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카르텔 분야 소비자 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

김승열의 ‘Law & Business’

최근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들의 국제적인 카르텔에 대해 공정위가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대부분이 카르텔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손해를 입은 실제 피해자들의 구제는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카르텔 분야의 소비자 구제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그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본다.
글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카르텔이란 기업 상호 간 경쟁 제한이나 완화를 목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 산업 기업 간에 결성되는 담합을 지칭한다. 즉, 둘 이상의 사업자가 상품이나 용역 가격 등의 거래 조건, 거래량, 거래 상대방 또는 거래 지역 등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시정조치, 형사적인 제재, 과징금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국제적 카르텔과 관련해 공정위는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미있는 것은 과징금 부과는 특정 업체의 카르텔 인정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카르텔 적용으로 인해 4개 정유회사에 과징금 4,300억 원이 부과됐던 때에도 카르텔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한 회사는 과징금을 받았으나, 나머지 세 회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미흡한 소비자 피해 구제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대부분은 카르텔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카르텔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전체 건수의 2%에도 채 못 미친다. 실제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용 부담이 많고 실손해의 입증이 어려우며, 인정 손해배상액이 통상적으로 극히 적기 때문이다.

과징금 역시 ‘피해자가 사적소송을 통해 얼마만큼의 구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출액의 100분의 10 범위 내에서 부과된다. 공정위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므로 예측 가능성도 미흡하다.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가 운용되고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배상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감면이 이루어지는 등 제도상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렇게 걷힌 과징금 역시 국고에 환수되어 국가정책의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피해자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결국,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르텔 분야의 동의의결제도 도입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의의결제도’가 카르텔에도 적용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의의결제도란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담합 상태의 자발적 해소, 소비자 피해구제, 거래질서 개선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타당성을 검토, 시정방안과 같은 취지의 의결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의 시장지배자적 지위 남용과 관련한 법 위반에 대해 최초로 적용된 바 있다. 미국 법무부는 동의판결, 연방거래위원회는 동의명령의 형태로 많이 활용한다. 연방거래위원회의 감시대상이 되는 독점금지법 사건의 70% 정도가 동의명령으로 해결될 정도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미국과 달리 카르텔, 즉 부당한 공동행위인 경우 동의의결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면 위반 사업자가 작성한 시정방안의 작성, 검토 단계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초 동의의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 시점을 계기로 이 제도가 좀더 활성화되고, 적용 범위 또한 카르텔과 소비자보호법 분야에 폭넓게 확대되어야 한다. 동의의결 과정에서도 공정위, 위반 공동사업자, 피해자 및 기타 이해관계인이 모두 참여해 좀 더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대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동의의결이 부적절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자체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검찰총장과의 의견조율 과정을 통해 충분히 논의함으로써 해결하는 편이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도모하는 데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추천할 만한 기타 해결방안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 경우 악의적 카르텔에 의한 피해자에게 좀 더 많은 손해배상액이 지급될 것이므로,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배상은 물론, 악의적 위반자에 대한 사전 예방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집단소송제도도 검토해볼 만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피해자를 위해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정부소송의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전체 피해금액은 크지만 실제 개인별 피해금액은 소액인 경우, 피해자 개인별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그 절차에도 익숙하지 않으며, 배상액이 적다면 소송을 제기할 만한 현실적인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다수의 소비자를 대표해 법적 절차를 밟는 정부소송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공정거래법이나 소비자보호법 위반이 벌어질 경우 연방거래위원회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 배상액을 배분하는 식이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제언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혁 환경에서는 규제와 관련한 영역에서도 소비자를 단순한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들이 주체로서 참여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공공복리를 위한 서비스 제공자’라는 인식을 공고히 할 때 가능한 것이다.

동의의결제도의 카르텔 분야 확대 적용, 소액 및 다수 피해자 소송에서 정부 대표 소송제도의 도입, 카르텔 특성을 고려한 법원의 새로운 판결 등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 특히 법원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자세를 기대해본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민간위원 및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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