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전자 변형 작물 반대 시위가 굶주린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이유

by Nina Easton 포춘 칼럼니스트


5월은 몬산토 Monsanto 반대 시위가 일어난 달이다. 대니 드비토, 데이브 매튜스 같은 많은 유명인사들이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농업생명공학 대기업 몬산토에 반대하는 시위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시위는 몬산토가 한때 생산해 베트남 전쟁 때 사용됐던 치명적인 고엽제(Agent Orange) 같은 제품을 성토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있는 식품 기술 때문에 촉발됐다.

미국 극좌파 사이에서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이하 GM) 작물과 이 작물을 생산하는 악덕 기업을 거세게 비난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GM 작물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맨 처음 유럽 대륙에서 크게 일어난 반대 시위는 그린피스 Greenpeace 등 시민 단체를 통해 미국으로 확산됐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 11월 GM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발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러나 비슷한 국민발의가 다른 주와 의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홀 푸드 Whole Foods는 GM 원료가 첨가된 식품에 라벨을 붙이는 5개년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기농 제품을 애용하는 핵심 고객들을 보호하려는 포석이다(GM 표시 제품은 ‘유기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GM 작물 반대 시위는 마치 빈국에 대한 선진국의 ‘탄압’처럼 비치고 있다. 비타민 A가 첨가된 골든 라이스 Golden Rice를 생산하는 몬산토는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아이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매년 25만에서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비타민 A 결핍 아동들이 시력을 상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반은 시력 상실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인도와 중국, 서아프리카에서는 가난한 농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 해충에 강한 GM 목화의 생산 능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을 많이 주지 않고도 잘 자라는 동아프리카 옥수수는 살인적인 가뭄 시기에 농부의 생계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많은 인명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 AID)의 라지프 샤 Rajiv Shah 국장은 “식량 생산의 기술 향상으로 1700년대 이후 대규모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기아 퇴치를 고민하는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 같은 많은 단체처럼 그도 GM 작물을 중요한 식량 기술로 분류하고 있다. 샤 국장은 “기후 변화로 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GM 씨앗 같은 기술이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시민 단체의 웹사이트는 근거 없는 위협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GM 식량은 “장기손상, 인슐린 및 면역 체계의 이상 증세, 그리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과학 협회인 미국과학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이하 AAAS)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이 단체는 “전통적인 작물육종기술로 변형된 작물과 비교할 때 GM 작물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GM 반대 운동이 처음 일어난 유럽 연합(European Union)도 130건의 연구를 통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부 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해충에 강한 GM 작물이 독성 화학 비료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몬산토의 최고경영자인 휴 그랜트는 GM 식량이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쳐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모든 새로운 작물은 미국 정부의 테스트와 승인을 받는다는 점에서 AAAS도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GM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AAAS는 GM 표시 의무화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표시 의무화 시도가 GM 작물은 불안전하고, 검증이 안된 인공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AAAS는 일부 GM 반대 세력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GM 제품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GM 반대 캠페인 여파로 세계적인 기아퇴치 노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정작 빈곤 문제 해결이 시급한 나라에서도 GM 반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식량 연구 시설물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GM 콩의 최대 수입국이다-이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GM 쌀과 옥수수의 도입을 미루고 있다. 또 GM 반대 세력 때문에 필리핀이 골든 라이스 수입을 10년 정도 늦추면서 비타민 A가 부족한 수백만 명의 빈민이 사망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의 샤 국장은 “GM 반대 세력과는 ‘다른 셈법’으로 문제에 접근한다”고 외교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기아와 극심한 빈곤을 퇴치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단순히 GM 반대파와 다르다는 것을 넘어 올바른 방식이기도 하다.”

※ 포춘 미국판의 유명 칼럼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게재합니다. 유려한 비즈니스 영어 문장 속에서 알찬 경제 정보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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