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채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시장조사 기업이다. 미디어채널에서 발표하는 온라인 업종별 기업 순위에 해당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수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회사 홈페이지 정도만 운영하는 곳도 있고, 매출을 목적으로 한 영리활동이 주가 되는 곳도 있다. 쇼핑몰처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온 곳이 있는가 하면, 포털처럼 아예 처음부터 온라인에서 시작한 곳도 있다.
온라인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트래픽과 방문자 수에 민감하다. 트래픽이란 해당 웹의 서버 통신량을 말한다. 트래픽과 방문자 수 등은 특정 웹 서비스가 얼마나 대중적인지를 판단케 해주는 지표다. 이 수치들이 높을수록 기업은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통 온라인 기업들의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일반 상점과 같이 직접 상품을 올려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우와 웹 페이지에 배너 등 광고창을 만들어 광고수입을 얻는 경우이다.
트래픽과 방문자 수는 둘 중 어느 수익구조를 따르든 중요한 지표다. 상점의 입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는 것보단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상점이 매출액 기대치가 훨씬 높다. 유동인구가 많아 물건을 살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소비자 역시 많아지기 때문이다.
광고 수입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광고주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광고를 올리고 싶어 한다. 트래픽이나 방문자 수 1위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그 이름값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경향도 생긴다. 트래픽이나 방문자 수 확보를 위한 기업들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이들 순위 발표에 기업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온라인 시장조사 기업으로는 미디어채널이 꼽힌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정부 정책 결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업체라면 미디어채널의 업계 순위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순위에 따른 매출액 변화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채널은 2000년 1월 21일 설립됐다. 인터넷 데이터 분석과 e-비지니스 컨설팅 및 홍보·마케팅 대행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데이터 정보 제공에 따른 이용료 수입’ 및 ‘컨설팅 서비스 수입’이 주된 수입원으로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광고 및 교육 부분에서 올리고 있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서비스인 ‘랭키닷컴’과 프리미엄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채널은 전체 수입 등락이 큰 편이다. 컨설팅 서비스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은 높지만 수주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대형 업체가 컨설팅 클라이언트로 잡히면 매출이 급격히 뛴다. 데이터 정보 이용료 외에 컨설팅 서비스 수입 등을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연 매출액은 15억 정도다. 데이터 정보 이용료는 고정수입으로 잡힌다.
미디어채널의 시장영향력을 생각할 때 15억 매출은 의외의 수치다. 한광택 미디어채널 대표이사는 말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데이터 자료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 환경이 이걸로 장사를 해서 고수익을 내기엔 어려운 구조입니다. 우리나라가 온라인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쪽의 유효시장은 작은 나라거든요. 서비스 초기에는 ‘돈을 받고 데이터를 판다’는 사실이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미디어채널은 2002년 9월 온라인 시장조사 업체 중 최초로 유료화를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공짜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광고가 아닌 데이터 콘텐츠로 돈을 번다는 것은 동종업계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였던 프리첼이 유료화를 선언,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던 때였다. 당시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가 몇 곳 더 있었다. 미디어채널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후발주자인데다 유료화까지 선언했던 미디어채널이 현재는 시장 최고 자리에 올랐다. 경쟁사들은 대부분 도태되고 코리안클릭 정도만 남았다.
미디어채널이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네이버 1등론’ 때문이었다. 유료화 당시는 다음과 야후가 포털 1, 2위를 다투고 있었다. 2004년에서 2005년 사이, 미디어채널은 다른 온라인 시장조사업체들과는 달리 포털 1위가 바뀌었다며 ‘네이버 1등론’을 주장했다. 시장의 반응은 격렬했다.
한 대표는 말한다. “다음이나 야후는 공개석상에서 저희를 비난하기도 했어요. 그것도 대표이사가 나서서요. ‘웃기지 마라’ 이거였죠. 하지만 저흰 자신 있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데이터 신뢰도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했거든요. 두 업체가 자체 조사자료를 제시하며 어림없는 소리라 했지만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한 달도 안 걸렸습니다.”
