그림들로 장식돼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들, 상이군인을 위한 로봇 의수·의족, 미국 과학교육의 현주소, 그리고 최근 매우 흥미로운 손님이 방문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 중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지식인들은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천재들은 문제를 방지한다”라고 들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된다. 많은 수의 매우 선한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10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만성 질환의 50%는 수인성 병원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많은 질병을 예방할 방법을 알고 있다.


새로 개발한 휴대용 정수 시스템 슬링샷 Slingshot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슬링샷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니 어떻게 이것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지 않는다면 우선 경제적으로도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이다. 병원 침상의 50%는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암이나 알츠하이머병처럼 치료법을 모르는 질병으로 죽는 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만약 질병을 예방할 방법을 알면서도 안 했다면? 그것은 비극일 뿐만 아니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직무유기다.


슬링샷을 만들 때 ‘유레카’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사람들은 모두 발명가들이 ‘유레카’를 외치며 뛰어다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하루 아침의 성공처럼 보인 것도 모두 10년이나 20년이 걸린 역작들이다. 슬링샷은 좀 더 점진적인 과정을 거쳤다.


슬링샷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자연이 하는 일을 그대로 하되, 좀 더 작은 규모로 좀 더 빨리 할 뿐이다. 더러운 물을 슬링샷으로 빨아들인 다음 (태양이 하는 것처럼) 가열해 기체로 만들고 다시 액체로 바꾼다(아래 그림 참조).


자신의 소변을 기계에 넣어서 나온 결과물을 직접 마셨다고 들었다.
그랬다.


슬링샷은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
처음에는 글로벌 의약업체들과 심지어 유엔까지 접촉해 봤지만, 이 기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세계 어느 마을에든 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단체는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코카콜라다.


그렇다면 코카콜라는 어떻게 설득했는가?
그냥 코카콜라가 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결정했다. 문제는 코카콜라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슬링샷 유통 때문에 만났더니, 코카콜라측은 내게 “당신이 누군지 잘 알고 있고, 우리는 나름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120가지의 탄산음료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카페인이 들어간 콜라,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콜라, 카페인이 들어간 다이어트 콜라 등이다. 그들은 의료 분야에서의 내 경험과, 액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혼합하는 연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내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해결해 줬나?
나는 그들에게 모든 재료를 카트리지에 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잉크젯 프린터’를 갖추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실시간으로 재료들을 정확하게 컵에 혼합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살균된 의약 용액을 코카콜라보다 열 배는 더 정밀하게, 100분의 1의 양으로 혼합하는 법을 습득하기 위해 30년을 보냈다. 나에겐 이 기술을 탄산음료에 적용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 일만 할 열정은 없다.


그래서 결국 타협을 본 것인가?
사실 우리는 두 가지 타협을 봤다. 나는 (코카콜라의 CEO) 무타르 켄트 Muhtar Kent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연차보고서에 “우리는 세계의 물 관리인이다”라고 쓴 적이 있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겐 이미 전 세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는 의욕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드디어 파트너를 구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프리스타일 Freestyle이라는 이름의 탄산음료 자판기는 이미 출시됐다. 슬링샷은 아프리카에서 현장 실험을 거쳤고, 생산을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진전이 있었는가?
코카콜라가 슬링샷을 마을의 여성 사업가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비즈니스가 진행될 것이다. 깨끗한 식수 1갤런을 만드는 데는 몇 센트밖에 들지 않는다. 슬링샷 한 대가 하루 250갤런을 만들 수 있다. 이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레볼루션 Revolution’이라는 이름의 또 하나의 발명품이 개발 중이다. 이 기계는 1816년에 특허를 받은 스털링 엔진 Stirling engine을 기반으로 한다고 알고 있다. 그다지 첨단기술처럼 들리지 않는 발명인데.
실제로는 매우 발전된 첨단기술이다. 스털링 엔진은 사실 엔진이 아니다. 엔진이라고 하면 연기와 소음을 내는데, 누구도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 레볼루션은 엔진이 아닌 기기다. 드라이기 크기의 캐비닛 안에 들어 있는 이 기기를 집에 두면, 온수 가열기처럼 한 구석에서 작동한다. 이 기기는 가스관에 연결돼서 작동하고?혹은 기름, 나무, 심지어 쇠똥을 연료로 해서도 작동된다?일반 난로보다도 소음이 적다. 그리고 가스를 두 가지 형태로 바꾼다. 바로 전기와 열, 혹은 온수다. 연료를 이 두 가지로 바꾸는 효율이 거의 90%다.


