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TV 등 글로벌 1위 품목 11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력도 협력사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협력사를 육성해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는 삼성의 동반성장 비결을 소개한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눠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 초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주문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협력사들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체계적인 조직과 시스템 관리로 유명하다. 협력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센터 역시 그러했다. ‘희망의 선순환’ 구조 강화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정책을 활성화하고 있는 상생협력센터를 통해 삼성전자는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협력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인력, 자금 등을 지원하여 지속성장 가능한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권오현 부회장의 말이지만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계속해서 삼성 조직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2010년 출장길에 오르며 “지난 30년간 동반성장을 이야기해 왔는데도 아래까지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상생의 온기를 전달하기 위해선 먼저 삼성 구성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1,2차 협력사는 4,500개가 넘는다. 작년에는 이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근래 기업 경영환경은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협력사로 연결된 네트워크 간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어요. 삼성전자 역시 제품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선 협력사의 경쟁력이 글로벌화 되어야 합니다.” 최병석 삼성상생협력센터장의 말이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는 협력사의 발전이 곧 삼성전자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으로 동반성장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2011년 8월에 발족한 ‘강소기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글로벌 부품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업체를 선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한다. 현재까지 후보사 39개 중 14개가 강소기업으로 인증 받았고 2015년까지 50개사를 강소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동반성장 지원책인 취약 부문 개선위주의 부분지원에서 과감히 탈피해 종합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고 자금 및 전문 인력을 파견합니다”라고 최 센터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삼성전자의 의지는 앞서 말한 전문인력 파견만으로도 알 수 있다. 사내 외 자문단으로 구성된 전문인력 110명이 업체당 3일에 한 번꼴(평균 115일)로 투입되어 개발, 구매, 컨설팅까지 협력사를 지원한다.
센터장의 강소기업 육성의지는 마치 자식을 키우는 부모처럼 자부심이 가득하다. “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종합지원은 실질적으로 협력사가 질적 경쟁력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 생태계 경쟁력 구축 모델로 우리 강소기업 프로그램이 자리매김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강소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축척한 ‘성공 DNA’를 협력사에 전파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사가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 ‘동반성장 생태계’구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등급을 받았다.
지난 2009년 ‘혁신기술 기업 협의회’(이하 혁기회)가 구성됐다. 거래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과제 추진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이후 혁기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술개발 자금 지원, 공동 개발 과제 추진, 신제품 개발 참여 등을 확대하고 있다. 혁기회 24개사의 2011년 매출은 3조 4,700억 원으로 출범 당시 매출 대비 41%가 증가했다. 이들 중 10개사는 삼성전자와 신규거래가 성사돼 새로운 성장동력까지 추가했다.
협력사들의 인재 발굴, 육성을 위한 채용 시장도 마련했다.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사 채용 한마당’에서는 158개사가 참여해 1,600여 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 임직원들의 기술·제조·품질 등 직무 교육과 경영 관리 전반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성공 방식을 협력사에 전수하기 위해 ‘협력사 자문 경영단’도 활동하고 있다. 인사, 혁신, 제조, 구매 등 8명의 각 분야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전자의 현장 경험, 전문 지식, 성공 노하우를 직접 컨설팅하고 동시에 동반성장을 위한 소통의 메신저 역할까지 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상생협력센터장 최병석 부사장과 관련 임원이 직접 협력사를 방문하는 ‘소통의 대장정’을 실시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강호문 부회장, CE 부문장 윤부근 사장, IM 부문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의 대표들 그리고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등이 모여 ‘동반성장 DAY’를 가지기도 했다. 이 날 동반성장 우수사례 발표회에서는 삼성 휴대폰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 갤럭시S Ⅲ와 갤럭시 노트2에 적용된 터치 컨트롤러 IC를 공급한 멜파스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 자리에서 이봉우 멜파스 대표는 “삼성전자와 협력한 성과가 경쟁력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데 기술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경영 노하우 전수- 삼진
