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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 팀 쿡 휘하에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다음은 낙관론이다


애플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틀렸다. 물론, 애플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신제품의 샘물이 마른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비즈니스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 온 애플에게 이제는 정점에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말하기는 쉬울 것이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 왔다). 여기에 애플이 잡스 없이 미래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더하면, 비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애플을 헐뜯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애플을 무시하려면 아직 멀었다. 애플이 밝힌 미래를 위한 비밀스러운 계획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지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으로서, 잡스 생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투를 위해 지능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애플의 기업 DNA에는 회사 전부를 건다는 태도가 있는데, 이는 애플 정도 규모의 기업으로선 놀라운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애플에게 변신할 기회는 여전히 많다. 잡스가 남기고 간 팀원들의 능력과 상상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애플이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미래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내놓지 않았다고 해서, 예전에 수 차례 그랬듯 다시 한 번 고객들을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플은 종종 일종의 컬트나 종교에 비교되어 왔다. 실제로 애플의 미래를 신뢰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맹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과장에 대한 기대는 비판가들이 애플이 지금도 얼마나 좋은 상황인지 보지 못하게 한다. 애플의 제품 마케팅 임원을 지낸 벤처 캐피털리스트 밥 보처스 Bob Borchers는 “제품은 물론이고 재무적 시각에서 봐도, 애플이라는 회사명을 지우고 최근의 사업 설명을 보면 누구든지 매혹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애플을 믿는 사람이다. 단 한 가지 문제는 애플이 바로 자기 자신과 비교를 당한다는 것이다. 다음 혁명이 열쇠다. 마지막으로 획기적인 제품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혁신은 (심지어 애플에서도) 예측 가능한 일정을 따르지 않는다. 2001년 아이팟 출시에서 아이폰 데뷔까지도 6년이 걸렸다. 선구적인 제품이었던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이에는 3년의 공백이 있었고, 그 자체도 이전 모델들의 혁신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2007년 이전, 상대적으로 휴식기라고 할 만한 기간 동안에는 애플이 그 팬들-혹은 투자자들-을 어떤 의미로든 실망시키고 있다는 분위기는 없었다. 그 기간에 아이팟 미니 IPod Mini와 셔플 Shuffle 같은 기존 인기 제품의 업데이트 버전들, 매킨토시 컴퓨터의 노트북 버전에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제품 등을 쏟아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애플 특유의 마법이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면 아이패드 미니, 더 얇아진 아이폰 5, 재디자인한 모바일 소프트웨어 등은 예전과 같은 일상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음이 깊은 자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출시로부터 이제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봐도 애플 앞에 차려진 밥상은 푸짐하다. 아시아-애플이 이곳에서 부속품을 구매하고 기기 조립 계약을 하고 있다-를 방문한 투자자들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위한 저가 아이폰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애플 수익률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막대한 성장 기회를 대변하기도 한다. 애플 공급망의 후발업체들에겐 고가 아이폰들을 위한 애플의 다음 혁신-애플이 작년 말 인수한 칩 제조업체 오센텍의 지문 센서 기술-을 배울 기회도 있다. 애플 팬들은 아이워치나 애플 TV가 내년에 출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시아에는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전혀 없다.

애플은 신제품들에 대해 함구하기로 유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여러 번 암시를 주었다. 지난 6월 소프트웨어 개발자회의에서 CEO 팀 쿡은 애플의 아이튠스 서비스 계정이 현재 5억 7,500만 개로, 온라인 상거래 업체 중 최대 규모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보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애플이 공개적으로 수시 업데이트하는 통계 자료다. 때문에 애플이 페이팔과 스퀘어의 최고 장점을 합친 지불 또는 청구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지불 시스템은 활성화된 생태계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과 반복적으로 거래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불 시스템을 시도하려 한 기업들 중 애플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저력을 겸비한 회사는 없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케이티 허버티는 “애플이 그 5억 7,500만 명의 계정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현금화할 것인지 시장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애플에 있어 또 하나의 매력적인 기회는 자동차 시장이다. 애플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내년부터 애플의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장착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더 출시될 것이라는 전조이자, 최근 발표한 아이튠스 라디오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BTIG 리서치의 미디어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 Rich Greenfield는 “사람들은 보통 하루 두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데 이때 주로 음악을 듣는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아이튠스가 어떻게 자동차 운영체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나는 그런 것을 처음 봤다.” 애플은 최근 약점으로부터 어떻게 강점을 만들어낼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애플 맵스 Apple Maps와 시리 Siri 음성 작동 검색 서비스를 통해 선두 주자라는 점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애플이 투자를 하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개선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제품들이 핵심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경영진의 자신감도 ‘잡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2005년 이후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한 쿡은 잡스가 간과했던 외부 그룹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예컨대 애플의 중국 하청업체들을 비판한 측과 관계 개선을 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배당금을 지급하고, 부채를 늘리고, 자사주 취득을 약속하면서-최소한 애플의 대차대조표와 관련해서-월가의 요구도 어느 정도 들어줬다.

