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델타항공

델타 다시 날다<BR>Delta Takes Off<BR>올스타 48위

리처드 앤더슨 Richard Anderson CEO가 이끄는 델타 항공사는 국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비즈니스 여행객을 유치하고, 기록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by Shawn tully
Photograph by Jeffrey Milstein


델타 항공 CEO 리처드 앤더슨이 애틀랜타 공항 활주로에 서 있을 때, 그는 이상하리만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화물 담당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마침 그날은 밸런타인 데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델타의 5번째 연례 ‘수익공유의 날(Profit-Sharing Day)’이었다. 바로 모두가 기다리는 회사 기념일이다. 이날은 전국 공항에서 일하는 8만 명가량의 델타 직원 대부분이 약 한 달치 월급을 보너스로 받는다. 애틀랜타의 A 탑승동 외부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마치 하우스 파티 같았다. 항공기 급유 담당 직원들과 터그 tug *역주: 항공기가 출발 준비 시 게이트에서 항공기를 밀어내는 역할을 함를 모는 직원들이 접시에 바비큐를 담고,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소리로 DJ 스핀 DJ spin의 힙합 음악을 들었다. 근처에는 비행기가 잇따라 이착륙을 반복했다.

15분간 악수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후 앤더슨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제임스 F. 마틴 James F. Martin에게 꼼짝없이 붙들리게 됐다. 앤더슨은 올해 40세에 체격이 건장한 베테랑 직원 마틴을 망설임 없이 수화물 보관 담당자로 임명했다. 마틴은 지체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는 “온갖 TV 프로그램에서 우리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데, 그럼 곧 인수된다는 말인가요?”라고 물었다.

앤더슨은 이미 준비된 답변을 했다. 회색 정장에 주황색 안전 조끼를 갖춰 입은 앤더슨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타의 대규모 합병은 이미 끝났다.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항공업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10년까지 10년 동안 소위 네트워크 항공사-아메리칸 American, 유나이티드 United, US 에어웨이 US Airways, 노스웨스트 Northwest, 델타 등 국제선까지 운행하는 대규모 국제 항공사를 의미한다-가 무려 77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2000년대는 콘티넨털 Continental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파산위기에서 회생했다. 상황은 이제 판이하게 달라졌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물결로 항공사 수는 줄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생존 항공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앤더슨과 델타는 2008년 31억 달러에 노스웨스트 항공을 인수하며 인수·합병 흐름을 주도했다. 곧이어 2011년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32억 달러에 콘티넨털 항공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아메리칸 항공사가 US 에어웨이를 1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생존한 3개의 네트워크 항공사-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델타-가 국내 여행객의 53%를 운송하며, 댈러스 포트 워스 Dallas-Fort Worth(아메리칸), 시카고(유나이티드), 애틀랜타(델타) 같은 대규모 국제공항에서 고객들을 실어 나른다. 2007년에는 이 세 항공사의 총 점유율이 37%에 불과했다.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Southwest 항공 역시 최근 에어트랜 AirTran 항공을 인수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는 레저 관광객을 위한 국내선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항공업계의 대부분은 네트워크 항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합병 후 현재까지 항공업계의 승리자는 델타였다. 라이벌 기업도 크기와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에 탄력을 받겠지만, 델타가 달성한 실적을 내려면 더욱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업 수익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2013년 델타의 매출은 378억 달러로, 아메리칸과 US에어웨이의 합산 매출 403억 달러 및 유나이티드와 콘티넨털의 383억 달러보다 적다. 그러나 델타는 무려 27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면서 업계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비해 아메리칸과 US 에어웨이는 작년에 총 21억 5,000만 달러, 유나이티드는 11억 달러의 수익을 달성했다. 주식과 부채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한 델타의 투자자본수익률은 15%로 업계 1위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도 넘어섰다. 델타는 탄탄한 수익을 바탕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 48위를 차지했다. 항공업계에서는 1위였다.

