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퀄프대학의 엠마 알렌 베르코 박사팀은 이런 대변 이식술에서 착안해 환자의 상태에 맞춰 장내 박테리아의 조성을 바꾸는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그런데 장내 박테리아는 실험용 접시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연구팀은 인공 대변을 개발했다.
Q. 인공 대변은 무엇으로 만드나?
비소화성(indigestible) 셀룰로오스와 같은 물질들로 만들어진다. 음식을 섭취했을 때 위장관의 말단까지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물질이라 생각하면 된다. 갈색의 질척거리는 녹말 덩어리로 냄새도, 모양도 끔찍하다.
Q. 거기에 어떻게 박테리아를 주입하나?
‘로보것(Robogut)’이라는 로봇 내장을 이용한다. 이 장치는 인공 대변이 담긴 대형 비커 6개를 체온과 동일한 온도로 유지시켜주는데, 여기에다 실제 사람의 대변에서 채취한 박테리아를 주입하게 된다. 혐기성 장내 박테리아는 산소에 노출되면 치명적이어서 모든 비커는 기밀 처리돼 있으며, 센서로 온도와 산성도를 실시간 체크하고 있다.
Q. 인공 대변 제작 공정 중 최악을 꼽자면?
규정에 따라 실험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변기에 버릴 수 없다. 그래서 고온에서 구워서 버린다. 이때는 연구실은 물론 건물 전체가 대변 냄새로 진동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야밤에 작업을 해야 한다.
Q. 연구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나?
장내 박테리아는 인간의 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이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기존의 인식을 20년 내에 바꿔놓을 생각이다. 앞으로는 이런 박테리아들의 생태계가 무너질 때, 다시 말해 체내 좋은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에 걸린다는 관점이 득세할 것이다.
Q. 이 분야 연구의 제도적 문제점은 없나?
미 정부가 마련한 대변 이식술의 의학적 관리감독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비공식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고 대변 이식이 이뤄지는 것이다. 적절한 감독이 없다면 이들의 연구는 좋은 결과보다 나쁜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 점이 정말 두렵다.
[PUT WHAT IN WHERE?]
대변 이식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사진] 감염에 의한 설사로 미국에서만 매년 1만4,000여명이 숨진다. 연구자들은 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이래 대변 이식술로 유익한 장내 박테리아의 복원을 모색했다. 시술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식염수나 우유로 희석한 뒤 콧구멍이나 항문을 통해 환자의 소장에 직접 주입한다. 지금껏 300여명의 시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돼 있는데 올해 초 최초의 비교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대조군보다 재발 없이 치료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Clostridium diffic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