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은? 워싱턴 정가의 무능력

by John Cassidy


연방 정부 폐쇄가 정상화되고 채무한도 협상의 교착 상태가 일시적으로 해결된 직후였다. 미국을 동경하는 한 유럽 친구가 하소연하듯 질문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정말 뭐가 문제야?” 별 의미 없는 한 차례의 당파적 다툼이라고 답해주고 싶었다. 금융 시장은 ‘채무 위기’가 없을 거라는 분위기였다. 곧바로 상환을 해야 하는 재무부 초단기 채권 수익률은 치솟았다. 하지만 벤치마크가 되는 10년과 3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꿈쩍도 안 했다. 주식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해 있었다.

투자자들은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옳았다. 그럼에도 미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묵과할 수는 없다. 정치적 무능함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든 중장기든, 정치적 교착상태는 성장을 저해하고 미국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무엇보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4분기를 보자. 주로 정부 폐쇄 탓에, 5분기 연속 -2.5%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공산이 크다. 임금지급이 미뤄지고 관련 기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소비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의 0.3%가량이 감소됐다. 정부 마비는 민간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시건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는 지난 10월 4포인트 하락했다. 역대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업 신뢰지수(Business Confidence)는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항공 산업을 제외하고, 이번 경제 회복기에 강한 성장을 보여야 할 자본재(Capital Goods)의 주문은 지난 9월에 1.1% 하락했다.

최근 경기 침체는 높은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정치권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중 이전 에피소드에 속하는 ‘재정 절벽(Fiscal Cliff)’에서 비롯됐다-과 맞물렸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내년 전망도 밝지 못하다. 채무 불이행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공화당의 위협이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 1월 또 한 차례의 정부 폐쇄나 그 위협이 없으리란 법 또한 없다.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의견 대립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말이 있었다. 어느 정당도 완전한 통제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선 양당 어느 쪽도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의회 거부권을 가진 정당이 책임 있게 행동한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희망적인 바람(Wishful Thinking)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긴 했다.

지금 의회는 시퀘스터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양당 모두 시퀘스터가 아주 형편없는 정책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다음 시퀘스터까지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후의 심판일’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컨설팅 업체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 Macroeconomic Advisors 의 연구에 따르면, 위기를 몰고 온 재정 정책으로 GDP 성장률이 2010년 이후 일년에 1%포인트씩 감소됐다. 예산 삭감이 그 감소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증가한 불확실성이 나머지 3분의 1에 영향을 미쳤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퀘스터는 교육, 과학 연구, 그리고 기반시설 프로젝트-모두 부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에 투입되는 지출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력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도 훼손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일석이조(have its cake and eat it)’를 누리는 것은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합리적인 비용으로 과도한 부채를 견뎌낼 수 있었다. 확실한 대체 화폐가 없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투자자와 외국 정부는 재무부 채권에 대해 신뢰를 보여왔다. 하지만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가 미 채권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반복되는 벼랑 끝 전술(the repeated brinksmanship)’이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효율성에 대한 신뢰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러한 신뢰가 사라진다면 미국은 더 높은 금리, 자본 유출, 그리고 2008~2009년의 경기 침체처럼 깊은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어쩌면 더 나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테드 크루즈 Ted Cruz *역주: 공화당 텍사스 상원의원으로 현재 당내 강경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와 그의 지지세력들은 ‘건전한 정부’의 기본 원칙들에서 이러한 허무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하며 이 나라를 위험한 길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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