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기 이후 세계를 장기호황으로 이끌 신기술

WORLD ECONOMY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고 궁핍은 부자가 되는 기회였다. 불황의 위기 뒤에 신기술이 나왔고 이 신기술을 만든 사람들은 거부가 되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 신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크와 물질세계의 융합인 ‘사물간 인터넷’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금융위기로 망한 나라는 없다. 다만 더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질 뿐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불황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2014년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볼 때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의 상습범들이었다. 1825년 영국 증시버블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1800년 이후 9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1988년 아시아 금융위기 한 번을 제외하고 8차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모두 미국과 유럽이 발생시킨 경제위기였다. 1929년 대공황 때는 전 세계 GDP의 80%에 해당하는 나라들이 금융위기에 빠졌다. 이번 금융위기가 심각하게 피부에 와 닿는 이유는 전 세계 GDP의 71%에 해당하는 나라가 금융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다.

1800년대 이후 9차례의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금융위기로 망한 나라는 없었다. 단지 더 가난해지거나 금융패권을 내놓고 세계의 지배자 자리에서 내려왔을 뿐이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가 과거 8차례 위기와 다른 점은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중앙은행이 일사불란하게 금융완화와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글로벌 정책공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하는 모든 국가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어 버렸다. 2007년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2013년 5월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6년간 총 51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4일에 한 번씩 금리를 내린 셈이다. 금리인하와 통화증가는 미국, 유럽, 일본이 깃대를 잡았고, 신흥국들도 경쟁적으로 따라했다. 미국이 주도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의 큰 흐름이 뒤바뀌기 전에 금리를 미리 낮춰 경기를 부양하고, 앞으로 있을 금리인상 국면에서도 여유를 마련하겠다는 의도 때문이었다.

돈을 풀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미국과 일본의 GDP가 최근 수년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고, 마이너스 성장에 신음하던 유럽도 경기가 기지개를 켤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회복은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 정부발표 실업률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총인구 중 자발적 실업을 포함한 실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총 고용률은 꼼짝 않고 있다. 유럽은 두 자리 수 실업률에 신음하고 있는데 특히 청년 실업률은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불황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신기술의 역사와 일치한다. 불황의 그늘에서 항상 신기술이 탄생했고 그것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다시 경기를 장기간 호황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1870년대 불황에서는 인류 생활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에디슨의 전화, 카네기의 철강, 록펠러의 석유정제 기술, 포드의 자동차 기술이 등장했다. 이런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온 에디슨, 카네기, 록펠러, 헨리 포드는 거부가 되었고, 그 남은 재산으로 만들어진 재단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에는 폴라로이드카메라, 레이더, 제트엔진, 테프론, 마이크로스코프, 나일론, 헬리콥터, 복사기 같은 신발명품이 대거 등장했다.

1970년대 불황에선 도트프린터, 잉크젯 프린터, 셀룰러폰, 비디오게임기, 워크맨, 고어텍스, 포스트잇, 이더넷, VCR, 인텔의 CPU, 시험관아기가 등장했다. 1980년대 불황기에는 애플의 PC와 빌게이츠의 MS DOS가 등장해 개인용 PC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 불황기에는 이메일, 야후, 이베이, 아마존, 게놈 같은 인터넷과 바이오 분야 신기술이 대거 등장했고 2001년 닷컴 버블 이후에는 구글 검색엔진, 리눅스, 아이폰, 줄기세포 등이 줄줄이 나왔다.

난세에 영웅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난다. 결국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고 궁핍은 부자가 되는 기회였다. 불황의 위기 뒤에 신기술이 나오고 이 신기술은 거부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 경제에서 다시 세계를 장기간의 호황으로 이끌 신기술은 무엇일까?

첨단 유망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고의 유망산업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 인간이 가지지 못하는 것, 다시 말해 결핍에서 돈을 벌 수 있다.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기계가 비디오고 귀를 대신하는 기계가 오디오다. 이 두 개를 합치면 A/V, 즉 가전제품이다. 눈과 귀를 통해 얻는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기능을 대신 하는 기계가 통신기기이고 얻은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기계가 컴퓨터다. 이 둘을 합친 것이 바로 C&C로 일컬어지는 정보통신기기이다.

지금 사람의 뇌와 뇌를 연결하는 기계가 바로 인터넷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모든 정보를 손 안에 있는 컴퓨터 두뇌, 스마트폰에 넣어 다닌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른 이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인간과 물질세계의 소통일 가능성이 크다. 바로 ‘사물간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다. 네트워크와 물질세계의 융합이 바로 사물간 인터넷이다. 모든 사물에 통신이 가능한 전자 칩을 심고 무선으로 인간과 연결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센서가 집으로, 차로, 도로로, 사무실로, 공장으로 진입하면 가정혁명, 운전혁명, 유통혁명, 생산혁명이 일어난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말을 하고 TV가 쇼핑을 한다. 보는 대로 정보를 검색하고 명령하는 구글글래스와 알아서 자동으로 굴러가는 구글의 드라이브리스카(driveless car)는 이미 등장했다. 직원이 퇴근한 사무실에선 알아서 에어컨과 조명을 조절한다. 아마존은 무인 수송기인 드론을 이용해 택배를 시범 서비스 하고 있다. 디지털 눈과 센서를 가진 로보트와 드론이 3D 업종을 대신한다.

이 모든 것이 이젠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보이는 대로 찍고, 조종하고 명령하는 사이 엄청난 정보가 빅데이터로 구축된다. 입는 컴퓨터, 각종의 인간의 오감을 닮은 센서와 이를 장착한 사물과 로보트, 정보를 처리할 반도체, 엄청난 빅데이터를 저장할 저장장치, 해커를 방지할 보안시스템이 모두 새로운 초대형 성장산업이다. 인간을 대신할 감각과 미세동작이 가능한 로보트의 등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고, 제조업이 떠난 미국을 다시 세계 최대의 생산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상을 바꿀 신기술과 거상은 네트워크와 물질세계의 융합인 ‘사물간 인터넷’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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