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BOOK REVIEW] 플루토크라트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열린책들/2만 원


설국을 달리는 1001량의 열차 안에는 무너진 세계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열차의 각 량은 생활공간부터 농사, 식품가공, 군사, 감옥까지 각 용도에 맞게 이용되고 기관차와 가까운 맨 앞 칸의 탑승자들이 열차를 지배한다. 권력을 독점한 황금 칸의 탑승자들은 맨 끝 꼬리 칸의 탑승자들에게 인간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인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설국열차 얘기다. 열차 속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기술문명은 더욱 발전했지만 지구 전체가 더욱 다양한 위기와 갈등, 갈수록 양극화·계급화되고 냉혹과 탐욕을 담고 있는 모습 등. 설국열차가 철저하게 계급화 된 사회의 파국을 그리고 있다면 ‘플루토크라트(plutocrats)’는 최상류층에 대한 분석에 집중한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린 듯싶다.

플루토크라트는 ‘금권정치가’ ‘금융자본가’ 등을 뜻한다. 부와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전 세계 최상위 0.1~1% 부자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슈퍼엘리트들은 갈수록 끼리끼리 뭉치며 점점 시민들과 동떨어진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흐름은 경제학의 이론마저 부정한다.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진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쿠즈네츠 곡선. 경제발전과 소득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설하는 쿠즈네츠 곡선은 거꾸로 된 ‘U’자 형태를 띠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득 불평등이 점점 커지며 많은 패자를 양산하지만 일정 정도 이상의 고도 발전단계에 이르면 소득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곡선이론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맞았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론과 현실은 괴리되기 시작했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기 시작했고 최상층은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갔다. 갈수록 심화된 소득의 불평등은 이제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양극화만 심화될 뿐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플루토크라트를 주목한 것도 이런 이유다. 부의 집중이 극심해진 현재, 플루토크라트에 대한 분석 없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부자들은 과거의 그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의 파고가 일으킨 정점에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해 간다. 특히 이들은 자국의 동포들이 아니라 자신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진 세계적인 동료 부자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뉴욕, 홍콩, 뭄바이 등 어디서 살든 간에 계속해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나간다. 플루토크라트는 마치 굴러가는 눈덩이마냥 갈수록 부를 늘린다. 부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세계 최고 국가인 미국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1980년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금은 근로자의 42배였다. 하지만 2012년에는 무려 380배로 뛰어올랐다. 미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주가 상승의 과실을 CEO들이 독차지하는 것이다. 주가가 10% 오를 때 CEO들의 연봉이 보통 3% 정도 상승한 데 비해 나머지 직원들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현격한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을 꼽는다. 기술혁명과 세계화다. 기술혁명과 세계화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신흥 자본주의 국가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 자본주의 국가는 빠른 경제성장과 중산층의 성장을 맛보고 있다. 반면 미국에는 중산층이 공동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생산과 판매를 모두 자국 노동력에 의존해야 했던 20세기 초의 헨리 포드와 달리 오늘날 미국 플루토크라트는 미국 중산층에 의존하지 않고도 신흥 시장 소비자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경제계의 거물들과 달리 현재 플루토크라트의 산업기반은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과 정보기술산업이다. 이를 좀더 이론적으로 설명을 하기 위해 네 가지 효과를 예로 들기도 한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부유해진 고객들의 존재로 더 큰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마셜효과 ▦세계를 시장으로 더 많은 접점을 통해 더 많아진 소비자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된 로젠효과 ▦금융계 및 투자자·정부 등과 더 좋은 거래조건을 열 수 있는 마틴효과 ▦결국 있는 자는 더욱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는 톱니와 같은 마태효과 등이다.

0.1%에 속하는 그들의 특성은 어떨까. 긍정적인 요소부터 보자. 그들은 풍요를 대가 없이 얻지는 않았다. 하는 일 없이 흥청망청 돈을 쓰는 갑부와도 거리가 멀다. 저자는 “그들은 대체로 귀족적인 인물이기보다는 부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를 창조하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능력자들이
다”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일중독자인 그들은 부모의 재력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부자 대열에 올라섰다. 공익사업에도 열정적이다. 자신의 재단을 통해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 조지 소로스나 ‘착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전도사로 나선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시민’의 특성도 지닌다.

플루토크라트의 특성이 여기에 그친다면 문제는 없다. 플루토크라트의 성실성과 박애주의, 세계시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근본’에서 성찰하고 바꾸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자선에는 적극적이지만 세금을 거둬 더 많은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도 많다. 이런 식의 논리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을 하는 것보다 부자들이 직접 자선 사업을 결정하고 자발적으로 후원할 때 공익사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주장은 99%보다 1%가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세상은 갈수록 플루토크라트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상위 소득에 대한 미국의 한계 세율은 70%, 자본 이득에 대한 최고 세율은 49%에 달했다. 글래스-스티걸법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 규제도 살아 있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돈을 숭배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성공을 꿈꾸던 미국 젊은이들은 인문학을 전공했다. 촉망 받는 젊은이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지식 담론의 헤게모니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무라는 이들이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수 지식인과 그들을 후원했던 기업가들은 싱크탱크, 학계, 언론, 정치인 등으로 이뤄진 보수동맹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세상은 어느덧 소득불평등을 당연시 하는 흐름이 강하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반복된다. 진보와 빈곤의 결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빈부 격차와 글로벌 신흥 갑부들의 성장에 관한 획기적인 고찰은 그래서 필요하다.

누가 미래를 가질 것인가
김홍선/쌤앤 파커스/1만5,000원
한국 벤처 신화의 주역이자 보안 1세대의 대명사 안랩의 최고경영자 김홍선이 20년간 쌓아온 경험을 집약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IT) 인터넷산업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IT 빅뱅’이 촉발한 거대한 변화의 단면들을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엮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창의적인 노동으로 이어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 기업의 리더들이 갖춰야 할 IT 마인드 등 개인의 삶과 기업의 비전을 폭넓게 드나든다.


붉은 실 생각법
데브라 카예/한상연 옮김/다른세상/1만4,800원
주변에 흩어진 수많은 아이디어를 독창적으로 엮어내 시장을 뒤흔들 제품이나 서비스 및 기업을 만들어내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붉은 실 생각법’은 관찰과 경험, 이미 세상에 있는 기술, 숨겨진 문화와 소비자의 욕구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연결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방법이다. 제목의 ‘붉은 실’은 인연을 이어준다는 월하노인의 붉은 실 전설에서 따왔다. 서로 다른 가닥의 실을 하나로 엮어내 혁신을 이룬 사례는 숱하다. 3M 연구원 스펜스 실버는 접착력이 약한 풀을 잘못 만들어냈다가 베스트셀러 포스트잇 노트를 만들어냈고, 오리그 오디오 개발자 두 명은 음식점의 테이크아웃 상자를 활용해 휴대가 간편한 종이 스피커를 개발했다.


함께 일해요
존 그레이ㆍ바바라 애니스/나선숙 옮김/더난출판/1만4,800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유명한 존 그레이가 직장 내 남녀 관계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직장에서 자신이 배제됐다고 느끼는 여자들의 잘못된 감정이나 여자들은 질문이 너무 많고 감정적이라는 남자들의 오해 등 남녀가 서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8가지 사각지대를 분석한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60곳 이상의 남녀 임원 및 직장인 대상 인터뷰 등을 토대로 했다. 남자와 여자가 본래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보완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력인 ‘성별이해 지능’의 개발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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