앤더슨은 델타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에 희망을 줬다. 네트워크 항공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방법을 드디어 알아냈기 때문이다. 버진 애틀랜틱 Virgin Atlantic 사장 리처드 브랜슨 경 Sir Richard Branson 은 “항공사에는 언제나 대규모 영업손실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라고 말한다. “앤더슨은 그 끔찍한 요요현상이 더는 반복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물론 다른 항공사와 운영자에 대해서도 이 같은 평가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업계의 구조적 변화 덕분에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인수·합병 후 승객들에 대한 전망은 그렇게 장밋빛은 아니다. 업계 리더들이 항공사가 ‘이성적’이고 ‘철저하게’ 운영되도록 새 단장 했다고 말하면, 이는 사실 항공료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 오리건 Oregon에 위치한 포틀랜드 Portland 대학의 회계학 교수 리처드 그리타 Richard Gritta는 “항공사는 연속적인 여행(seamless travel) *역주: 다른 목적지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금전 및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과 상용 고객을 위한 추가 마일리지 등의 서비스을 내세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를 기다리는 것은 비싼 요금, 좁아진 다리 공간 및 혼잡한 객실이다.” 항공업계는 “항공사의 규모 확대로 승객들을 전 세계 어디든 더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CEO들은 또 “항공사의 수익 구조가 탄탄해지면 파업에 대한 취약성도 줄어 승객 편의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앤더슨은 델타에서 노사관계를 최우선순위로 여긴다. 그가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원인은 업계 대비 훨씬 높은 임금과 이익공유제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원들의 마음을 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노동조합 결성을 미연에 막아 네트워크 항공사 중 유일하게 노조가 없는 항공사가 됐다. 행복한 일터가 효율도 크게 마련이다. 델타는 정시 출발, 비행 취소 및 수화물 분실 면에서 항공사 중 최고점을 받았다.

사내에서 화합이 잘 이뤄졌기 때문에 앤더슨은 수익 강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 58세로 임기 7년 차에 접어든 앤더슨-한때 검사였으며 보건의료 기업 CEO를 역임했다-은 그의 항공사가 월가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척도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는 “델타가 다른 항공사와 비교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대신 수익성이 매우 높은 운송 회사 못지않게 매년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마침 그에게는 목표 달성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다.


2월 말 앤더슨은 델타의 상용 고객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항공사는 티켓 가격이 아니라 여행거리를 기반으로 마일리지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 델타는 스카이마일스 SkyMiles *역주: 델타의 상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 고객에게 티켓 가격을 기반으로 혜택을 줄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높은 티켓 값을 내며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 여행객이 현재 혜택의 5배나 되는 혜택을 받게 된다. 이렇게 앤더슨은 전략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델타가 두 라이벌 기업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 중 단 하나일 뿐이다. 그의 항공기 관리법을 생각해보라. 라이벌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형 항공기를 대신할 차세대 모델을 구입할 때, 앤더슨은 중고 항공기를 사서 개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중고 항공기는 신모델보다 제트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한다. 델타는 매년 총 운영비의 33%-연간 약 115억 달러에 이른다-를 들쭉날쭉한 연료비용에 사용함으로써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앤더슨은 2012년 또 하나의 놀라운 행보를 보인다.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필라델피아 근교에 운영이 중단된 필립스 66 Phillips 66 정유시설을 매입해 개조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양면성을 띤다. 정유시설 자체는 지난해 1억 1,600달러의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제트연료 공급 확대로 또한 그 정도 금액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앤더슨의 업무 방식은 세부 기술에 대한 장인정신과 파격적인 행보-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철도 노동자와 병원 접수원의 아들로 태어나 갤버스턴 Galveston에서 자랐다. 휴스턴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생이 됐다. 그러나 마음 편한 대학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3학년 말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삶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생활 외에도 배관공 보조로 일하면서 여동생 둘을 부양했다. 그는 이후 휴스턴 지방검사 사무실에서 정규직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사우스 텍사스 법대(South Texas College of Law) 야간과정에 다녔다. 1982년 대학 졸업 후 그는 지방 검사 보조로 일했다. 앤더슨은 항상 서민적인 생활태도를 유지해왔다. 그와 아내 수전 Susan은 애틀랜타 외곽지역의 소박한 집에서 살고 있다. 키 186cm 정도의 앤더슨은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이코노미석만 고집한다.

