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발표된 연구는 유방암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인 72명의 환자를 5년간 추적 조사한 것이었는데 투지를 가지고 투병했던 환자들이 무기력하거나 절망에 빠져있었던 환자들에 비해 훨씬 행복한 삶을 살았다. 생존기간도 길었고, 잔류된 암세포의 징후도 적게 나타났다.
게다가 이후의 후속연구들도 이와 일치하는 결과들을 내놓으면서 긍정적 마인드가 건강에 이롭다는 사고방식이 의학계의 정설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최근 실시된 몇몇 대규모 메타분석을 통해 낙관적 사고가 암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볼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과학적 관점에서는 투지를 불태우며 긍정적 감정을 갖든, 무기력함과 절망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든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의과대학의 행동종양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임스 코인 박사의 전언이다.
“어느 시대이건 항상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부합하는 어떤 논리를 찾고자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찾을 수 있을 정도에요.”
코인 박사는 이어 1979년의 실험결과를 이렇게 해석하기도 했다.
“현재 건강하고, 또 건강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설령 그렇더라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코인 박사는 암환자들의 경우 자칫 긍정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낙관적으로 행동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거나 위안과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절망감을 숨기려고만 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아요. 혹여 암이 악화되면 자기 자신을 질책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이런 심리적 압박은 향후 진행될 긍정적 사고에 대한 연구의 신뢰도를 낮출 수도 있다. 환자가 정말 투지가 있는 것인지,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아내기가 정말 어려운 탓이다.
메타분석 (meta-analysis)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실시된 통계학적 연구들을 다시 통계적으로 통합·종합하여 분석하는 문헌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