연로하신 친척 아주머니에겐 이런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
그 분에게 요즘 정전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호흡기에 의지하는 남편은 전력이 끊기면 큰일 난다고 설득할 것이다. 레볼루션이 있으면 전기가 끊겨도 난방과 온수는 끊기지 않고, 배관도 얼어붙지 않을 것이다.


뉴저지의 에너지 회사 NRG와 레볼루션 유통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NRG는 무엇을 얻는가?
NRG는 고객들과의 계약을 통해 원격으로 모두의 시스템에 접근해 전력을 약간씩 사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에어컨을 틀어놓는 한여름 오후와 같은 전력 피크타임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 레볼루션을 쓰는 고객 1만 명을 확보하면 NRG는 10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 하나를 짓거나 가동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세그웨이에 대해 질문하겠다. 2009년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 스쿠터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세간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가?
약간의 데이터를 제시할 테니, 직접 판단하기 바란다. 세그웨이를 끔찍한 실패라고 부르고 싶다면?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지금 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세그웨이는 ‘교통’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다. 세계 어디를 가든 볼 수 있고, 지금 10만 대가 운행 중이다. 실패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가 너무 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되돌아 봤을 때 가장 큰 실수는 가격 책정이었다. 원래는 2,000달러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밝힐 수 없지만, 결국 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이 너무 높았다(4,000달러가 넘었다).


귀환한 참전 군인들을 위한 인공 수족에 관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 테드 토크*역주: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한다에선 나무 배 모형을 보여주며 당신의 로봇 의수를 사용하는 참전 군인이 만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고성능의 멋진 기계들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


신제품 출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식품의약국(FDA)이 일을 더디게 하고 있다. 로봇 의수가 예전의 손 갈고리에 비해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둘을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FDA는 우리가 임상 실험을 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정부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고, 절박한 참전 군인들에게 의수를 주는 일도 늦어지고 있다.


‘미국이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뒤처지고, 우리의 학교들이 이 분야에서 실패해 첨단 분야의 일자리들을 채우지 못한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어떤 상황이라고 보는가?
이렇게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우리 회사 데카에는 30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다. 지난 세기만 해도 웬만한 일은 고등학교 교육만 받아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자리의 대부분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고, 지금 진화 중인 가장 흥미로운 신산업 분야들?단백질 유전정보학, 유전체학, 나노기술?은 기술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 나는 원래 학교가 열정을 심어주는 곳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초적인 기술들을 활용해 원하는 일을 하는 열정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의 기업 문화다.


당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100년 전에는 토머스 에디슨이나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 Wilbur and Orville Wright가 영웅들이었다. 그들은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가들이었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유비쿼터스 테크놀로지의 결과로 미국인들이 모든 것의 탁월한 창조자에서 모든 것의 탁월한 소비자로 바뀌어 버렸다.


그런 생각 때문에 고등학생 로봇 경연대회 ‘퍼스트 로보틱스 First Robotics’를 만들게 된 것인가?
한 세대의 아이들 모두가 스포츠와 연예계에서만 슈퍼히어로를 만드는 문화에서 자라난다면, 그런 역할모델들이 가진 기술을 본받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분야에서 성공하는 아이들이 극소수일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1988년,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의 한 체육관에서 2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첫 경연대회를 열었다. 올해는 6개국에서 2만 3,000개가 넘는 학교들이 참가해 경쟁한다. 12만 명의 기업 자원봉사자와 3,500개 후원 기업이 참여한다. 가수 윌아이엠과 그의 아이엠엔젤 재단과 손잡고 미국의 모든 학교에 퍼스트 로보틱스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회가 효과가 있다는 지표가 있는가?
포드 재단에서 후원금을 받아 퍼스트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1년에 걸쳐 진행했다. 퍼스트 로보틱스 참가자 중 여학생의 77%, 흑인 참가자의 68%, 히스패닉 참가자의 78%가 대학에 진학했다. 이는 모두 해당 그룹의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빌 게이츠가 최근 방문했다고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우리는 퍼스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식수 프로젝트와 그의 재단이 어떻게 힘을 실을 수 있을지, 청정 전력과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더 나은 의료 프로젝트는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이츠는 당신의 실험실이 윌리 웡카 Willy Wonka의 초콜릿 공장과 에디슨의 공장이 합쳐진 것 같다고 했다.
흥미로운 곳이라면 다 가 봤을 게이츠가 그렇게 말했다니, 참 멋진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