앤더슨은 우연히 알게 된 지인 덕분에 항공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앤더슨이 휴스턴에 거주할 때, 옆 집에 당시 파산한 콘티넨털의 법률 자문위원 벤 허스트 Ben Hirst가 살았다. 1985년 허스트는 젊은 지방 검사 보조 앤더슨을 설득해 콘티넨털 법무팀에 합류하도록 했다. 머지않아 앤더슨은 비극의 순간에서 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1987년 11월 15일 덴버 Denver에서 콘티넨털 항공기가 추락해 승객 28명이 사망했다. 허스트는 앤더슨을 현장에 보냈고, 그는 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을 다루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올해 69세의 허스트는 “정말 감동스러웠던 것은 그가 한편으로 기술문제에 신경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허스트는 현재 델타의 법률 자문위원이다.

1990년 앤더슨은 그의 멘토 허스트를 따라 노스웨스트에 입사했다. 당시 노스웨스트는 인수 전문가 앨 체키 Al Checchi와 그레이 윌슨 Gray Wilson의 통제하에 있는 허접한 회사에 불과했다. 노스웨스트는 앤더슨이 더 큰 업무에 도전하기 완벽한 곳이었다. 앤더슨은 노사관계 및 정부사업 및 시설 관리를 담당했고, 디트로이트 Detroit에서 12억 달러가 투입된 최신식 터미널 공사를 감독했다. 현재 이 터미널은 델타 항공기가 태평양 노선으로 가는 주요 관문이 됐다. 1997년 그에게 큰 행운이 찾아왔다. 기술 운영 책임자에 올라 노스웨스트 항공기의 모든 수리 및 업그레이드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 그는 엔진 및 연료 펌프 지식이 엔지니어 수준에 달할 때까지 쉼 없이 공부했다.

앤더슨은 2001년 초 노스웨스트의 CEO에 선임됐다. 그러나 머지않아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9·11 테러와 걸프 전쟁으로 석유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항공업계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다음 3년 동안 앤더슨은 직원 1만 7,000명을 해고하고,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감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다.

그래서 그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2004년 노스웨스트를 떠나 보험 대기업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UnitedHealth Group에 CEO가 아닌 일반 경영인으로 합류했다(연간 400만 달러에 달했던 보수는 훨씬 좋았다). 그러나 유나이티드헬스도 머지않아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CEO 윌리엄 맥과이어 William McGuire가 스톡옵션을 주가가 낮은 날로 소급해 받았다는 혐의에 휘말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앤더슨은 그에게 스톡옵션을 환수하는 어려운 일을 맡았다.

2007년 중순 앤더슨은 항공사 운영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당시 파산에서 회생하고 있던 델타 항공사의 CEO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는 지체없이 기회를 잡았다. 앤더슨이 당시 델타에 대해 낙관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델타가 유럽 사업부 확장에 나섰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또 델타가 파산기간에 상당량의 부채를 줄이고, 노사관계-근로자와 임원진은 의기투합해 US 에어웨이의 인수시도를 막아냈다-를 개선했다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 노사관계 개선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은 델타의 사장 에드 바스티안 Ed Bastian이었다. 그는 여전히 앤더슨 밑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앤더슨의 후계자가 될 예정이다.

앤더슨은 큰 포부와 함께 델타에 돌아왔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회사를 바로잡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전략적 틀을 정했다. 첫째는 국내 항공사와 대규모 합병을 하거나 외국 항공사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회사 규모와 범위를 크게 확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좋은 노사관계를 유지해 파업을 피하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델타와 같은 날 파산에서 벗어난 노스웨스트 합병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앤더슨이 과거에 일했던 노스웨스트는 델타가 갖지 못한 뛰어난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었다. 그러나 앤더슨은 이 계약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델타의 문화와 관행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스웨스트 근로자들은 거의 모두 노조에 가입돼있고, 몸집이 커진 노조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델타 근로자들까지 포섭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앤더슨은 “델타 직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근로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델타는 자사의 임금수준이 여타 항공사 노조가 요구하는 금액보다 높고, 승무원과 기술자들이 더 오래 근무하고 많은 임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업무 규정도 유연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익공유제-기업의 수익이 20억 달러 이하면 근로자들에게 총 수익의 10%, 20억 달러 이상이면 20%를 제공한다-라는 관대한 정책 역시 앤더슨의 선의를 잘 보여준다. 2010년 승무원, 기술자, 기상학자 및 다른 분야의 직원 5만 명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아홉 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모두 경영진이 승리했다. 델타는 1만 7,000명에 달하는 노스웨스트 직원 대부분을 한 번에 노조에서 탈퇴시켰다.

