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력 전환시기의 경영자 코칭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승진은 많은 변화와 불안감을 가져온다. 경력 전환 초기의 진정한 과제는 ‘스스로를 승진시키는 것’이다.
글 고현숙 국민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새로운 자리로 영전하면 주위에서 많은 축하를 받는다. 그런데 축하만 오는 게 아니라, 불안감도 함께 온다.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놀랍게도 승진한 임원의 90퍼센트는 자기역량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면에서 위축감을 경험하며 주위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게 된다. 회사는 나를 승진시켰지만 아직 나는 자신을 승진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경력 전환 초기의 진정한 과제는 ‘스스로를 승진시키는 것’이다.

승진이나 전보, 이직 등으로 새로운 일을 맡으면,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할수록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우선, 눈치와 지레짐작으로 때우려 하지 말고 용기 있게 물어야 한다. 근본적인 질문도 좋다. 초기에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그 일을 하고 있는 기존 인력에도 자극이 된다. 조직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경청하며 빠르게 파악하라.

또한 상사나 주주, 동료 등 이해당사자들의 기대사항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새 포지션에서 스스로의 성공 기준을 분명히 할 수 있고, 그래야 진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전환기 코칭에서는 이를 정리하기 위해 ‘이해당사자 지도’를 그려보게 한다. 자신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이 누구이고,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자기 상사에 대해서는 파악하지만, 의외로 상사의 상사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 임원들이 많다. 실은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도 말이다.

한번은 조직을 막 떠나는 임원으로부터 이렇게 후회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너무 다양한 이슈들을 신경 쓰느라 주의가 분산되어 정작 본인이 책임져야 할 핵심요소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직에는 늘 이슈가 있고 사고가 터지고 급한 과제가 떨어지기 때문에, 임원으로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내내 응급처치만 하다가 끝날 수가 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은 단지 시간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내 머릿 속부터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잡음을 줄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내 역할의 성공 기준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핵심 이해당사자의 기대사항에서 나온다.


비전 공유하고 공감대 형성부터

어느 조직에 새로 영입된 CEO는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으로, 기존 인력에 불만이 많았다. 모두가 무사안일에 빠져 있고 복지부동한다고 비판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변화를 소리 높여 외쳤고 회의 때마다 새로운 자세를 주문했다. 문제점이 눈에 띌 때마다 하나하나 지적하며 고쳐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새로 온 리더들은 기존 조직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바꾸지 않을 거면 왜 새로운 책임자가 임명되겠는가? 문제는 직원들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신뢰나 공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리더가 이것저것 뜯어고치려는 걸로만 비친다. 그러니 적극 긍정하기 보다는 안 되는 이유만 이것저것 거론하기 쉽다. 이것은 또 새 리더에게 소극적인 저항처럼 보여지고, 그만큼 더 그들 자체가 개혁 대상으로 치부된다. 코치로서 CEO에게 물었다. “조직의 비전은 무엇이며, 구성원들이 어떻게 바뀌길 원합니까?” “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겠습니까?” 스스로의 존재 입증을 위해서도 뭔가를 해야 된다는 의지를 거의 자동적으로 갖게 된다.

그때까지 호기 있게 말하던 CEO는 잠시 침묵하더니, “사실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 일일이 잔소리를 하던 중이다. 이렇게 마구잡이 식으로 지적만 할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겠다”고 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새로 온 상사가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 바꿔라, 저것 바꿔라’ 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의욕보다는 새 상사 취향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듯해서 저항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아무리 변혁이 급해도 개인기가 아니라 조직력으로 하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전환기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힘만으로 일하던 데서 팀과 조직에 의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함께 추진할 핵심부대를 만들어내고, 구성원들을 인간적으로 감싸안는 것이 필요하다. 현명한 리더들은 초반에 개혁과제를 밀어붙이기 전에 반드시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며, 이것이 충성심을 자아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법이다. 성과는 혼자서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핵심적인 팔로어들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를 진짜 리더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팔로어임을 알아야 한다. 핵심 팔로어들과는 수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공감하고, 동지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물론 공식적인 조직체계를 무시하는 비선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핵심 팔로어들을 공식적인 조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의 권한을 사용하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전환기 임원들이 중시해야 할 것은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는 대화가 모든 것(Corporation is all about conversation)’이라는 말이 있다. 회의도, 보고도, 조정도 모두 대화로 이루어진다.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식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의 소통수준을 높이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상사에게 충분히 보고를 안 하는 임원들이 의외로 많다. 상사를 지나치게 어려워하여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면 이건 자기중심적인 시각이다.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또 특정분야의 전문성이 높은 임원들이 상사와의 논의를 경시하는 면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상사가 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의해도 가치를 더해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이는 정말 조직을 모르는 오만한 시각이다.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상사와 이해를 공유하도록 노력하고, 본인이 접한 정보를 동료나 팀과 공유하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업무수준의 저하는 리더의 책임이
기도 하다.

어느 임원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공식적 채널에만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 회의시간에는 상사의 일방적인 말만 들을 뿐, 토의 기회가 없었다. 상사가 바빠서 비서를 통해 개별 보고 시간 잡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로 코칭을 받은 임원은 비공식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했다. 문자, 이메일 등 캐주얼한 방식으로 상사에게 수시로 잘 되고 있는 것과 잘 안 되는 것, 우려사항 등을 간단히 보냈는데 상사가 생각보다 문자메시지로 답장을 자주 해준 것이다. 또 과거에는 특별히 약속이 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말을 걸기를 어려워했고, 심지어 살짝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했었다. 코칭 이후에는 임원 식당에서 상사가 식사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다가가서 대화를 했다. 외부 일정을 동행하게 되면 오가는 시간에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고, 전시회 시찰 시에 과거에는 1미터쯤 떨어져서 수행하다가 이제는 밀착 수행하면서 자주 의견을 주고 받게 되었다. 결과는? 상호 이해수준이 높아져서 업무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임원의 성과에 즉각적인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체 회의에서는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전체 이슈에 주도적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승진 임원들의 경우는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시야가 자신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 가지고는 “저 친구 똑똑한 줄 알았는데…?”라는 실망의 목소리를 듣기 쉽다. 자기 부서만이 아니라 전체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토론에 참여하고 가치를 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포지션에서는 또한 획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상대에 따라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내부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고객사, 대관 업무 등 새로운 역할에는 새로운 파트너들이 따라오기 때문에 이들과 친밀하고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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