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융시장 화두는 신뢰회복과 리스크 관리금융시장의 당면 과제는 신성장 동력 창출이다. 하지만 대내외 시장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금융권은 ‘신뢰회복’과 ‘리스크 관리’를 화두로 던졌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신뢰 회복’과 ‘리스크 관리’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고객 신뢰확보와 내실경영을 위한 리스크 관리는 ‘신(新)성장 동력’ 창출의 필수 요건이다.
우선 리스크 관리는 위기 극복을 위한 사전 예방차원의 조치다. 지난해 국내시장은 만성적 가계부채 문제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여파가 거셌다. 글로벌 시장 역시 유럽, 미국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해외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시장의 경우 양쪽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업계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김주하 NH농협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등 금융권에서 잘 알려진 리스크 관리 전문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의지는 올해 금융 기업들의 신년사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상시적인 위기상황에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일상화된 위기상황의 리스크 대응 방식은 금융회사의 생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은 흑자경영기반 재구축을 위한 첫 단추로 리스크 관리를 내세웠다. 홍 회장은 “계열전담 심사체계 구축, 관리 대상 계열 제도 활용 등을 통해 계열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재무안전성 제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회복 역시 금융권의 당면 과제다. 지난해 불거진 동양그룹 사태와 지난달 터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대상 금융사고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 박근혜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정부의 외침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금융권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사자성어를 올해 금융권 키워드로 제시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작년과 같은 금융사고가 반복되면 안 된다”며 “금융감독 본연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예방적 금융감독과 법질서 확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수장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진행될 예정인 그룹 민영화를 언급하며 “금융사의 생명은 고객이다. 고객을 잃으면 존립 기반을 잃게 된다. 민영화 과정에서 고객에게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신뢰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수장들은 이와 함께 혁신과 변화, 임직원 간 단결을 올해 화두로 던졌다.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변하는 금융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협업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조금 더 멀리 보고 변화에 맞춰 나아가자’는 뜻의 ‘등고망원 여시구진(登高望遠 與時俱進)’을 새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금융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행동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와 이를 위한 적극적인 실행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중후표산(衆煦漂山)’을 내세웠다. 중후표산은 ‘여러 사람이 함께 내뿜는 뜨거운 숨결과 기운이 큰 산을 움직인다’는 의미다. 김 은행장은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즐겁고 신나게 일하면서 내뿜은 열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산을 옮겨 놓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