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T 업체들의 기업 공개는 몰라도 벤처 투자는 번성할 전망이다

경기 순환에 대한 두 가지 기본 사실이 있다. 첫째, 경기 순환은 항상 존재한다. 둘째, 특히 장기간의 불황이나 호황 속에서 그 존재 여부를 놓고 종종 논쟁이 벌어진다. 10여 년 전 닷컴 거품이 꺼진 이래, 벤처 투자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내부 종사자조차도 그들의 ‘실패한 모델’에 대해 패배주의적 태도를 취해 왔다. 2010년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당시 10년 평균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많은 장기 기관 투자자들이 극소수를 제외하고 벤처 투자 기업을 모두 포기하기 시작했다.
By Dan Primack


벤처 투자가 항상 영세한 가내 공업이었다면, 이제는 가내공업의 물품 창고 같은 존재로 더욱 초라하게 몰락한 것이다. 그러나 2013년이 되자 부정적인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더 많은 기업 공개(IPO)와 급증하는 수익, 그리고 실리콘 밸리 인터넷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성공하는 많은 기업들이 나타났다. 경기 호전으로 회의론자들은 묵직한 돈 가방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 정신을 못 차렸다. 아울러 거대한 차세대 혁신의 물결이 도래할 것이다. 비록 IT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주춤하거나 주식 시장이 침체하더라도 벤처 투자자들의 지갑은 두둑해질 전망이다. 경기 순환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2013년은 2014년과 그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해가 됐다.

창업을 하는 데 벤처 투자가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위대한 기업 중에서 벤처 투자 없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벤처 투자에 가장 비판적인 기업가들조차도 이 점은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창업 8개월 만에 트위터 Twitter가 인수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것과 차세대 트위터를 실제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트위터는 12개 이상의 벤처투자 기업으로부터 6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그러나 상당 기간, 벤처 투자 기업의 자금과 자문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 신규 자금을 유치할 만한 기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은 서로 너무 비슷해 차별화가 안됐다. 투자 받기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와 올바른 경영 체계,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일부 기업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을 맞았다. 상당히 많은 기업 공개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기업공개를 하는 업체와 투자자들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해 기업 공개의 40% 이상은 생명 과학 기업에 집중됐다(과거 전문성이 부족한 많은 벤처 투자 기업들이 경시하거나 투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키기 시작한 분야였다). 줄리 Zulily (시애틀에 본사를 둔 육아전문 반짝 세일 사이트) 같은 온라인 기업과 팟벨리 Potbelly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샌드위치 체인점) 등 오프라인 기업의 경기도 모두 부활했다. 시애틀이나 시카고처럼 지역적 다양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에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트위터처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전통 기업들이 분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타 지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업과 지역별로 더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벤처 투자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투자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 Cambridge Associates가 발표한 수익률 자료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자료는 2012년 6월 30일부터 2013년 6월 30일까지 평균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1년 평균 내부 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이 48% 증가했고, 5년과 10년 평균 내부 수익률도 각각 17%, 48%로 크게 올랐다. 더 많은 기업들이 신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기업가 입장에서는 자금 유치 루트가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학 기금과 공적 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계 벤처 투자펀드인 콜러 캐피털 Coller Capital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기관투자자들이 미래 수익률에 대해 더욱 낙관하지만-3분의 2는 북미 벤처 투자의 연간 수익률이 11%를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대부분은 여전히 향후 몇 년 동안 벤처 투자 자금을 축소할 계획이다. 글로벌 투자기업인 프로비타스 파트너스 Probitas Partners의 비슷한 조사에서도 역대 최고치인 43%의 기관 투자자가 더이상 벤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꼭 닫힌 투자 꼭지가 풀리길 기대한다. 닷컴 폭락 후, 기관 투자자들은 서서히 벤처 투자를 중단했다. 비록 정반대의 방향이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벤처 투자로 돌아오는 데도 비슷한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자료를 분석할 능력이 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날의 상황이 ‘완전한 몰락’으로 향하는 하락 추세에서 나타난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벤처 투자도 경기순환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기업가들이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경기 순환의 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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