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모토로라 모바일 부문 인수한 레노버 “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지켜보고 있다”

[INTERVIEW]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

레노버는 작년 중국 1위 PC 기업에서 세계 1위 PC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 2월 13일 발표된 작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분기 매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모토로라 무선사업을 인수하며 IT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PC 시장과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레노버의 전략은 R&D를 통한 혁신적인 신제품의 지속적인 출시와 다변화된 제품군에서 시작됩니다”라고 말한다. 강 대표를 통해 레노버의 성장 전략과 한국 비즈니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더 많은, 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레노버의 2013년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2월 13일 서울 역삼동 소재 한국레노버 사무실에서 만난 강용남 대표는 레노버의 2014년을 이렇게 자신했다.

강 대표의 자신감은 레노버의 최근 실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레노버는 2014년 1월 기준 시장 점유율 18.6%로 업계 1위이다. 10년 동안 1위를 지키던 HP는 지난해 PC 출하량이 10% 가까이 줄어들며 시장 점유율 16.9%로 2위로 떨어졌다. 레노버는 매출 역시 2013년 2분기 88억 달러에 이어 3분기 매출 108억 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전 수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레노버의 질주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레노버의 성장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PC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R&D 규모를 줄이고 신제품 출시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노버는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해왔습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거죠. 소비자의 욕구가 다변화되고 있으니까 여기에 대응한 겁니다. 덕분에 매년 40% 가까이 성장했죠”라고 말했다.

PC업계에게 2013년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공습으로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사상 최대치인 10%가 감소했다. 이 여파로 HP는 지난해 발표한 감원인원 2만9,000명을, 올 초에 3만4,000명으로 확대했다. 업황이 좋지 않아 PC업계가 몸집을 줄이면서 자연스레 R&D 예산을 줄였다. 이 영향으로 신제품 출시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나빠진 데 비해 레노버는 반대 전략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강용남 대표는 레노버가 계속해서 R&D 역량 강화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레노버에는 키보드를 연구하는 전문인력만 15명이 있습니다. 제품의 경쟁력을 가격이나 디자인에 한정하지 않고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다양한 욕구에 따른 제품 다변화가 레노버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레노버가 웨어러블, IOT 등 IT 디바이스 수요 확대에 대비해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대응보다는 다변화되는 소비자의 욕구 충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수요층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강 대표는 차별화된 혁신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레노버의 이런 전략이 주효했음을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레노버는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50개 부문 상을 받았고 올해는 61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메이저 경쟁사들이 5~6개 상을 수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죠”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업계 전문가들은 레노버가 새로운 PC 트렌드를 이끌 채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 일부에선 삼성과 애플을 견제할 기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레노버가 다양한 혁신 제품을 내놓으며 노트북에 이어 태블릿 PC, 모바일 PC의 새로운 강자로 성장하고 있음을 평가한 것이다.

강 대표 역시 “신제품이 소비자에 어필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출시해 판매량을 증가시킬 기회가 줄어든다는 의미이죠. 레노버는 이 주기에 맞춰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고 있어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그것도 향상된 품질로 말이에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그런데 애플은 혁신적인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해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애플의 시장 전략은 제품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고부가가치 브랜드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또 애플은 IT 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익률을 자랑한다. 47%까지 치솟던 애플의 수익률이 최근 24%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제품 다변화를 통한 브랜드 확대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란 점에서 양 사의 비즈니스 전략이 다른 셈이다.

레노버의 PC 브랜드는 비즈니스용 PC인 씽크 Think와 소비자용 PC인 아이디어 Idea 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씽크는 레노버가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며 씽크패드 Thinkpad 제품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품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레노버가 중국 PC기업이라는 점에 앞서 IBM PC를 인수해 씽크 브랜드로 공략한 것은 탁월한 브랜드 전략입니다”라고 말했다. 씽크패드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하고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돼 있는 만큼 레노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평가이다.

