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경영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가장 성공적인 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차세대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경영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사회적 책임활동을 실천하는 CEO라는 평판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룹 규모뿐 아니라 그동안의 경영 성과와 평판 등 모든 면에서 차세대 경영인을 대표하는 주자 중 한 사람으로서 손색이 없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를 디자인 경영으로 환골탈태시키며 경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최근에는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함께 ‘품질 경영’에 앞장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성공적인 경영자 혹은 후계자로서 이미지를 굳혀갈 수 있는 것은 아버지 정 회장과 현대차 그룹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해준 덕이다. 정 부회장은 디트로이트 모터쇼 같은 세계 주요 자동차 전시장에 현대차 그룹을 대표해 참가하고 있다. 얼굴을 알리고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은 물론 기조연설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성공적인 PI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자동차 수출의 스타트를 끊었다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세계 5위 자동차 기업으로 만들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 부자는 품질경영에 힘쓰고 있다. ‘제값 받기 운동’ 역시 그 일환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를 명실상부한 톱 브랜드로 이끌 핵심 인물이다. 의인화된 PI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고 스티브 잡스의 완벽주의가 곧 애플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 역시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추구로 자신과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중이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무대에 지속적으로 등장해 전자산업과 융복합되고 있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며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활발하게 대외 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승계구도가 한몫했다. 현대차 그룹의 후계구도는 일찍부터 정해져 있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손위 누나가 셋 있지만, 이들은 모두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 현대가의 전통에 따라 여성의 경영활동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분 배분 상황 역시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승계에서 가장 피를 말리는 건 형제간 경쟁이다. 가족기업의 오너들은 자녀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종종 경쟁을 시킨다. 그렇지만 부작용으로 형제간 우애가 깨지고 심하게는 기업이 분해되는 일도 벌어진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골치를 썩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벌이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 부회장은 그런 점에선 쾌적한 승계 환경을 누리는 셈이다.
정 부회장에 대한 언급 중 경영능력 다음으로 가장 많은 건 ‘부’와 관련한 내용이다. ‘주식자산가치가 1,000억 원이 넘는 30~40대 주식부호 52명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최고 주식부자’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사람들 상당수가 이를 퍼날랐다. 경영 능력이나 사회적 영향력, 책임 등에 못지않은 관심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부와 재산이다. 다음으로 많은 평가는 사회공헌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 부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에 거액의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20~30대 직원들과 함께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집행’하는 등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양궁협회 회장과 아시아 양궁 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는 데 대한 긍정적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1970년생으로 44세다. 휘문고를 나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 부회장은 1994년 24세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5년만인 1999년 29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과 종종 ‘3세 경영 맞수’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교해보자. 이 부회장은 1991년 23세 입사해 2001년 33세에 임원 승진, 10년이 걸렸다. 정 부회장이 2배가량 속도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차세대 경영인 전체 평균값과 비교하면 전혀 과속이 아니다. 차세대 경영인은 평균적으로 28.2세에 입사해 32.3세에 임원 승진했다.
아버지 대를 비교해도 삼성가가 좀 더 긴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몽구 회장이 1970년 32세 입사해 3년 뒤인 1973년 35세에 임원 승진한 데 비해 이건희 회장은 1966년 24세에 입사해 1979년 37세에 임원 승진해 13년이 걸렸다. 어쨌든 정의선 부회장도 정몽구 회장에 비해선 좀 더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이 가진 상장사 지분은 기아차 1.74%, 현대차 0.003%, 현대글로비스 31.88% 등으로 약 3조 원에 이른다. 비상장기업 지분은 현대엠코 25.06%, 이노션 40.00%, 현대위스코 57.87%, 현대오토에버 20.10%, 서림개발 100.00% 등 3,868억 원이다. 총 자산가치는 3조 3,868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