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카드의 또 다른 파격 행보, 카드업계 새로운 표준 제시한다

[CLOSER LOOK] <br>현대카드가 복잡한 카드부가서비스의 단순화를 선언했다. 상품구조를 단순화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수익구조 개선과 소비자의 실질적 혜택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카드의 ‘챕터2’ 전략이 성공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지난 6월 24일 현대카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하지만 여느 기자간담회와 달리 이날 간담회는 발표 내용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자들은 ‘현대카드 챕터2·새로운 10년을 위한 변화의 서막’이라는 간담회 제목만으로 발표내용을 추측해야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이 자리에서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2003년 ‘현대카드M’을 선보인 이후 위기극복과 영광스런 성공의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고객 혜택을 ‘캐시백’과 ‘포인트 적립’ 두 축으로 전면 개편한 ‘챕터2’ 전략으로 새로운 10년을 열 것이다.”

현대카드가 기존의 복잡했던 카드부가서비스를 7월 1일부로 사실상 전면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대신 카드 사용액에 따라 포인트 적립을 받는 ‘현대카드M’, 할인 캐시백 혜택을 받는 ‘현대카드X’, VVIP 카드 (블랙, 퍼플, 레드), 체크카드 (T3, ZERO) 등 7종의 카드로 단순화 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카드사에 따라 수백 종의 카드를 제공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7가지로 확 줄였다. 주유, 항공, 쇼핑 등 사용 목적에 따라 혜택이 바뀌는 카드들을 없애고 포인트와 캐시백이라는 두 가지 핵심 혜택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을 단행했다.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원석준 현대카드 카드사업본부 전무는 말한다. “기존의 혜택은 제약 조건이 복잡해 일일이 찾아 쓰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왜곡 현상이 있었다. 이번 전략은 수백 가지 종류의 카드가 남발돼 고객들에게 혼돈을 주는 ‘기계적 선택권의 패러다임’에서 ‘유동적 선택권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전략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월 사용액이 50만 원 이상인 사용자들에게만 해당 적립·할인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특히 사용액이 높아질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구조라 회원들의 사용 빈도 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현대카드의 수익성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체리피커(혜택에 따라 카드를 바꿔가며 쓰는 고객)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정태영 사장은 말한다. “지난 10년간 현대카드는 과감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써왔지만,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으면 필연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 ‘챕터 2’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 몇 종을 선보이고 서비스를 개편하는 수준을 넘어, 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용 감소, 수익 상승 효과 노려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카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은 2003년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어느새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전략이지만 과도한 시장 세분화 및 무차별적인 혜택 남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카드사들의 비용을 늘려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 해 가맹점 수수료 개정 이후 가맹점의 88%에 달하는 중소가맹점들의 수수료가 1.5% 수준으로 하락했고, 대형가맹점들은 반대로 수수료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외형을 불리면 수익도 증가한다’는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게 된 것이다. 현대카드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챕터2’ 전략으로 핵심고객 중심의 수익구조 개선을 이루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이명식 교수는 말한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다 보니 카드사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비용을 줄이다 보니 결국 정말 수익에 도움이 되는 고객들한테만 치중하게 된 것이다. 80%의 수익을 창출하는 20%의 핵심고객에게만 집중하는 일종의 ‘팔레토 법칙’에 기반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 국내 신용카드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진입했다며 현대카드의 ‘챕터2’ 전략처럼 비용절감을 노리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말한다. “현대카드의 전략은 현재 시장 변화에 대한 재빠른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하고 혜택을 줘왔다면 이제는 정말 수익을 창출 할수 있는 고객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주유, 항공, 쇼핑 등 사용 목적에 따라 혜택이 바뀌는 카드들을 없애고 포인트와 캐시백이라는 두 가지 핵심 혜택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파격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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