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기술적 진보들(예컨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기기로 전 세계 정보의 대부분을 접할 수 있는 것)은 혁신가들에겐 이미 한물간 뉴스다. 그들은 삶을 변화시킬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로 이미 넘어갔다. 휴대전화 혁명에 불을 지피는 데 한몫했던 퀄컴 Qualcomm은 모든 곳에 자사 기술을 탑재함으로써 미래를 변화시키길 바라고 있다. 구글은 검색 엔진 개선과는 거의 관련 없어 보이는 ‘문샷 moonshot’ 프로젝트들에 투자하고 있다. 신생기업 스냅챗 Snapchat은 신세대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
BY MICHAL LEV-RAM
퀄컴이 패션업계에 진출하려는 것일까? 2013년 말 퀄컴은 이메일을 비롯한 메시지를 사용자의 손목에 곧바로 전송하는 스마트워치 ‘토크 Toq’를 출시했다. 이 새로운 기기는 자사 기술이 스마트폰 혁명에 불을 붙일 때에도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반도체 기업 퀄컴의 이전 행보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퀄컴의 ‘일탈’은 토크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퀄컴은 전화기와 무선 네트워크에 쓰이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라디오 칩을 조달하는 고리타분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퀄컴은 오랫동안 통신업계 박람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왔는데, 작년에는 그보다 더 화려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CES)의 기조연설 시간까지 확보했다. 그 자리에서 광범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후 출시될 스마트워치와 퀄컴의 기술로 충전되는 롤스로이스 Rolls-Royce의 100% 전기차를 선보이고,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의 빅 버드 Big Bird가 시연하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도 자랑했다. 그리고 다양한 가전 기기들이 서로 의사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개했다.
퀄컴은 과거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탁기와 커피메이커 같은 일상의 평범한 제품에서부터 심장 제세동기와 페이스메이커처럼 생명을 좌우하는 기계들까지 수십억 가지 기기에 무선 연결을 도입함으로써, 오히려 잠재적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퀄컴의 비전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무언가 잘못되거나(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기거나 누군가 차고에 침입했을 때), 물건이 부족하거나(우유가 다 떨어졌을 때), 상황이 변했을 때(고속도로 차량 정체가 풀렸을 때) 각 기기가 네트워크에, 그리고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 이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 또는 다른 기기가 의사에게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거나, 냉장고가 집주인에게 가게에 들러 우유를 사올 것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멀지 않은 미래에는 차가 직접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물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용어는 이미 1999년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퀄컴-지난해 9월 29일 종료된 2013회계연도 동안 매출 250억 달러와 70억 달러에 가까운 이익을 기록했다-은 상당한 자원을 투자해 이 개념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IT 거물 퀄컴은 연간 R&D 예산 50억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정확히 얼마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을 자신들이 ‘디지털 식스 센스 digital sixth sense’라고 부르는 것을 현실화 하는 데 쓰고 있다.
퀄컴의 변신 노력이 진행되는 지금, 회사는 또 한 가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퀄컴은 3월에 CEO 폴 제이콥스 Paul Jacobs가 물러나고, 현 COO인 스티브 말렌코프 Steve Mollenkopf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퀄컴 이사회에선 말렌코프를 언젠가 최고경영자가 될 인물로 오래전부터 내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업계 거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CEO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의 후임자로 말렌코프를 접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사들이 승계 과정을 서두르게 됐다고 알려졌다. 제이콥스는 회장직을 유지한다. 말렌코프는 승진이 발표된 날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업계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이 회사가 더욱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말렌코프와 제이콥스는 흥미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현실에서 통하려면, 퀄컴이 지금 만들고 있는 반도체 칩과 센서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그것만 해도 아주 큰 과제다. 퀄컴은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회사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생태계의 다른 부분들(기기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 언어 등)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퀄컴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올조인 AllJoyn과 거대한 카시오 클래식 Casio Classic 손목시계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토크를 만들었다(퀄컴이 패션업계에 진출할 준비는 안 된 듯하다).
퀄컴은 과거에도 이미 똑같은 ‘패’를 낸 경험이 있고, 그 도박에서 크게 이겼다. 현재 전 세계 3G와 4G 브로드밴드 전화기의 3분의 2에 퀄컴 칩이 장착되어 있다. 퀄컴의 부품들은 애플의 아이폰(애플은 프로세서는 직접 디자인하지만 라디오 칩을 비롯한 일부 부품은 퀄컴 제품을 쓴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그리고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HDX 7를 구동시킨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을 대중화시켰다는 공로를 인정 받고 있지만, 퀄컴이 없었다면 스마트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퀄컴은 단지 전화기 내부에 들어가는 부속품만 발명한 것이 아니다. 퀄컴 경영진은 모바일 컴퓨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애플의 앱스토어가 문을 열기 훨씬 전에, 퀄컴은 나름대로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만들었고 이를 상용화하려고 했다. 당시는 전화기로 동영상을 본다는 생각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였는데, 퀄컴은 단말기에 텔레비전 방송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퀄컴은 결국 해당 사업 분야에서 철수했지만(그중 공중파 TV 부문 등 몇몇은 참담한 실패였다), 그전에 전 세계에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칩과 부품을 팔았다. 이렇게 퀄컴은 소비자들이 일하고, 소통하고, 놀고, 배우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한 경험이 이미 있다. 그렇다면 퀄컴이 다시 한 번 미래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까?
