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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왜 굳이 뇌파로 로봇을 제어하려는 걸까?

블록버스터 사이언스<br>SCIENCE OF BLOCKBUSTER<br>올해 개봉한 SF 블록버스터들이 던져준 독특하고 흥미로운 궁금증에 대한 과학적 대답

줄거리
카이주(Kaiju)라는 거대 외계 괴물들이 태평양 해저에서 나타나 지구를 공격한다. 각국은 지구연합군을 결성, 뇌파를 통해 원격 조종하는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를 개발해 반격에 나선다.

무인항공기 조종 장치처럼 이미 검증된 원격조종 인터페이스를 사용했어도 됐겠지만 뇌파를 활용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를 동원한 것은 BMI가 영화적으로 훨씬 멋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BMI가 갖는 이론상 이점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카이주와의 전투에서는 1밀리초(㎳) 단위로 로봇의 반응이 이뤄져야한다. 그러나 뇌가 팔이나 다리의 근육에 신호를 전달, 명령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1㎳ 이상이 걸린다. BMI는 이 난제를 풀 가장 현실적 해답이다. 초보적 단계이기는 해도 이미 개발이 이뤄져 로봇의 제어에도 성공했다. 언젠가 기술이 발전하면 사지마비 환자의 휠체어 제어, 중력가속도로 인해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초음속전투기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 향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여타 인터페이스와 비교해 BMI의 용도가 넓지는 않다. 과학자들 입장에선 음성이나 안구의 위치에 반응하는 인터페이스, 혹은 인터페이스 자체가 없는 제어기술의 개발이 한층 용이하고 파급력도 크다. 궁극적으로 항공기, 자동차, 그리고 2,700톤짜리 예거 로봇이라면 아예 자율제어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에서는 BMI와 관련해 꽤 유용한 아이디어가 제시돼 있다. 조종사 두 명의 뇌를 일명 뇌신경 브리지(neural bridge)로 연결한 채 한 대의 로봇을 제어하는 개념이다. 이는 20년간 뇌신경 인터페이스를 연구해온 영국 에식스대학의 생체공학자 프란시스코 세풀베다 박사팀에 의해 최근 개념 실증이 이뤄졌다. 피험자 두 명에게 화면 속 우주선을 조종하도록 하고, 소프트웨어가 두 사람의 뇌 신호를 합쳐서 잡음을 제거한 뒤 하나의 명령으로 변환했는데 한층 정확한 조종이 가능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가 보다.


발전적 비판
영화 스틸사진으로 볼 때 카이주의 피는 파란색이다. 특이하지만 불가능한 설정은 아니다. 절지동물의 일종인 투구게(horseshoe crab)의 피가 파랗다. 또한 투구게는 혈액이 신속히 굳기 때문에 상처가 생겨도 회복속도가 빠르다. 카이주 역시 그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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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의 현실화
SF 영화 ‘유로파 리포트’의 제작자들이 과학적 현실감을 불어넣은 방법


전문가 자문: 감독 세바스찬 코르데로와 제작진은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 산하기관인 ‘사이언스 & 엔터테인먼트 익스체인지’ 소속의 행성과학자 두 명과 작업을 함께했다. 두 과학자는 목성을 스쳐지나가는 유로파 탐사선의 승무원들에게 목성의 크기와 줄무늬가 어떻게 보이는지 등 영화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점검했다.

NASA 기록 검토: 이 영화는 ‘실제 유로파 탐사 시 촬영된 영상’이라는 형식을 띤다. 때문에 코르데로 감독은 우주임무가 카메라에 어떻게 찍히는지 알기 위해 아폴로프로젝트 때 촬영된 영상을 집중 검토했다. 그가 주목한 사실은 영상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별빛은 광도가 낮아 카메라로 담아내기 힘든 탓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우주도 별 하나 없이 검게 표현됐다.

모르면 애매모호하게 묘사: 유로파에서 무엇이 발견될 지와 같은 정확치 않은 부분의 경우 코르데로 감독은 명확한 표현보다 암시를 많이 사용했다. 당초 과학 자문들은 감독이 추정이나 상상에 근거한 내용을 사실처럼 표현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코르데로는 오히려 감질날 만큼 애매모호하게 처리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유로파 (Europa)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 1610년 갈릴레이가 발견했으며 생명탄생의 원천인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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