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성장속도 늦추는 중국의 ‘신경제’주목해야

WORLD ECONOMY

중국이 성장전략을 바꾸었다. 제조 대국에서 서비스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속도는 더 높이고 있다. 내수 소비를 늘리고 바이오 하이테크 기술산업을 키워 지속 가능한 성장시대를 만들려는 계획이다.
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현재 미국경제의 최대 화두는 테이퍼링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성장둔화가 가장 큰 화두다.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중국도 따라 좋아지는 것이 최근 십 수년간 추세였다. 그런데 그 추세가 깨진 것이다. 대중국 수출이 총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2배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우리로서는 당혹스럽다.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와 정협 즉, 양회에 있다. 지난 3월 13일 양회가 끝났다. 이번 양회는 시진핑-리커창 총리집권 1년을 정리하고 2014년 이후 중국경제의 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중국의 주기적인 돈 가뭄, 성장률 하락, 전국토의 7분의 1에 달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독 스모그 등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번 양회 결과로 미루어 보면 중국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이 성장률에 목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후진타오시대 8% 성장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바오8(保8)’ 정책을 버렸다.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2014년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를 대략 7.5%선으로 잡았다. 서방 언론에서는 2013년과 같은 7.5%를 목표로 잡았다고 보도했지만 중국어로는 7.5% 내외(7.5% 左右)였다. 이는 7.5%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는 ‘구간관리’로 성장률 목표를 바꾼 것이다.

양회 전에 시진핑 주석은 지방성 지도자들과 회의를 갖고 “중국의 GDP 영웅은 죽었다”고 강조했다. 고성장을 하느라 환경을 파괴하고 지방부채를 늘리는 지방성 지도자는 패널티를 받게 하는 평가기준도 만들었다. 그러자 31개성 중 21개성에서 2013년보다 성장률을 낮추어 잡았다.

두 번째는 수출에 목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30년간 지속해온, 수출을 통한 고성장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내수중심으로 간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2014년 수출목표를 GDP 성장률과 비슷한 7.5%로 잡았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세 번째는 전통산업의 구조조정과 환경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심각한 제조업 생산과잉 문제는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기업부실을 가져온 원흉이다. 중국은 현재 22개 산업에서 과잉 생산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철강·시멘트·판유리 산업이 문제다. 이번에 중국정부는 이들 산업에 대해 대대적인 설비감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심각한 대기오염에 대한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당장 소형 석탄 보일러 5만대 폐기, 오염물질 배출차량 600만 대 폐차, 디젤유 품질향상을 내걸었다. 현재 중국 대기오염 유발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연료와 배기가스를 통제함으로써 오염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내 보인 것이다.

우샤오칭(吳曉靑) 중국 환경부 차관은 2015년 말까지 2조5,000억 위안(약 434조 원)을 환경보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투입된 관련 예산 1조6,000억 위안(약 278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올 한 해 동안만 1조7,000억 위안(약 295조 원)이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심각한 스모그 문제 해결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와 원자력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네 번째는 중국식 테이퍼링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9년 30%까지 올라갔던 통화증가율을 13%대까지 낮추었다. 2014년에도 금융개혁을 지속하고 통화증가율은 13%대로 유지하는 대신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정적자를 작년의 1조2,000억 위안에서 2014년에는 1조3,500억 위안으로 늘렸다.

다섯 번째는 신도시화 전략이다. 이번에 시진핑 정부는 ‘3가지 억 명 정책’을 내 놓았다. 농촌인구 1억 명을 도시에 정착시키고, 도시노후주택 1억 채를 개량하고, 중서부지방 인구 1억 명을 근교 중소도시로 이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로 인터넷 및 정보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 보고에서 전통산업의 구조조정대신, 인터넷금융을 발전시켜 오염 없는 정보산업 소비확산을 통한 성장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언급했다. 작년 8월 알리바바그룹 온라인결제 자회사인 즈푸바오(支付寶)가 출시한 P2P 온라인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餘額寶)’가 시중은행 예금 금리 연 3%의 두 배 가까운 수익률(5.9%)을 내자 가입자가 8,000만 명으로 늘었고 예금규모는 5,000억 위안(약 90조 원)까지 늘었다. 상해와 심천거래소에서 주식계좌를 가진 이들이 각각 6,000만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금융산업에 천지가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양회 결과로 보면 중국은 3차 산업이 2차 제조업의 비중을 넘어선 후기 공업화시대에 진입하면서 제조 대국에서 서비스 대국으로 국가 성장전략을 바꾸었다. 그리고 경제성장 속도는 낮추지만 구조조정과 개혁의 속도는 더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시대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화폐정책은 계속 긴축하지만 재정정책을 통해 선별적인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가 2000년대 미국 성장을 이끌었듯이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에도 신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주도산업도 자리를 바꿀 것 같다. 전통적인 강자였던 철강·화학·시멘트·유리 같은 전통산업은 국가의 강한 통제하에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대신, 정보산업과 신에너지·신재료·의료건강·문화·환경산업 등이 새로운 성장 주도산업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전략이 국유기업중심에서 민영기업 중심성장으로, 정책기조는 국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확실히 바뀌었다. 원자재와 중공업, 금융 등이 중심이 된 국유기업이 아니라 소비와 바이오 하이테크기술 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온 것이고, 투자형 사회가 소비형 사회로 탈바 꿈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중국은 과잉투자를 하긴 했지만 교통망과 정보망을 세계 최대로 만들었다. 최근 10년간 중국은 고속도로를 4배, 이동통신망은 6배 늘렸다. 지금 중국은 연간 2,200만 대의 차가 팔리는 세계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이고 12억 3,0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세계최대 이동통신시장이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의 1.4배이고 모바일 가입자 수는 미국의 3.5 배이다. 중국은 유통혁명과 정보혁명이 일어날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자동차와 모바일이 만들 중국의 신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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