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식변화는 하이브리드카와 고효율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붐을 이끌고 있다. 엔진 효율도 대폭 개선돼 이미 ℓ당 20㎞ 이상의 고연비를 내는 엔진까지 개발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효율 좋은 엔진이라도 인간 운전자가 가진 비효율성만큼은 극복이 불가능하다. 급가속 같은 나쁜 운전습관은 엔진의 연비를 최대 3분의 1이나 갉아먹을 수 있다. 연비를 극대화하려면 차량에 더해 운전자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B.J. 포그 박사는 논문 ‘카리스마적인 컴퓨터들(Charismatic computers)’에서
인간의 행동은 동기, 능력, 자극이라는 3대 요인의 산물이라 분석했다. 이를 운전자에게 접목하면 효율적 운전의 동기는
명확하다. 연료를 아껴야 돈이 절약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모든 운전자는 시속 80㎞이하로 주행하며 급가속, 급제동을 하지 않을 능력이 있다. 문제는 그동안 그렇게 해야 할 자극이 취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에만 해도 운전자가 자기 애마의 정확한 연비를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혼다가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에 최초로 실시간 연료소비량 측정계를 장착하며 자극 요인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모든 친환경 차량에 운전자의 좋은 운전습관을 독려해줄 계기판이 기본 장착돼 있다. 예컨대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드는 고연비 운전을 할수록 에코 계기판에 녹색 잎이 무성해진다.
이런 실시간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도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의 가속도계 데이터를 분석, 운전 스타일을 파악한 뒤 연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앱이 다수 출시된 상태다. ‘토크(Touque)’나 ‘오토매틱스(automatic)’ 같은 앱은 차량에 연결하는 동글을 활용해 무선 블루투스로 엔진의 성능 정보를 휴대폰으로 전달해주며 과속, 급제동, 급가속을 할 때 경고음을 송출한다.
이 자극은 실질적 효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통센터(UCTC)의 연구에 의하면 운전자가 실시간 연비 정보를 전달받을 경우 기존보다 6%의 시내주행연비 향상이 나타났다. 전 세계 운전자의 3분의 1에게만 관련정보를 줘도 천문학적 연료비가 절감될 수 있는 것.
특히 운전습관의 감시와 통제는 자율주행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더 많은 차량 운행 정보가 계량화될수록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더 완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