작년 IBM X86서버 사업 인수에 이어 올초 레노버는 구글사로부터 모토로라 모바일 부문을 인수하며 IT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스마트폰 사업에 모토로라의 특허 1만7,000여 개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시장에선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현명한 전략이라는 의견부터 견고한 시장 지배자가 버티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이를 두고 강 대표는 “레노버가 단행한 가장 좋은 딜”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무엇보다 다변화된 디바이스를 공급하겠다는 일관적인 레노버의 메시지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이어서 “양 위안칭 Yang Yuanqing 레노버 회장은 4~5년 전부터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디바이스 역시 더욱 다변화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컴퓨팅 플랫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레노버의 지난 인수 합병은 가장 적합한 대상,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레노버는 더욱 다양한 디바이스로 수요층을 확대해 나갈 테니까요. 이것이 *PC 플러스 사업이죠”라고 답했다.

레노버의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대해 강 대표에게 좀 더 자세히 물었다. 그는 중국 외 세계 시장 점유율 1%가 채 되지 않는 레노버의 스마트폰 사업의 한계와 모토로라 무선사업 인수가 레노버의 스마트폰 사업에 큰 도움은 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우선 중국 외 점유율이 낮다는 평가는 레노버의 전략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레노버는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스마트폰을 발매해 나가고 있어요. 아직 10개국에 불과하고요.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선 판매량을 확보한 뒤 겨뤄보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미 이머징 마켓에서 레노버 스마트폰은 독보적인 성장세(연간 성장률 94%)에 있습니다. 모토로라 모바일 부문의 인수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해 좋은 전략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요즘 들어 신흥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보급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만큼 성장잠재력이 높고 신흥국들의 IT에 대한 투자가 많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또 신흥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겨룰 때 레노버에게 모토로라가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프로텍트 앤 어택 전략(지킬 시장과 공략할 시장을 나누어 수행하는 사업 전략)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의 “레노버가 판매량과 실력을 쌓아 북미, 아시아 주요 마켓에서 삼성, 애플과 겨룰 채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과도 같다. 또 모토로라 인수 발표 후 “삼성과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의 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레노버는 경쟁자이기도 한 국내 기업 삼성, LG 등과 부품협력을 맺고 있다. 레노버가 한국에 진출해 느낀 삼성전자의 배울 점은 무엇일까?

강용남 대표는 “좋은 마케팅, 과감한 투자, 수직 계열화를 통한 빠른 신제품 출시 등 배울 점이 많죠. 삼성은 정말 좋은 기업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점은 레노버 역시 강조하고 육성하는 전략입니다. 또 레노버는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기존 기업들과 달리 유통망 확대를 통한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레노버의 차별화 된 전략도 소개했다.

강 대표는 한국레노버의 추진 전략에 대해선 우선 서비스 강화를 다짐했다. 그는 “까다로운 한국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 만족도를 높일 겁니다. 이미 씽크는 방문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외국계 기업 중 레노버의 서비스는 최고 수준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레노버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대해선 “시장은 사업 형태가 바뀔 때 찾아옵니다. 한국 통신 시장은 캐리어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죠. 많은 외국 기업들이 실패했어요. 아직은 무리지만 합리적인 시장상황이 된다면 레노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며 당장은 레노버가 한국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국내 시장에서 홍보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선 “레노버는 이미 오픈 마켓에서 강자입니다. 다른 브랜드 제품처럼 길거리나 상가에서 자주 볼 수는 없어도 오픈 마켓에선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판매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레노버가 2월 9일 오픈 마켓 11번가를 통해 500대 한정 판매한 태블릿 믹스2는 36시간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강용남 대표는 강조했다. “PC는 형태가 진화하는 것이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수요도 계속 창출되는 겁니다.”

2013년을 기점으로 레노버의 자사제품 판매량 비중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 판매량을 추월했다. 레노버가 PC에 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사업까지 기업 성장동력에 추가한 것이다. 이를 통해 레노버가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IT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PC 플러스 사업
앞으로 30~40년 안에 전통적인 PC가 사라지고 수요자의 욕구에 따라 디바이스가 진화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PC 관련 디바이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레노버의 사업 전략.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