2013년 강소기업으로 선발된 삼진은 리모컨, 스피커 전문 기업이다. 아버지 김평길 고문에 이어 김승철 대표까지 37년째 대를 이어 삼성전자와 거래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강소기업 후보 활동을 진행하며 기존 수십 개의 버튼 때문에 복잡했던 조작을 10개 이내로 줄인 ‘스마트 터치 리모컨’ 개발에 성공해 2012년 전년 대비 매출 40% 성장하며 1,3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또 삼성전자 스마트TV 음성인식 리모컨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고급사양)제품의 경우 북미 시장에서 6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승철 대표는 삼성이 운영하는 ‘미래경영자 과정’ 출신이다. 이는 1,2차 협력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들의 고령화에 대비해 해당 기업과 삼성전자의 비즈니스와 경영철학, 노하우 등이 다음 세대 경영인으로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상생방안이다. 김 대표는 10개월간 삼성전자의 구매·인사·제조·마케팅 부서 등에 근무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삼성의 성공적인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은 김승철 대표는 현장 제조환경 개선을 비롯한 기업 혁신으로 2015년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력 지원- 새솔다이아몬드공업㈜
새솔다이아몬드공업㈜(이하 새솔다이아몬드)는 CMP 패드 컨디셔너 부문에서 2011년부터 세계 점유율 1위 자리(시장점유율 32%)를 고수하고 있다. 패드 컨디셔너란 반도체의 웨이퍼를 얇게 갈아내는 패드의 연마력을 유지시켜 주는 부품이다. 작은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가공하여 만드는 이 컨디셔너는 10여 년 전까지는 비싼 가격에 전량 수입해서 사용했다. 소모품이다 보니 해외 기업들은 짧은 교체주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고 불량률도 높았다. 새솔다이아몬드는 이 부분에 주목해 개발에 집중, 국산화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세계 1위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까다로움이 새솔다이아몬드의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됐고 제조공정에 혁신을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컨설턴트를 파견하고 기술개발비 20억 원을 투자했다. 또 삼성전자 엔지니어 14명을 투입하였다. 새솔다이아몬드와 삼성은 ‘신제품을 기존제품 대비 50% 이상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동 개발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새솔다이아몬드의 시제품을 양산설비에서 테스트하며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양산장비를 직접 다루는 삼성 엔지니어들의 자료와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로만 생산하던 패드를 ‘서로 다른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한 패드에 붙여보자’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는 다른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 제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콘셉트였다. 삼성전자 양산장비에 적용했더니 50% 이상 수명이 늘어났다. 대성공이었다. 새솔다이아몬드 측은 당장 신규매출이 18억 원 늘었고 공정 개선으로 납기일이 5일 이내로 단축되면서 매년 18억 원의 제조가 공비를 절감해 기업 건전성도 향상됐다.
신기술개발 지원- 큐에스아이
국내 유일의 레이저 다이오드 전문기업 큐에스아이는 2013년 ‘올해의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이는 기술역량과 더불어 경영전반의 프로세스까지 혁신해 세계를 무대로 비상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2011년부터 스피드 경영을 통해 신속하게 산업의 변화 흐름을 예측하면서 혁신활동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시스템화라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신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했다. 벤처기업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지만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해 내기 위한 자금은 부담스러운 과제였다. 이때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성과 공유제 사업인 ‘신기술개발 공모제’에 응모해 8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가 지원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높은 기술 장벽을 쌓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레이저 프린터에 들어가는 저가형 리드프레임 패키지용 레이저 다이오드를 개발했다. 기존의 메탈 제품을 플라스틱 재질로 변화시키면서 동일한 성능에 원가는 15% 절감됐다. 또 680m4-빔 레이저 다이오드 개발로 프린터와 복사기 인쇄속도가 4배 빨라졌고 고해상을 구현해냈다. 이렇게 혁신 제품을 쏟아내면서 시장에서 우수한 제품력을 인정받으며 매출 다각화까지 꾀했다. 큐에스아이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동작인식 솔루션 (마우스나 키보드 대신 언어, 행동으로 제어하는 미래기술)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하여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1위 품질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