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 조너선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상용화 단계 진입한 3D 프린팅 이제 재료와 속도가 핵심이다”

세계 최대 3D 프린터업체 스트라타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총괄담당인 조너선 자글럼 사장이 국내 시장 점검과 정부와의 정책논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포춘코리아가 자글럼 사장을 만나 2014년 3D 프린팅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2013년은 3D 프린팅 기술이 집중 조명을 받은 한 해였다. 제조업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자동차를 만들어 시험 주행까지 마치는 단계까지 도달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국내에선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서 가정용 3D 프린터를 판매하기 시작하며 시장 테스트에 나서기도 했다.

2014년에도 이 같은 기술 혁신과 대중화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3D프린팅 관련 산업이 현재 기술 트렌드를 이끄는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부터 나사에서 제작되는 모든 우주 비행체에 3D 프린터가 실릴 예정이다. 이는 3D 프린팅 기술이 초정밀을 요하는 우주비행체에 적용될 만큼 정밀도와 강도 면에서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시장조사전문업체 가트너는 2014년 3D프린터 출하양이 전년대비 75% 성장할 것이라 분석하며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바짝 다가서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 근거로 2014년 2월이 되면 3D 프린팅과 관련한 주요 특허들이 풀리면서 후발 업체들이 대거 이 시장에 진출해 가격 하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를 통해 확실한 수요층이 없다는 지금까지의 과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게다가 기존의 일반 프린터 업체인 신도리코와 HP도 3D 프린터 출시를 선언하며 이 시장에 가세했다.

3D 프린팅은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돈 되는 산업’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타산업과 마찬가지로 3D 프린팅 산업에도 리더가 존재한다. 바로 스트라타시스다. 현재 대부분의 3D 프린팅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스트라타시스는 시장 점유율 52%로 압도적인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스트라타시스가 시장을 주도해 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당분간 기술과 재료시장, 소프트웨어를 주도하고, 당면한 문제들(지적재산권 침해, 기술 표준화, 산업간 마찰 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돌파구를 제시할 기업이 스트라타시스임은 분명하다.

조너선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터는 이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각 산업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을 대체할 방안들을 하나하나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디자인 도용을 비롯해 여러가지 대두되고 있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을 포함한 기술적, 제도적 보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 역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저작권 문제 해결이 3D 프린팅 업체에게만 부여된 책무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음악과 출판과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도 제작업체들이 저작권 침해를 해결할 대안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3D 프린터 제조업체가 3D 프린팅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까지 컨트롤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해요.”

이와는 별도로 3D 프린터 제조사들은 직접 안전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유료 도면의 사용횟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관심을 끌었다. 스트라타시스 역시 자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3D 소프트웨어와 도면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글럼 사장은 말한다. “월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파일들도 있어요. 앞으로 3D 프린팅 시장에서 3D 도면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와 같은 경쟁도 치열해 질 거예요.” 그는 말을 이었다. “콘텐츠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상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당초 생각했던 이미지와 실제 프린팅 제품이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 향상으로 최종 제품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어요.”

3D 프린팅의 또 다른 폐해로 지적되는 총기제작과 관련해선 “그건 정부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이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논란거리였다. 얼마 전 3D 프린터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통과된 ‘비탐지 무기제한법(플라스틱 총기 규제안)’ 10년 연장에서 보듯이, 지금 각국은 해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3D 산업에 대한 관련 법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3D 프린팅 발전 방향의 핵심은 무엇이 될까. 자글럼 사장은 “속도와 재료”라고 답했다. 기술이 표준화 되고 또 산업용, 가정용으로 기술이 일반화 되고 나면 그때는 제품 속성에 따른 재료와 제작시간이 프린터 산업의 경쟁지표가 된다는 얘기다. 스트라타시스는 4,000만 달러를 투자해 화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구인력만 200명이 투입됐다. 자글럼 사장은 말한다. “3D 프린팅 재료는 현재 130여 종이 공급되고 있어요.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하이엔드부터 로엔드까지 다양하게 레벨이 나뉘어 있죠. 같은 제품이라도 제품의 단순한 시각화 과정과 기능테스트, 시제품 생산에 각기 다른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어 그는 작은 공과 아이폰 케이스를 들어 보이며 “이들 제품을 처음 디자인해서 시각화 할 때는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된다”며 “하지만 시제품을 만들어 내구성 테스트를 할 때에는 이에 적합한 재료로 제작해야 한다”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최근 몇 해 동안 3D 프린팅 업계는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와 기술 경쟁을 벌여왔다. 스트라타시스도 마찬가지다. 2012년 오브젯과의 합병에 이어 지난해 메이커봇을 인수하며 기술 축적뿐만 아니라 가정용, 산업용 3D 프린터라는 양대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 추가적인 M&A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글럼 사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화학기업
M&A의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화학기업과도 협력 이상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3D 프린팅에선 재료도 중요하지만 재료 주입 기술도 다양한 만큼 이를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에요.”실제 3D프린팅 방식 중에는 초당 600만 드롭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떤 산업,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재료뿐 아니라 프린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3D 프린팅이 제조업 혁명이라 불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기존 제조업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자글럼 사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내부적으로 연구개발이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과 속도를 맞춰가고 있어요. 준비됐다고 해서 바로 시장에 내놓지는 않죠. 업계의 움직임을 살피고 서베이를 통해 소비자를 분석합니다. 통찰력을 쌓아 방향은 잡되 추이를 살피는 식입니다.”

자글럼 사장은 마지막으로 3D 프린팅의 창조적 잠재력을 설명했다. “기계가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3D프린터입니다. 3D프린터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실현할 수 있는 도전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거죠. 나는 이 점이 3D 프린터의 최고 장점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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