앤더슨은 직원과의 관계 강화뿐 아니라 최소 자본으로 최대 수익을 내는 데도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항공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에 들어가는 비용(capital-on-wings), 즉 항공기관리다. 이 때문에 델타는 앤더슨의 지휘 아래 중고 항공기를 구입하고, 기존 항공기를 개조함으로써 자본 지출 및 부채를 삭감하고 있다.

델타는 국내 및 국외 주요 노선에서 700개의 항공기를 운행한다. 그중 절반 정도는 상대적으로 신모델이기 때문에 약간의 개조만 필요하다. 다른 항공사라면 눈물을 머금고 나머지 350대를 모두 새로 구입 했을 것이다. 델타의 추산에 따르면, 그럴 경우 비용은 220억 달러가 넘는다. 앤더슨은 그 대신 오래된 비행기를 개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기내 통로가 하나인 내로 보디 narrow-body 49대를 10년도 더 된 MD90기종으로 교체했다. 냇 피퍼 Nat Pieper 항공기 전략 책임자는 “MD90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샅샅이 뒤졌다”고 말한다. MD90을 구매하고 고치는 데는 1,000만~1,300만 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비해 신모델 747기종을 사려면 4,000만 달러나 든다. 델타는 국제선용 기내 통로 2개 이상의 와이드 보디 wide-body는 단 한 대도 사지 않았다. 대신 국제선용 항공기 145대 모두 내부 기계를 교체하고 수리했다. 단 100대만 신모델로 바꿨을 뿐이다. 모두 국내선용이다. 델타는 향후 4년간 항공기 업그레이드에 단 110억 달러만 투자할 계획이다. 전부 신모델로 구입할 경우 드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접근 방식이 지금까지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때문에 델타가 라이벌 기업은 겪지 않을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의 경쟁사들은 중고 항공기 전략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앤더슨의 전략이 분명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타 항공사의 최고경영자는 “델타 항공기는 평균 17년이나 됐다. 너무 낙후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유지·관리비도 늘고 곧 자본지출도 증가한다. 델타는 실적이 좋아 보이게 하려고 자본지출을 미루는 것뿐이다.” 앤더슨은 오래된 항공기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신형 중고 항공기로 교체함으로써 비용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방법이 신형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면서 많은 돈을 쓰고도, 출시 첫 몇 년간 기술적 문제에 봉착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앤더슨의 가장 큰 목표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델타의 허브공항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항공사 전문 투자자문기업 아이오노스피어 캐피털 Ionosphere Capital의 반 코들 Vaughn Cordle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라구아디아 LaGuardia 및 미니애폴리스 Minneapolis가 중심을 이루는 델타의 허브공항 포트폴리오는 어떤 항공사보다도 뛰어난 수익성을 보장한다. 애틀랜타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이다. 델타는 이곳에서 매일 2,000편의 비행을 하고, 피크 타임에는 교통량의 80%를 차지한다. 델타가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9%, 미니애폴리스에서는 77%에 달한다. 유나이티드가 자사 허브공항에서 차지하는 교통량은 평균적으로 델타보다 약간 적고, 아메리칸의 비중은 실제로 약간 높다.

