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년 넘는 외길 ‘동부 샐러리맨 신화’ 소통과 내실 경영으로 불황 헤쳐간다

[FORTUNE CEO 500]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쓴 국내 대표 경영인 중 한 명이다. 김 사장은 1979년 동부 그룹에 입사했으며 1984년 동부고속에서 동부화재로 옮긴 뒤 줄곧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동부맨’이다. 보상과 영업, 신사업, 기획 등 핵심 업무를 밑바닥에서부터 거친 그는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탄탄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동부화재해상보험(이하 동부화재)이 보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과를 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부화재는 2010년 김정남 사장 취임 이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각종 수익성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2010년 8조4,062억 원과 2,716억원이었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2년 11조4,051억 원과 5,582억 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548억 원에서 4,661억 원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매출액은 10조4,000억원, 영업이익이 5,500억 원, 당기순이익이 3,8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 9%, 1%, 17% 감소했다. 회계기간이 변경된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동부화재는 2012년까지는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회계를 결산했지만, 최근 결산기간을 1~12월로 바꿨다. 이로 인해 2013년 결산에는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간 실적만 포함됐고, 실적 데이터도 크게 하락했다. 그럼에도 업계 평균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해용 동부화재 홍보부장은 말한다. “지난해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악화됐고 저금리 기조에 따라 운용자산 익률이 하락했습니다. 우리도 이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입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긍정적 평가를 더한다. “보험사들의 2013년 연간 실적이 부진해 당 초 예상보다 기대를 낮춰야 하지만, 동부화재는 전망대비 하락폭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동부화재의 다양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동부화재 신용등급을 A-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S&P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채널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장기보장성 보험의 성장, 높은 경영효율 중심의 영업경쟁력, 적정 자본력 등을 높게 평가 받았다. 동부화재의 위험기준자기자본(RBC·Risk Based Capital)비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재무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소통 경영 강화

동부화재 선전의 배경에는 김 사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김 사장은 평사원 시절부터 직접 보고 느꼈던 다양한 경험을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다이나믹 동부’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상호 소통을 주요 경영원칙 중 하나로 선정하고 소통과 실상, 자율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김 사장은 ‘CEO와 通· 通· 通’이라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기획해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매달 한차례씩 사내 직원들과 직접 만나는 이 모임을 통해 현재까지 1,600명이 넘는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모임 테마도 다양하다. ‘과장과의 만남’과 같은 직급별 미팅, ‘사내 커플과의 만남’ ‘지방출신 본사 근로자와의 만남’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담아 현장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다양한 노고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기회를 마련했다. 딱딱한 형식을 탈피하기 위해 호프집, 극장, 직원 사택 등 장소 역시 다양하게 선정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평가단을 발족시켰다. 매년 고객 중 자원자 40~50명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5기에 이르고 있다. 평가단은 영업지점의 서비스 품질을 확인하고, 긴급출동 서비스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직접 불시에 테스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 시키고 고객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또 실상을 추구하기 위해 회의시간을 단축 시키고 서류 작업도 줄였다. 자율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팀제를 강화했다. 조직이 큰 만큼 경영진에서 세세히 간섭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실 경영 주력

김 사장은 올해 국내 시장에선 질적 성장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을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보험 시장은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RBC 비율 규제 강화, 외형 성장 정체, 자산운용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인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 사장은 수익률이 높은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수익기반을 확고히 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보다 종전의 우량 고객에게 또다른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업셀링Up-selling 특화상품을 기획 중에 있다. 또한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 유지율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모두 강화하려 하고 있다.

판매 채널도 더욱 다양화한다. 동부화재는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자회사 GA를 설립했다. 대형 손보사 중엔 처음이다. 동부화재는 1월 자본금 70억 원 규모로 독립법인대리점(GA·General Agency) ‘동부금융서비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시장 기대는 긍정적이다. 윤제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금까지 외국계 및 중소형사가 GA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손해보험 대형사가 GA를 설립한 건 동부화재가 처음입니다. 이는 판매채널을 다변화하고 영업정책을 효율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해외 시장 개척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도 올해 중요한 경영 과제다. 100세 시대에 대비한 노후 특화상품 등 차별화된 신상품과 담보를 개발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미 진출한 미주시장을 중심으로 매출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는 차별화된 진입전략을 세우고 있다.

해외 매출은 1,500억 원대로 국내 매출 10조 원대에 비해 크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 사업속도나 향후 성장성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미국 매출액만 보면 2008년 556억 원이던 것이 2012년 1,536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시장에 여럿 진출해 있지만 실제 수익을 내는 곳은 두세 곳에 지나지 않는다. 동부화재도 그 중 하나다.

특히 괌에선 시장점유율 17%로 50개 보험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괌 사업이 성장할 수 있던 건 빠른 대응과 신뢰 덕분이다. 2002년 당시 괌 역사상 3번째로 큰 봉선화 태풍이 몰아쳤을 때 일이다. 다른 보험사가 시장 철수를 하는 상황에서 동부화재는 재빨리 손해액을 정산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 해 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몰려왔다.

미국 본토에서도 이 같은 경험을 활용해 영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선 고객을 직접 대하는 대신 에이전시를 통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 특유의 정 문화와 신속성이 시장에 통하고 있습니다.” 신해용 홍보부장은 말한다. “우리는 에이전시를 방문하는 횟수를 늘려 대면 기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감성마케팅이죠. 그리고 보상 서비스 역시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타 보험사에 비해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동부화재는 중국에선 2011년 지분투자를 통해 청도합자중개법인을 만든 뒤 현지 영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안청손해보험사 지분 15.01%를 인수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운용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도 더욱 중요하다. 동부화재의 운용자산은 약 20조 원에 이른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올해에도 계속되는 만큼, 동부화재는 대체 투자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선순위 부동산 대출, 인프라, 실물자산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정책이다.

증권가 기대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동부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된 점이 긍정적이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그룹이 지난 연말 3조원 규모의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룹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삼성증권은 “금리 상승시 동부화재의 기업가치 개선 폭이 손해보험사 중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외부 골칫거리가 해결된 만큼, 본격적인 사업성과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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