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자동차 혁명] 당신이 내게 차를 팔 수 없는 이유

자동차 메이커에게 보내는 어느 밀레니얼 세대의 메시지

필자는 어릴 적 부친이 운영하던 카센터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 당시 정비사들은 작업장을 돌아다니던 꼬마가 귀여웠던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곤 했다. 이렇게 필자는 엔진오일과 타이밍 벨트를 교체하는 방법에서부터 깨진 앞유리를 교체하거나 엔진 헤드개스킷의 누출을 점검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비기술을 직접 목격했다. 몇 년 후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자동차 정비 배지를 아주 손쉽게 따냈던 건 너무 자연스런 일이었다.

미국에는, 아니 세상에는 중고차 매장에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걸으며 판매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모델명과 제조연도, 출고가격 등을 줄줄 읊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오너드라이버가 되는 것, 자신이 원했던 자가용을 갖는 것은 이들에게 꿈과도 같은 일이다.


물론 필자도 그들처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현재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필자가 원하는 차량을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필자가 속한 밀레니얼 세대는 10대와 20대, 30대에 걸쳐 포진돼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전체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9,000만명이나 된다. 우리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골칫거리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자가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2009년 미국 젊은이들의 평균 주행 거리는 2001년 대비 23%나 줄었다. 또한 2011년 현재 16세부터 24세의 미국인 중 운전면허 취득자는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1963년 이래 최저 비율이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의 약 3분의 1은 도시 거주를 선호한다. 시골마을과 달리 도시에서는 자가용이 없어도 버스, 택시, 지하철, 모터사이클, 자전거, 그리고 도보 이동을 통해 원활한 생활이 가능하다.

이러한 얘기를 한다고 필자를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필자 역시 자가용이 주는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아내의 자가용을 자주 빌려 쓰기도 했다. 자가용이 있으면 장보기에서 국토횡단까지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트렁크에 캠핑 장비를 싣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행할 수도 있다. 내 마음대로 창문을 여닫을 수도 있고, 뒷좌석에 애견을 태워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여행 중간에 갑자기 목적지를 바꿔도 무방하다. 단언하건데 자가용만큼의 속도와 안락함,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교통수단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자가용을 구매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나에게 자동차는 골칫덩이와 동음이의어다. 아무리 운전을 잘 해도 교통사고를 100% 피할 수 없는데다 유지·보수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환경파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과연 필자처럼 회의적 생각을 지닌 세대에게 자동차를 팔기 위해 자동차 메이커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운전에 대한 부담을 없앨 필요가 있다. 적어도 최소화시켜야 한다. 스스로 안전하게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만 해도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기 보다는 아이들과 뒷좌석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강아지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자율주행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무려 3만4,000여명이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특히 10대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의 39%는 운전 중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그것이 불법이며 지극히 위험함을 알면서도 그런 짓을 했다.

사람대신 로봇이 운전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다. 기계는 문자메시지와 음악, 갑자기 엎어진 음료수 따위에 한눈팔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속도로 인간보다 빠르다.






이미 주차, 차선 유지, 차간 간격 유지, 제동, 자전거 충돌방지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 개발돼 있다. 고속도로에서 무선통신시스템으로 앞차와 연동,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선도 차량을 뒤쫓는 유럽연합(EU)의 반(半)자율주행시스템 ‘사르트르(SARTRE)’가 시험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제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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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운전자를 환경파괴에 일조하도록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금속,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의 제조를 위해 지구환경에 장기적이고 심각한 악영향이 가해졌음을 잘 알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른 유해 배기가스 배출이 심각하다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다.

이 점에서 전기자동차가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상당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배터리다. 리튬(Li) 같은 소재의 채굴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일어나며, 소재 자체가 지닌 독성도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신의 연구팀에게 더 환경친화적이고,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대안과 소재를 찾아내라고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배터리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충전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듯 안전하고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향후 늘어날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탄탄한 전력망 구축이 요구된다. 굴지의 완성차 메이커들은 이 부분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보급 확산을 위해 입법부(국회의원)를 움직여 새로운 고속도로를 뚫어왔던 만큼 국가가 나서서 전력망의 정비와 보강, 수천 개의 전기자동차용 급속충전소를 건설하게 만들어야 한다.

덧붙여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비중을 높이라고 정부에 로비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화력발전, 즉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든 전기를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전기자동차라면 구매할 의사가 없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기자동차를 무조건 그린카라고 믿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의 가격부담을 낮춰야 한다. 미국 내 신차 등록 대수를 보면 우리 이전세대들은 2007년보다 2011년의 대수가 더 많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밀레니얼 세대의 등록 대수는 30%나 줄었다. 아마도 이는 우리 세대의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는 탓이 아닐까 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연료비마저 버겁다. 필자가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미국 내 유가는 1갤런(3.78ℓ)당 1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4달러나 줘야 한다. 저렴하면서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분명 실현 가능한 가치다. 닛산의 100% 전기자동차 ‘리프’가 그 실례다. 얼마 전 2013년형 리프를 타고 뉴욕 시내를 시험주행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모델은 이전모델 대비 수천 달러가 저렴하다. 물론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우리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지 못하는 부모세대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 월스트리트는 실패했고, 한때 미국 최고의 부자들이 살던 디트로이트는 파산 지경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우리의 지갑 사정에 맞는 차량을 내놓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고물차를 애지중지하며 몰고 다니던가, 아예 자가용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알린다. 우리를 공략하기 위해 세대 분석 전문가를 고용할 필요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자동차의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쓸 필요도 없다. 그저 고객인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 8.91%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시민들의 자동차 주행거리 하락률.
ⓑ 47%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내 자전거 통근자 성장률.
ⓒ 2명 중 1명 이웃집들과의 거리가 도보이동이 가능한 곳에서 거주하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세대.
ⓓ 2,699달러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연평균 자동차 보험료(미국 최대)
ⓔ 0건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80만㎞ 이상을 도로주행하면서 일으킨 사고 건수.
ⓕ 3,645㎏ 미국 내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1대가 1년간 배출하는 평균 이산화탄소(CO₂)량.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향후 20년간 소비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기존 세대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지닌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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