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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세계 최고 원전안전 규제·역량 확보에 힘쓸 것”

“원자력과 방사선에 관한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궁극의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규제는 더 나은 규제, 더 똑똑한 규제로의 진보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규제의 패러다임도 기기 안전성과 운영 결과만을 중시하는 ‘목적 지향적 안전’에서 철학과 이념, 조직, 사람, 문화, 의사결정까지 중시하는 ‘과정 중심적 안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수장으로 부임한 김무환 원장은 이렇게 취임일성을 천명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KINS를 만들기 위한 그의 최우선 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규제 전문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Q.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는데.

20세기의 과학기술 발전과 21세기의 디지털시대를 이끈 것은 창의성이며, 창의성은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의 융합 또다른 원천을 낳게 한다고 믿습니다.

KINS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이 결집된 규제전문가 집단입니다. 저는 포항공대에 오래 몸담으며 전공 관련분야는 물론, 대학의 다양한 행정분야 업무를 담당하면서 행정 실무와 리더십을 경험했습니다. 또 원자력위원회,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고장등급평가위원회 등 원자력 관련 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의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분가위원회 등에 참석하며 국가 정책방향의 결정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제가 KINS의 원장으로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KINS의 기존 조직과 저와의 이질적인 경험치라 생각합니다. 레몬과 오렌지는 신맛을 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향취와 감칠맛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하듯이 원자력 분야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시각과 경험을 가진 KINS와 제가 결합한다면 KINS는 또 다른 색깔의 창의적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Q. 기관 운영의 모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KINS의 미션은 원자력의 생산 및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을 보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을 최고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원자력 시설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확인과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품질을 제고할 방
침입니다.

이를 위해 크게 4가지 모토를 설정했습니다. 첫째는 KINS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구성원과 기관 모두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도록 이끌겠습니다.

둘째는 내부적으로 구성원들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윤리경영을 생활화함으로써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조직 문화를 창조하여 ‘이해, 배려, 소통, 나눔’이 충만한 기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영 효율화를 통한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철저한 비용분석에 따른 적정 예산과 인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KINS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Q.원자력 안전규제 역량 제고를 위한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KINS는 설립 이래 안전규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습니다. 이를 더욱 고도화해 세계 최고의 면모를 갖추고자 작년 4월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 지금껏 KINS의 전문 규제 인력들에 대한 핵심 역량평가를 수행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체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착실히 이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 규제기술 역량을 면밀히 평가, 미세한 취약점까지 도출해 개선할 방침입니다. 이미 그 일환으로 개인별 역량 강화 방안을 계획하고 실천할 인재개발실을 신설·운용 중에 있습니다. 덧붙여 안전성 평가 시 전력 수급 사정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책임 있고 독립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입니다.

Q.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합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만 키운 것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대해 올바른 이해 역시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컨대 방사선과 방사능을 무조건 위험하게 여겼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자연방사능과 인공방사능, 방사능 피폭 허용량 등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았습니다. 심지어 방사능 측정단위인 mSv(밀리시버트)와 Bq(베크렐) 같은 전문용어도 거부감 없이 뉴스에 등장합니다. 지난 50년간 이뤄진 원자력 산업계의 노력을 무색케 할 만큼 강력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된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분명 위기였
지만 그 속에 기회도 있었던 셈입니다.

방사선을 이해한 국민들의 위대함은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아스팔트, 벽지, 식기건조대 등 생활주변의 방사능 오염 사건이 연속적으로 불거졌을 때 과거처럼 대중적 패닉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기억할 겁니다. 예전이었다면 각종 의혹으로 부풀려지고, 의혹들은 다시 근거 없는 괴담으로 번져나갔겠지만 국민들은 KINS의 정밀 측정 결과와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발표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국민이 감정이 아닌 이성의 눈으로 방사선을 바라봤을 때 KINS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국가 안전망과 대국민 소통의 강화입니다.


Q.국내 원자력안전기술 수준은 어느정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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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14개국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 점검단이 2주일에 걸쳐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규제시스템 전반을 점검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시정 권고 및 제안 사항이 총 22건에 불과해 2010년 수검했던 미국과 더불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다른 국가의 경우 프랑스 84건(2006년), 독일 47건(2008년), 캐나다 32건(2009년), 일본 28건(2007년)으로 우리나라보다 시정 권고·제안이 많았습니다.

덧붙여 2009년말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의 원전 건설 파트너로 한국을 선정하면서 안전성을 핵심 선정사유로 꼽고, 규제시스템과 규제기관 등 원전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국과 똑같이 만들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국내 원자력 안전 기술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Q.국내 및 인접국의 원전 사고 발생 시 어떤 대응조치가 이뤄지는지요?

KINS는 원전 운전정보 감시망(OPIS)을 운영하며 원전의 현황과 특이사항을 실시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팀이 24시간 내에 현장에 파견돼 원인과 영향, 사업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파악합니다. 이때 사업자는 사건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관련 사항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해야하며, KINS도 제반사항을 ‘원자력 안전정보 공개 센터’를 통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방사능 물질 누출사고의 경우 KINS는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방사능 방호 기술지원 본부를 발족하게 되며, 국가 원자력 재난관리시스템(AtomCARE)을 활용해 방사선 영향 평가, 기상정보에 기반한 바람장(wind field) 예측, 방사성 물질 확산에 의한 주민 피폭선량 평가가 이뤄집니다.

이후 분석 결과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 소개, 옥내 대피, 음식물 제한, 방호약품 지급 등 적절한 주민 보호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됩니다.

Q.평상시의 감시시스템은 어떻습니까?

평상시에도 국내외 방사능 사고를 조기 탐지하기 위해 전국에 122개소의 국가 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을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취합된 정보는 인터넷(iernet.kins.re.kr)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언제든 누구나 실시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 나라의 원자력 사고는 이웃국가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KINS는 매년 한·중·일 원자력 안전 고위 규제자 회의(TRM)을 개최해 원자력 안전을 증진에 공동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사고 발생 시 모든 정보를 신속히 교환하여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은 물론입니다. 특히 국내는 물론 인접국 사고 시에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히 예측·대비 대비할 수 있도록 AtomCARE를 가동 중에 있습니다.

Q.조직문화 개선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생각이신지요?

조직문화는 구성원들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 규범, 행동양식입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호 결속과 충성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조직의 중요한 경쟁력이자 집단지성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직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의 하나가 아닌 조직문화 자체가 승부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KINS에 ‘탁월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구축하려 합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책임을 갖고 신바람 나게 일하면서,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는 조직문화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별 전문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기 개발 프로그램을 계획해 실천하도록 이끌고 있으며, 원자력계의 윤리성과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여 윤리성과 투명성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고 있는 환경과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KINS가 달성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 전 직원이 쉼 없이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Q.기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원자력과 방사능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원전 부품 품질인증서 및 성적서 위조 사건, 일본 수입품들의 안전확인 절차 미비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기술적인 답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설명만으로는 국민들의 불안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KINS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고, 수용하여 책임감 있게 개선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KINS가 내리는 판단이 어떤 사회적·경제적 환경에도 좌우되지 않고 철저하게 기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이루진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진심을 다해 대화해나갈 것입니다.




김무환 원장 프로필

학력
1980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1982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석사
1986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 원자력공학 박사

경력
1987~현재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
2004~2006 한국과학재단,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원자력전문위원
2007~2011 포항공대 학생처장, 입학처장
2008~2012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2011~2013 포항공대 대외협력처장, 기획처장
2011~2013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전문분과위원회 위원
2012~2013 원자력안전위원회
사고고장등급평가위원회 위원장
2013.10~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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