그러나 델타는 다른 항공사보다도 자사 허브공항을 가장 잘 활용함으로써 높은 티켓 값을 지불하는 비즈니스 승객을 유치하고 있다. 가격 결정력의 핵심은 항공사가 ‘도시 결합(city pair)’에서 가장 많은 교통량을 확보하는 데 있다. 도시 결합이란 허브공항과 목적지 사이의 비행 편을 말한다. 델타는 애틀랜타에서 미니애폴리스로 가는 좌석의 80%를 차지하고, 애틀랜타에서 뉴욕 라구아디아까지는 67%를 차지한다. 코들은 “이를 보면 델타의 마일 당 항공료, 즉 매출 프리미엄(revenue premium)이 왜 업계에서 가장 높은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앤더슨은 또 수익성이 점차 증가하는 국제 항공시장에서 델타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해외 항공사 및 미국 네트워크 항공사와의 동맹으로 애틀랜타와 태평양 상공에 사실상 과점이 형성되고 있다. 각각의 네트워크 항공사는 해외 주요 항공사들과 독점금지 제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메리칸은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및 JAL일본항공과 협약을 체결했고, 유나이티드는 독일의 루프트한자 Lufthansa 및 전일본항공(All-Nippo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델타는 에어 프랑스 Air France, KLM 네덜란드 항공 및 알이탈리아 Alitalia 항공과 협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델타와 에어 프랑스는 노동력 통합에 드는 수고 없이 ‘가상 합병’을 했다. 이를 통해 두 항공사의 노선을 이용하는 항공기에 빈 좌석이 있으면, 함께 비행 편을 줄일 수 있다. 승객 수용량을 함께 관리함으로써 수익성이 대폭 상승했다. 델타의 미국 공항과 프랑스, 네덜란드 및 이탈리아 도시를 오가는 비행 편 덕분에 델타와 파트너사는 12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고 두 자릿수 마진을 남겼다.

동맹 항공사들은 다양한 국제선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가격 결정력은 4, 5개 업체가 아닌 2개의 경쟁업체가 함께 협력할 때 훨씬 더 커진다. 델타와 버진 애틀랜틱의 협정이 좋은 예다. 이 두 회사는 최근 반독점 면제를 받았다. 대서양횡단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기 위해 델타는 14억 달러를 투자해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 4번 터미널을 개조하고 확장했다. 최근까지 델타는 비즈니스 승객에게는 세계 최고의 국제선인 J.F.K.에서 런던의 히스로 Heathrow까지 가는 국제선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2009년 버진 애틀랜틱 Virgin Atlantic, 영국항공, 아메리칸 및 델타는 모두 그 국제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2010년 영국항공과 아메리칸은 운영 합병을 통해 그 항공편을 독점했다. 그러나 이제 델타는 J.F.K.에서 히스로까지의 항공편을 두 배 이상 늘려 과거 3편에서 이제 매일 7편을 운행한다. 하루아침에 델타의 시장 점유율은 두 배로 뛰어 37%가 됐다. 아메리칸-영국항공과 델타-버진이 그 노선의 총 90%를 차지한다.

주요 국제도시로 가는 비행편을 자주 배치하면 기업 계약을 체결하는 데 매우 쉬워져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기업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해주는 한두 개 정도의 항공사와 거래하고 싶어한다. 2년 전까지 델타는 뉴욕 주에서 점유율이 낮았기 때문에 큰 불이익을 당했다. 앤더슨은 뉴욕을 대규모 국내공항이자 해외로 나가는 진입문으로 만들어 기업 고객들에게 풀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CEO가 되자마자 항공기 관련 투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투자를 J.F.K.와 라구아디아를 확장하는 데 쏟아부었다.

그의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다. 델타는 현재 라구아디아를 오가는 승객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뉴욕의 항공사-기업 거래에서 델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 내 28%에서 37%로 급성장했다. 작년에 델타는 대규모 금융서비스업체- 뉴욕 비즈니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와는 거의 거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델타는 시티그룹 Citigroup, J.P. 모건 체이스 J.P. Morgan Chase,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 등 거대 은행 및 중개업체와의 거래에서 1~2위를 차지한다.

앤더슨은 모든 일이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델타의 힘든 시기는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할 것이다. 애틀랜타의 활주로에서 앤더슨은 수화물 담당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익공유 금액을 더 늘릴 예정이네.” 수화물 보관 담당자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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