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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는 땅에서 더 위험하다?!

과학기술 발전과 첨단 안전시스템에 힘입어 항공기 사고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발생 빈도가 높은 순간이 하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공항의 활주로에 있을 때다.

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 여객기 이용객이 31억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33억명 이상이 여객기에 몸을 실을 전망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현존 이동수단 가운데 항공기가 신속성은 물론 안전성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항공기 사고 사망자는 역대 최소인 265명에 불과했다. 사망자 발생 확률이 0.000009%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 선박, 열차, 심지어 말을 타다가 숨질 확률보다 낮다. 그런데 공항 활주로에 국한할 경우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활주로 패러독스

공항은 항공여행 중 승객들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이다. 비행 시에는 불안하다가도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순간 안도감이 찾아온다. 그러나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오히려 공항 활주로를 치명적 사고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장소로 꼽는다. 지상 이동 중 활주로 오인이나 침범 등에 의한 사고가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만 해도 벌써 1월 6일 델타항공 CRJ220편 여객기가 뉴욕 JFK국제공항 착륙과정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공항 운영이 3시간가량 중단됐고, 1월 12일에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여객기가 목적지인 미주리주 브랜슨공항에서 15㎞ 떨어진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는 일도 있었다. 활주로에 다른 항공기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한 순간이었다.

별반 위험해보이지 않는다고? 2006년 미국 콤에어의 여객기가 활주로를 착각한 조종사의 실수로 너무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하다가 지상의 기물과 충돌해 탑승자 50명 중 49명이 사망했고, 2008년 콘티넨털항공의 여객기는 이륙 중 강한 옆바람에 밀려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화재가 일어나 4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작은 사고를 못 막으면 큰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NTSB의 ‘10대 최우선 교통안전관리 항목’에 ‘공항 지상 운용(airport surface operations)’이 20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魔)의 11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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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비행 중일 때보다 이착륙 과정이 훨씬 위험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고의 무려 80~90%가 이착륙 단계에서 일어난다. 이륙 직전 및 착륙 직후에 해당하는 공항 지상 운용 과정 역시 이에 속한다.

1997년 괌에서 추락해 탑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사고, 128명의 사망자를 낸 2002년 중국국제항공 129편의 김해 돗대산 추락 사고, 작년 7월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충돌 사고 등 국내 항공사나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사고 대부분이 그 실례다.

전 세계 항공사고 정보를 제공하는 플래인 크래시 인포(planecrashinfo.com)가 분석한 비행단계별 사고 발생률에서도 이착륙 단계의 사고가 전체의 80%로 나타났다. 이륙 대기 단계를 포함하면 비중이 92%에 이른다. 그래서 항공업계에는 ‘마(魔)의 11분(Critical Eleven Minute)’이라는 용어까지 있다. 이륙을 위해 활주를 개시한 후 3분과 목적지 인근에서 하강해 착륙할 때까지의 8분 동안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 11분을 극복하고자 항공업계는 공항에 첨단 항행안전시설을 도입하고, 조종사와 관제사의 비상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TSB는 최근 조종사에게 활주로의 측면 돌풍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토록 미 연방항공청(FAA)에 권고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마의 11분이 정복되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항공기의 진가는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그때까지 위안거리가 필요하다고? 이젠 항공기가 1만m 상공에서 난기류에 요동쳐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활주로에 있을 때보다는 안전하니 말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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