애플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모바일 소프트웨어 iOS 7은 잡스가 선호했던 이른바 ‘스큐어모피즘 skeuomorphism’ *역주: 기능적으로 불필요함에도 다른 대상의 유사한 특성을 모방하는 것을 버렸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는 기능적으로 불필요하지만 예스럽게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게임 앱의 구식 카드 테이블 이미지와 아이북스 iBooks 앱의 책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 Craig Federighi는 “우리는 그저 녹색 펠트가 동났을 뿐이다”라고 농담을 건냈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환경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드물게 애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페더리기는 쿡이 잡스의 측근이었던 모바일 소프트웨어 책임자 스콧 포스탤 Scott Forstall을 작년에 해고하면서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었다. 페더리기가 잡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디자인 취향에 대해 노골적으로 농담할 수 있다는 점도 현 경영진이 자기 목소리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쿠퍼티노 Cupertino 본사에 틀어박혀 자기 일만 계속하던 잡스 시대와 달리, 지금의 애플 직원들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조짐들도 보인다. 애플의 아이애드 iAd 모바일 광고 사업 책임자였다가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신생 기업의 사장이 된 앤디 밀러 Andy Miller는 전 동료였던 애플의 한 팀원들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광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티브는 우리를 절대 못 가게 했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애플이 미래에 쓸 중요한 와일드카드 중 하나는 바로 CEO 쿡이다. 그는 잡스와의 일대일 비교에서 주로 지는 쪽에 속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쿡은 잡스와 같은 이야기꾼이나 제품 개발의 선구자가 아니다. 그러나 애플이 쿡과 같은 CEO를 맞을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었을 수도 충분히 있다. 그는 홍보에 인내심을 거의 발휘하지 않지만-애플은 쿡이나 다른 어떤 중역도 이번 기사에 코멘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의 튀지 않는 성격과 그가 마주한 엄청난 책임들을 생각하면 그 편이 실용적일 수 있다. 또 쿡은 중요한 순간에 진가를 발휘해 왔다. 노동과 환경 분야, 그리고 의회에서 애플의 평판을 개선했다. 특히 세금 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 상원을 사로잡기도 했다.

잡스는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애플 대학(Apple University)’ 개교를 하기 위해 예일 경영대학원장 조엘 포돌니 Joel Podolny를 영입했다. 잡스가 회사를 세우면서 배운 교훈들을 미래의 애플 간부들에게 심어줄 사내 커리큘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포돌니는 그 대학에서 ‘애플을 애플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강의를 했다. 그는 다른 여러 가지와 더불어 애플의 기업구조가 유난히 기능적인 속성을 가졌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사람이 한시도 아이폰 전체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았다. 한 소규모 팀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루고, 다른 팀이 운영 소프트웨어, 또 다른 팀이 하드웨어 디자인을 맡는 식이었다. 스탠퍼드 대학 정치철학과 출신으로 현재 애플 대학 교수인 조슈아 코엔 Joshua Cohen은 ‘교차점(The Intersections)’이라는 강의를 했다. 이 수업의 목표는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는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는 뉴욕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를 예로 든다. 이곳은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애플의 독특한 접근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중대한 측면에서, 애플은 여전히 위대함을 창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회사를 떠난 한 임원은 애플이 “스스로 계속 혁신하도록 강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니셔티브에 노력을 집중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환상적인 결과를 낳는다. 앞서 언급한 전임 중역은 “그래서 그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창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만약 그렇다면, 여전히 애플로 남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미디어, 월가, 그리고 남의 불행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의 상식에서 보면 지루한 평범함이 앞으로 애플을 짓누를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과거와 미래를 지켜본 일부 영민한 관찰자들은 전혀 다른 것을 본다. 바로 위대함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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