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로 눈을 돌린 웬디 코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br>WENDY KOPP GOES GLOBAL

웬디 코프가 사회적 기업 ‘티치 포 아메리카 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녀는 이제 이 획기적인 교육 모델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by PATRICIA SELLERS


지난 8월 목요일 저녁, 티치 포 아메리카 창업주 웬디 코프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알파인 캐슬 Alpine castle에서 오스트리아 IBM 대표 타티야나 오피츠 Tatjana Oppitz를 만났다. 오피츠는 코프에게 “IBM에서 25년간 일하면서 보니, 오스트리아의 문법과 중학교 과정이 IBM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매우 부적절하다는 우려되는 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선 16세의 4분의 1이 제대로 읽지 못하는 데다 퇴학률도 높아지고 있다. 또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실업률도 낮은 오스트리아가 교육 위기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코프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이 같은 우려를 항상 접해왔다.

이런 피드백을 계기로 코프는 티치 포 아메리카의 글로벌 버전인 티치 포 올 Teach for All을 설립했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그녀가 24년 전 프린스턴 대학에 다닐 때 만든 교육 개혁 프로그램이다. 대학 졸업자들과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해 2년 동안 공립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역의 빈민 학교에서 1만 1,000명의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코프가 미국 교육 시스템에서 발견한 문제들-학교 재정 부족,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교사, 그리고 민간 분야의 요구와 공교육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전 세계 교육 시스템에 공통으로 만 연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세계화로 인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짐에 따라 코프도 자연스럽게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티치 포 올은 인도에서 칠레, 레바논까지 뜻을 같이하는 교육 운동가들의 요청에 코프가 화답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무렵부터 이들은 티치 포 아메리카 같은 프로그램을 자국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코프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잉글랜드에서 티치 퍼스트 Teach First(올해 잉글랜드에서 가장 많이 대학 졸업자를 고용했다)라는 교육 개혁 프로그램을 만든 브렛 위그도르츠 Brett Wigdortz 에게도 유럽인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코프와 위그도르츠는 만남을 갖고, 매킨지에 글로벌 전략을 짜는 무료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그도르츠는 “코프의 생각은 원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티치 포 올의 전략 자문 담당이고, 코프는 CEO이다. 6개 대륙 30개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티치 포 올은 티치 포 아메리카와 같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헌신적인 미래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 교육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하지만 연간 3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교사들을 훈련시킨 뒤 위기에 빠진 전국의 교실에 배정하는 티치 포 아메리카와는 다소 다르게 운영된다.

상대적으로 예산(2,000만 달러)이 적은 티치 포 올은 여러 독립기관들을 연결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이 사업 모델을 받아들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신생기업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아킨샤 Akanksha 재단의 설립자 섀힌 미스트리 Shaheen Mistri-58%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는 인도에서 어린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2008년 티치 포 인디아 Teach for India를 출범시켰다. 그녀는 700명의 교사를 고용해 뭄바이 Mumbai, 푸네 Pune, 델리 Delhi, 하이데라바드 Hyderabad, 첸나이 Chennai로 배정했다. 중국에선 가난한 농촌 지역 출신 아이들 중 단 5%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프린스턴 대학 출신 안드레아 파시네티 Andrea Pasinetti가 윈난성과 광둥성에 있는 87개 학교에서 300명의 교사를 고용하고 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허풍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올해 46세의 코프는 세계적인 개혁자치곤 의외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교육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강하며, 교사 노조와 교육 전문가들의 비판을 잘 극복해왔다. 미국에서 티치 포 아메리카는 신뢰를 받고 있고(미 교육부가 지원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학 실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기도 높다. 뉴올리언스 공립학교 교사의 20%가 티치 포 아메리카 소속일 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노동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젊은 층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졸업 예정자 중 하버드생 9%, 프린스턴생 12%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하지만 합격률은 단 14%에 불과해 티치 포 아메리카에 들어가기가 코넬이나 조지타운 대학 입학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티치 포 올 역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2곳가량의 파트너 기관들-인도,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호주, 스페인 등지에 펴져 있다-은 신청자의 10%도 채 선발하지 않는다. 코프는 티치 포올이 초반부터 성공을 거뒀지만,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프로그램의 최대 개인 지원자인 전 헤지 펀드 매니저 줄리언 로버트슨 Julian Robertson은 그녀의 고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인 대다수는 자신의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티치 포 올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로버트슨은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티치 포올에 550만 달러를 기부했고, 추가로 500만 달러를 조건부로 기부(challenge grant)했다고 밝혔다.

티치 포 올의 후원 기업에는 크레디트 스위스 Credit Suisse, 구글, 비자, 그리고 베저스 패밀리 재단 (Bezos Family Foundation) 등이 있다. 하지만 최대 후원사는 도이치 포스트 DHL이다. 이 기업은 티치 포 올에 6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산하 프로그램에 7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이 회사의 CEO 프랑크 아펠 Frank Appel은 개인적으로도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독일 샴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아펠은 “내가 대기업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교육을 받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220개국에서 47만 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코프는 자신의 업무 범위를 정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티치포 아메리카 이사들은 회사가 세계화되면서 코프가 미국 업무에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불평했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업무 시간의 30%를 티치 포 아메리카에 할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프는 “30%를 할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인정했다. 올해 이사회는 맷 크레이머 Matt Kramer 사장과 엘리사 빌래뉴바 Elisa Villanueva 최고운영책임자를 티치 포 아메리카의 공동 CEO로 임명하고, 코프를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코프는 티치 포 올에 큰 열정을 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몇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목표는 단지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녀는 티치 포 올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60개국가를 제시한 초기 매킨지 보고서를 떠올렸다. 코프는 “이제 1년이 지났고, 우리가 현재 활동하는 국가의 반은 그 리스트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의 특징보다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이 일을 해내겠다고 마음먹으면, 정말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