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BOOK REVIEW] 현대 자본주의에 관한 ‘불편한 진실’

이철균 서울경제 경제부 기자 fusioncj@sed.co.kr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제작팀/가나/1만7,000원

19세기 후반부터 자본주의는 강력한 도전을 받았다. 공산주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1980년대 구(舊)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권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는 거침없이 전진해 왔다. “민주주의와 함 께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시스템이다”라는 평가도 받았다. 불평등, 부의 쏠림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 만 자본주의를 대체할 체제는 아직 없다. 자본주의 역시 완벽하지 는 않다. 자본주의는 내부에 강력한 시한폭탄을 품고 있다는 사실 이 2008년 금융위기로 드러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순항을 가로 막은 건 공산주의 이념이나 그 이념 위에 세워진 국가가 아니었다.

2010년 사망한 영국의 진보적 역사학자 토니 주트의 말처럼 자본주 의 최악의 적은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 그 자체였다. 칼 마르크스 역시 “자본주의 체제는 그 내부에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분 석하기도 했다. 200년이 지나도록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자본주의 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한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취임식에서 ‘자본주의는 길을 잃었다’고 단정한 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역 설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진짜 위기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는 현재 어떤 형상일까? ‘EBS 다큐프라임: 자본 주의’(5부작)를 책으 로 엮은 ‘자본주의’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묘사한 이후 25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했고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자본주의’를 쉽게 풀어냈다. 다큐프라임은 한 주부 PD(저자)의 사소하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에서 비롯됐다. ‘왜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 계에 영향을 주는지’, ‘물가는 왜 수십 년 동안 오르 기만 하는지’ 등등. 저자는 자본주의 본질을 모르면 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고 지적했다. 아무런 불빛도 없는 깊고 어두운 터널 에서 아무 방향으로 뛰어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불빛이 없으면 넘어지고 상 처가 생긴다. 문제는 상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생존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사회, 그곳이 바로 자본주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알고 싶었다. 경제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1,000여 권의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었다. ‘경 제 전망이 뉴스나 기사, 책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같은 의문이었다. 그래서 세계 32명의 석학들을 만났다. 자본주의를 낱 낱이 뜯어봤다.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자본주의 비밀, 금융상품의 비밀, 지갑을 터는 소비마케팅의 비밀은 물론 자본주의 의 대안 즉, 복지자본주의까지 거론한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부터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자본주의에 관한 진실은 뭘까. 8개의 소주제 제목만 봐도 쉽 게 이해할 수 있다.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은행은 있지도 않 은 돈을 만들어 낸다’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 다’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위기가 온다’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 ‘은행은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 출을 해준다’ ‘달러를 찍어내는 FRB는 민간은행이다’가 이 소주제들 이다. 이에 대한 설명들은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가격결정의 구 조는 우리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 배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만으 로 설명이 가능할까? 또 수요-공급의 법칙이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현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물가는 오르락내리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 50년 전 자장면 값은 15원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5,000원은 줘야 한 그릇을 먹을 수 있 다. 자장면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했다면 자장 면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했거나 자장면의 소비 가 지속적으로 늘었어야 한다. 정말 그랬을까? 물가 가 오른 것은 돈의 양이 커졌기 때문이다. 돈의 양이 커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물가 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자장면 값이 지속적으로 오 르는 원인은 사실은 돈이 ‘신용창조’를 통해 불어나 는 과정에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미국 하버드대 역 사학과 니얼 퍼거슨 교수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 는 돈이 은행에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금인출 기로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론상 은행에 있는 것입니다.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컴퓨터 화면에 입력된 숫자로만 보입니다.” 제프리 잉햄 영국 캠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불에 대한 약속입니다. 신용인 거죠. 모든 돈은 신용이에요.”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여러 모습에 대한 이해 부족은 왜 나오는 것일까? 변호사 이기도 한 엘렌 브라운 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는 다. “사람들은 정부 인쇄기를 보고 정부가 돈을 만들어서 쓴다고 생각합니다. 하 지만 그게 돈이 생기는 방식이 아닙니다. 사실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돈을 발행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부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연방준 비제도는 은행의 연합이고 은행을 위해서 일합니다. 왜 학교에 이런 수업이 없을까 요? 대학에는 많은 경제학과 학생들,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모릅니다. 맞습니다. 의도적으로 감췄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을 공부 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은행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전공 과목이라서요. 상황이 이렇습니다.”

