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는 당초 2011년 8월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2년간 미뤄졌다. 군사 기지였던 야스니 발사장이 민간사업을 병행하면서 러시아측과 갈등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리랑 5호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년 동안 부품을 상세하게 점검해 기능 수행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향후 아리랑 5호는 최종 운영 기준 궤도로의 안착을 위해 궤도를 조정한 뒤 6개월 정도 궤도상에서 위성체와 탑재체의 기능 시험 등 초기 운영을 실시하고 나서 정상 임무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아리랑 5호 개발을 총지휘한 이상률 항우연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은 “4개월간 보정작업을 거치면 최대 해상도 1m급으로 한반도를 하루 두 차례 촬영이 가능하다”며 “해양 유류사고, 화산 폭발 같은 재난 감시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5호는 고도 550㎞의 태양동기궤도에서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을 획득하는 지구 저궤도 위성이다. 영상레이더 안테나는 위성의 지구직하 방향에 대해 진행방향 우측으로 33.7도 기울어져 지향하고 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리가 얻게 될 최대 메리트는 전천후 관측 능력의 확보다. 기존의 아리랑 2호와 3호는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탓에 구름이 끼거나 어두운 야간에는 지상관측이 불가했던 것과 달리 아리랑 5호에 탑재된 합성영상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는 투과율이 뛰어난 마이크로파를 지상에 발사해서 반사파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데 기상조건이나 주야간에 관계없이 영상
을 촬영할 수 있다.
그만큼 홍수, 가뭄, 산불, 지진, 지반 침하, 해양 기름 유출 등 국가 재난·재해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의 위성 중 SAR이 탑재된 것은 아리랑 5호가 최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아리랑 5호가 보내오는 전천후 레이더 영상과 아리랑 2·3호의 광학영상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각종 지형 및 지리정보, 원격탐사, 정밀관측 등의 분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장은 “광학영상은 육안 해석 등에서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레이더 영상은 환경적 제약에서 탈피한 안정적 관측 능력을 부여한다”며 “오는 2014년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3A호까지 발사되면 우주 선진국들과 대등한 관측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운용 중인 실용(급) 지구관측 위성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위성) 2호와 3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이 있었다. 여기에 아리랑 5호와 3A호가 힘을 보탠다면 우리나라는 상시적인 기상·해양 관측은 물론 고성능 광학·레이더·적외선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하며 주야간, 기상상태, 지상 장애물 등에 관계없이 지표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관측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도 평화적 목적의 위성영상 제공국가로서 대폭적인 위상 제고가 가능해진다.
이중 아리랑 2호는 1m급 해상도의 광학 영상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아리랑 3호는 2호보다 우수한 해상도 70cm급 광학카메라가 탑재돼 있는데 이 정도의 해상도면 지상에 있는 자동차의 차종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밀한 촬영 성능을 나타낸다.
2011년 4월 발사된 천리안의 경우 국내 연구진이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으로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서 24시간 우리나라 일대의 기상 및 해양 관측, 통신 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또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아리랑 3A호에는 온도 차이를 활용해 영상을 얻는 적외선 탑재체가 실릴 예정이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앞으로 발사될 국내 위성들은 지형·지리정보, 원격탐사, 정밀관측 등 국내외 영상 수요를 충당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세계 인공위성 시장 진출과 국내 위성 관련 산업체의 시장 개척, 수출증대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등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해상도 1m급 1㎡ 면적을 하나의 점(화소)로 표현하는 해상도.
태양동기궤도 (Sun Synchronous Orbit, SSO) 궤도면과 지구의 공전면이 일정한 각을 이루며, 궤도면의 회전 방향과 주기가 지구의 공전 방향 및 주기와 동일한 궤도. 태양을 항상 같은 자세로 바라보기 때문에 태양전지를 통해 균일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ANATOMY] 아리랑 5호 인사이드
아리랑 5호의 위성체는 크게 탑재모듈, 전자모듈, 추진모듈, 태양전지판으로 구성돼 있다.
1. 탑재모듈 : 탑재체의 온도 유지를 위한 다층박막단열재(MLI)와 히터, 지상국과의 통신을 위한 송수신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2. 전자모듈 : 전력계 장비와 자세제어계 장비, 원격측정 명령계 장비 등이 들어 있다.
3. 추진모듈 : 위성의 궤도조정 및 자세제어에 사용되는 추진제 탱크, 소형 추력기 등이 탑재된 모듈.
4. 태양전지판 : 위성이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한다. 위성과 발사체가 분리된 후 전개된다.
[INTERVIEW]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
아리랑 5호의 주된 임무는 무엇인가.
다른 다목적 실용위성과 마찬가지로 지구 관측이 주임무다. 아리랑 2호와 3호의 광학영상 정보와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실생활 등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다목적 실용위성을 흔히 전천후 위성이라 한다. 전천후라는 것은 구름이 끼거나 밤에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점에 더해 광범위한 지역의 고해상도 영상 전송 능력
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년 전의 원유 1만여톤이 유출됐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같은 재난이 터지면 아리랑 5호의 합성영상레이더(SAR)로 폭 100㎞ 광대역 관측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관측 폭을 좁히면 미세한 변화도 탐지한다. 공사현장에서 나타나는 1~2㎜ 정도의 작은 움직임까지 잡아 낸다.
아리랑 5호의 개발과 발사과정에서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발사가 지연됐던 지난 2년이 굉장히 힘겨웠다. 항우연 안팎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계약을 잘못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발사체 개발사인 코스모트라스와의 관계를 보면 서로 나름 최선을 다한 계약이었다. 우리 예산이 부족한 것을 코스모트라스가 감안해주면서 40억원 정도의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도, 코스모트라스도 어려워지면서 발사가 지연됐다.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이용해야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초창기에는 발사체 개발에 몸을 담고 있다가 위성 분야로 넘어왔다.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의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
릴 수 있기를 누구보다 희망한다. 다만 발사체의 개발과 발사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는 오는 2020년을 전후해 나로호의 후속으로 한국형 발사체(KSLV-Ⅱ)의 발사가 추진되고 있다.
5년인 아리랑 5호의 임무연한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지구저궤도 위성의 수명이 5~7년이다. 정지궤도위성은 과거 10년이었다가 최근에 15~20년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격차는 두 위성 간의 운용환경 차이에 기인한다. 실제로 정지궤도위성이 계속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지구저궤도 위성은 쉬지 않고 지구를 공전한다. 공전 회수가 하루 14바퀴이므로 1년이면 무려 약 5,000번이나 밤낮이 바뀌면서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이 일어난다. 그만큼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위성은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를 할 수 없어 임무연한을 보수적으로 잡는다. 참고로 아리랑 1호의 수명은 3년이었다.
광학카메라, SAR, 적외선카메라 탑재위성을 동시 운용하려면 5년마다 위성을 발사해야한다는 뜻인가?
아리랑 3A호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함께 광학 채널도 탑재된다. 아리랑 2호와 3호
의 임무연한이 다해 폐기되더라도 3A호와 5호만 있으면 충분한 관측능력이 확보된다.
향후 항우연의 위성 개발 계획은.
항우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 기본적으로 정부의 계획을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아리랑 위성 시리즈는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일단 올 하반기 과학기술위성 3호를, 내년에 아리랑 3A호를 한 묶음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리랑 시리즈는 개발비가 2,500억원~3,000억원이 들어간다. 개발 기간도 많이 걸린다. 기타 공공 수요를 활용하기에는 너무 비싼 위성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500㎏급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의 독자기술로 개발해서 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꾀할 생각이다. 2018년에 개발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운이 좋으면 내년에 착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