폴 제이콥스는 호리호리한 체구를 구부려 크림색 이케아 안락의자에 앉았다. 더 중요하게는 스펀지로 채워진 좌석 부분 쿠션에 들어있는 아주 작은 동작 감지 센서에 앉은 것이었다. 그는 퀄컴 본사에 있는 한 실험실을 다니면서, 엔지니어들의 최신 발명품 중 일부를 직접 시험해 보고 있었다. 제이콥스가 일어나자 옆에 있던 전등이 꺼졌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자, 전등이 다시 깜빡이며 불이 들어왔다.
“문제가 한 가지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간절히 기다리며 서 있는 두 명의 엔지니어를 올려다 보며 제이콥스가 말문을 열었다. “이건 배터리로 작동할 텐데, 내 엉덩이 센서의 배터리가 나갔는지 어떻게 알죠?” 엔지니어들은 센서가 누군가의 ‘둔부’ 압력으로 가동되기 전까지 수면 모드를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그러면 전력 소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콥스는 제어 인터페이스는 무엇인지, 전등에 조광기가 장착돼 있는지, 추가적 부품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지 등 갖가지 질문을 퍼부었다. 그가 마침내 “이거 좋은 아이디어네요”라고 말하자, 엔지니어들은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엉덩이 센서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전등에 대한 대화가 퀄컴에서 점점 더 흔한 광경이 되고 있다. 퀄컴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절박함이 작용했다. 퀄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은 베이스밴드 칩이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전화기 부품 판매와, 전화기 제조업체들이 퀄컴의 특허를 사용하고 내는 라이선스 비용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같은 시장은 현재 통신업체들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다른 시장들에은 처음으로 스마트폰 성장세의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침체는 퀄컴에 두 가지타격을 입힌다. 우선, 부품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다. 그리고 퀄컴의 고객인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단말기들, 즉 퀄컴으로서는 특허 로열티가 덜 나오는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퀄컴에 사업을 다각화 하라고 아우성이다. 가트너 Gartner의 애널리스트들은 일상적 제품들을 데이터를 토해내는 기계로 바꾸는 사물인터넷의 흐름이 향후 6년간 제조업, 보건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총 1조 9,0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제이콥스는 2020년이 되면 미국에서 가구당 평균 22개의 기기가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리서치 회사 IHS의 애널리스트 프랜시스 시데코 Francis Sideco는 “디지털 식스 센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이후 새로운 진화”라고 말했다. “이는 퀄컴과 그 경쟁사들이 공략할 새로운 역동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
퀄컴-그리고 아마도 무선통신 기술의 미래-의 향방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회사의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인 폴 제이콥스의 부친 어윈 제이콥스 Irwin Jacobs는 1985년, 다른 엔지니어 여섯명과 함께 퀄컴을 창업했다. 이들의 목표는 한때 미국 군대에서 보안 통신으로 사용했던 무선 기술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의 준말)를 상용화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퀄컴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호하던 GSM방식과 경쟁할 새로운 무선 표준을 시장에 도입했다. 미국 통신업체들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다. 버라이즌 Verizon과 스프린트 Sprint는 CDMA를 디지털 네트워크의 표준으로 채택했고, AT&T는 GSM을 선택했다.