미디어채널의 자신감은 업계에서 압도적인 패널 수에 기인한다. 미디어채널에서는 시장 정보 수집을 위해 무료로 랭키툴바 프로그램을 배포한다. 랭키툴바에는 업종사이트 순위가 표시되는 등 미디어채널에서만 받아볼 수 있는 부가서비스가 제공돼 사용인구가 많다. 주간 기준 30만 명이나 된다. 미디어채널에서는 이렇게 배포된 툴바를 이용해 개별 사용자의 웹사이트 이용기록 및 PC 이용환경을 수집한다. 물론 사용자 동의를 얻은 자료에 국한해서다.
몇몇 기업들은 랭키툴바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계적인 트래픽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랭키닷컴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말한다. “똑같은 간격으로 오는 신호가 종종 있습니다. 한 IP에서 사람 손으로는 절대 누를 수 없는 속도로 전달되는 신호도 있고요. 보통 인터넷 유저가 하루 평균 400~600번 정도 클릭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건 1,200씩 찍히는 것들도 들어와요. 오토 프로그램으로 돌리는거죠.”
이런 허수 트래픽들은 데이터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디어채널에서는 여러 필터링 작업을 한다. 30만 데이터 자료 중 주 1회 이상 인터넷 사용자 만을 추출하고, 그중에서 여러 패널 선정 규칙에 따라 랜덤으로 5만~6만 데이터를 뽑아낸다. 그렇게 뽑힌 데이터들 중에서도 패널로서 부적합한 신호들을 걸러내야 최종데이터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 조작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있다. 한 대표는 말한다. “아예 현금을 싸가지고 와서 ‘순위 좀 올려달라’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깍두기(폭력배)들을 데리고 오는 기업들도 있었고요. 초창기에 협박도 많이 받았죠. 이런 방법들이 안 통하니까 꽤 창의적인 방법도 나옵니다. 마치 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접근해서는 갑의 위치인 것처럼 굴면서 순위 조작을 해달라는 곳도 몇 번 겪어봤습니다.”
워낙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소송에도 자주 휘말린다. ‘랭키닷컴 웹서비스 서비스 정지 가처분 신청’만 몇 번을 당했다.
‘순위 데이터 삭제 명령 신청’은 일 년에 서너 번씩은 있는 연례행사다. 물론 이런 신청들은 그동안 다 기각됐다. 간접 소송도 잦다. 가장 최근 것으로는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업계 1위를 광고문구에 포함하며 ‘랭키닷컴 방문자 수 순위 자료’를 근거로 썼다가 듀오한테 소송을 당했다. 매출 규모로는 듀오가 1위, 가연이 3위다.
최근 미디어채널은 좀 더 고품질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웹사이트 순위만 줘도 콘텐츠가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시장환경이 변했다. 클라이언트들은 이제 좀 더 구체적이면서도 실행력있는 데이터 자료를 원한다. 자사 및 경쟁사 웹의 순위와 트래픽 유입량만 알면 되던 시절에서 이제는 ‘경쟁사의 트래픽은 어느 경로를 통해서 주로 들어오는지’ ‘왜 우리 웹에서는 해당 경로에서 경쟁사만큼의 트래픽이 안 나오는지’ 등의 정보가 중요해졌다.
모바일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눈에 띄는 변화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온라인 시장도 함께 커진 결과다. 온라인 기업들에게 모바일 온라인 시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휴대폰에 어떤 앱을 깔고 얼마나 실행을 하는지, 한 번 실행 시 머물러 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중요한 데이터로 간주된다. 미디어채널에서는 이미 이런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특정 앱의 남녀 성별 비율, 쓰는 시간대, 전체 앱에서 해당 앱이 사용되는 비율 등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한 대표는 말한다.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그런 데이터들을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와 연결시켰을 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가장 영양가 있는 정보가 되거든요. 꾸준히 데이터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특히나 숫자가 주는 직관성이란 굉장한 것이어서 데이터 정보 제공자로서 사회적인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