금융상품의 비밀에 대해서도 아주 쉬운 설명이 곁들여진다. ‘금융’은 이제 현대 인에게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가 되었다. 금융도 일반 상품처럼 국민 대다수 가 이용하는 상품이다. 금융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 가 아니다. 게다가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8개의 소주제로 금융을 풀어나간다. ‘재테크의 열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은행이란 수익 을 내야 하는 기업일 뿐이다’ ‘8%의 이자를 주는 후순위채권의 비밀’ ‘보험, 묻지도 따지지도 않다가 큰코 다친다’ ‘파생상품은 투자를 가장한 도박과 같다’ ‘저축만으로 는 행복해질 수 없다’ ‘금융지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등이다.

책은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한다는 주제도 달았다. 그만큼 금융이 중요하다 는 얘기다. 금융에 대해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우리가 좋든 싫든 사회와 경제가 복잡해지면 금융 부문이 성장한다. 단순한 사실이다. 사회가 더 부유해질수록 보험, 모기지, 신용카드, 다양한 저축, 연금 등과 같은 상품에 대 한 욕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세계는 부유해질수록 금융 부문이 더 커진다. 우 리는 10년 뒤에 지금보다 더 금융이 중요한 세상에 살게 되리란 사실을 알고 있어 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마케팅으로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고 있는 현실도 꼬집는다. 아기는 한 살 이 넘으면 이미 100개의 브랜드를 기억한다. 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좌회전을 하 고 있고 쇼핑 카트는 점점 크기가 커지고 있다. 시식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획 에 없던 다른 물건들까지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의 머릿속, 우리 의 무의식에 스며들어와 쉴 새 없이 퍼붓는 마케팅의 공격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무의식 중에 소비자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위협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 이디어를 찾는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처음으로 묘사했던 1776년 아담 스 미스의 ‘국부론’으로 거슬러 올라가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지금의 자본주 의를 바라보기도 하고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시장’이냐 ‘정부’냐 논쟁도 훑어본다. 그리고 결국에 내린 결론. ‘사람’이다.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스 탈레브/안세민 옮김/와이즈베리/2만8,000원

안티프래질은 ‘깨지기 쉬운’을 뜻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anti)를 붙여 만들어낸 신조어다. 사람의 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강해지고 소문과 소요는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욱 격렬하게 번져가는 현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마치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충격을 받고 회복된 뒤 더 굳건해지는 시스템을 뜻한다. 그는 책에서 이를 시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인간은 죽고 유전자는 살아남는 것처럼 개체가 프래질 할 때 전체 시스템은 안티프래질 해지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심플
앨런 시겔·아이린 에츠콘/박종근 옮김/알에이치코리아/1만3,000원

브랜드 컨설팅 분야 전문가인 저자들이 복잡함 때문에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그들은 엄청난 분량의 보험 약정서나 복잡한 전자 결제 시스템, 미로 같은 ARS 서비스 등 복잡함은 반드시 검거해야 할 '범죄‘라고 지적한다. 결과물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복잡했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보일 때는 핵심만을 쉽고 간단하게 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려면 공감하기, 버리기, 핵심에 집중하기 등 3가지 기본 원칙을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문화가 성과다
제임스 헤스켓/이동현 외 4명 옮김/유비온/1만9,800원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시각에서 문화를 바라본다. 다양한 조사와 사례를 들어 문화가 많은 조직에서 기술혁신보다 훨씬 더 중요할 뿐 아니라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가 조직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문화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하는지, 성공적인 문화를 지속하기 위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제시한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