퀄컴은 수천 개의 모바일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이 때문에 CDMA 기반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전화기를 만드는 업체라면 누구든지 퀄컴에 로열티를 전액 지불해야만 했다. 그 결과 퀄컴과 단말기 제조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여러 번 벌어졌다. 경쟁 칩 제조회사들 마저도 퀄컴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퀄컴이 승리했고, 2000년 즈음에는 회사에 큰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 칩세트 제조와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임이 확실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퀄컴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등장에-비록 막후에 숨어 있기는 했지만-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퀄컴의 총괄부사장 페기 존슨 Peggy Johnson은 “폴은 내가 기억하는 한 아주 오래전부터, 무선 인터넷이 유선 인터넷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사라진 PDA제조업체 팜 Palm이 1999년 오늘날 스마트폰의 전신인 pdQ를 출시하도록 제이콥스를 설득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존슨에 따르면, 단말기 부문(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위기를 겪었다)의 책임자였던 제이콥스가 어느 날 저렴한 퀄컴 휴대전화기에 PDA팜파일럿 PalmPilot을 테이프로 붙여서 회의에 들고 들어왔다. 그는 “나는 이런 걸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퀄컴의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이자 퀄컴의 초기 스마트폰 개발 책임자였던 스티브 스프리그 Steve Sprigg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장 큰 난관은 일종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손에 사실상 소형 컴퓨터를 쥐고 있다고 믿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제이콥스의 추진하에 퀄컴 경영진은 몇 달에 걸쳐, 팜의 당시 CEO 도나 더빈스키 Donna Dubinsky와 최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상대로 “소비자들이 전화 통화와 이메일 전송 모두를 한 개의 기기로 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6.2인치 크기의 pdQ가 화려하게 출시됐다. 한 평론가는 “일단 pdQ를 써보면, 독립형 팜 기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메일 외에는 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이콥스는 CDMA 기반 전화기를 위한 오픈 응용 플랫폼 브루 Brew를 만들었다(일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 수준의 컴퓨팅 능력을 갖추지 않은 저가 ‘피처폰’에 아직 이 운영체계를 쓰고 있다).
제이콥스는 모바일 컴퓨팅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퀄컴이 한 역할을 분명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기업들이 앱 스토어와 단말기 제조에더 뛰어나다는 사실도 순순히 인정한다. 그는 “전화기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데 애플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이 분야에 진출한 것은 우리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었다.”
대부분의 기술 분야에서 진입 장벽이 사라지고 있지만, 칩 업계는 상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복잡성(디자인스쿨 중퇴생이 제2의 인텔을 만들기는 힘들다)과 높은 생산비용이 큰 이유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은 기기(냉장고와 에스프레소 머신 등)에 탑재되는 극히 저출력인 칩세트의 경우, ‘팹리스(fabless)’ 모델을 받아들인 칩 제조업계에게 새로운 시장 진입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팹리스’ 모델은 퀄컴이 도입해 반도체 회사들이 제조 공정을 주로 아시아 공장들에 맡기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한편, 인텔은 모바일 컴퓨팅으로의 전환 기회를 놓쳐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지만(지난 10년간 인텔 주가는 20% 떨어진 반면, 퀄컴은 185%나 올랐다) 사물인터넷의 바람은 놓치지 않으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신임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Brian Krzanich의 주도하에, 인텔 또한 ‘웨어러블 wearable’ 등의 기기에 최적화된 새로운 칩들을 개발하고 있다.
제이콥스는 퀄컴이 새로운 기기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방어적 전략이 아니라, 이미 기술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현 모바일 컴퓨팅 부문을 보완하려는 포석이라고 주장한다(퀄컴은 이른바 LTE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위한 4세대 칩을 만들고 있다. 인텔, 엔비디아 Nvidia, 미디어테크 MediaTek, 브로드컴 Broadcom 등 경쟁업체들은 1세대 LTE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 토크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동기화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토크 화면에 표시된다. 제이콥스는 퀄컴 부지를 걷던 중 “샤크에게도 토크를 하나 선물했다”고 언급했다. 제이콥스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농구팀 센터로 활약했던 샤킬 오닐 Shaquille O‘Neal과 함께 프로농구팀 새크라멘토 킹스 Sacramento Kings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또 극단 라호야 플레이하우스 La Holla Playhouse를 후원하고 있고, UC버클리에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제이콥스는 이후 나눈 대화에서 예상보다 일찍 CEO에서 물러나게 된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4억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타격을 줄여줬을지 모른다). 그는 “스티브가 CEO 자리를 잇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제 열정을 갖고 있는 일들에 정말 집중하고 싶다.”
포춘은 10년 전 ‘동전의 앞면이 나와도 뒷면이 나와도 우리는 이긴다(Heads We Win, Tails We Win)’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통신업계가 협대역에서 3G 광대역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룬 바 있다. 그리고 결국 CDMA로 시작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3G 시스템이 퀄컴의 특허에 의지하고 있어 퀄컴이 사용료를 받게 된 것으로 판명났다.
차기 CEO 말렌코프는 사물인터넷에도 비슷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말렌코프는 “우리 목표는 전보다 더 널리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화기뿐만 아니라 PC를 대체하는 어떤 기계든, 그리고 가정이나 차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든 해당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또 그런 기계들이 어떤 형태로든 스마트폰 생태계를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고, 항상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며, 퀄컴 기술을 통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퀄컴이 pdQ로 실현할 수 없는 차원까지 끌어올렸듯이, 이번에도 다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을 구동시킬 소프트웨어와 앱, 스마트워치, 그리고 엉덩이 센서까지 구축할 것이다. 분명 퀄컴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마디로 퀄컴에겐 어떤 경우에도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