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카카오 증권,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SNS 마케팅 따라잡기

지난 2월 카카오 증권 정보 공유 앱이 첫선을 보였다. ‘증권 플러스’란 타이틀을 내걸고 카카오톡 전용 앱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증권업계는 마케팅 및 콘텐츠 제휴 등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증권 정보 앱은 많았지만 모바일 메신저와 연동된 증권 정보 공유 앱은 처음이다.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격상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의 증권 정보 앱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알아본다.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증권 플러스의 핵심은 투자자의 관심종목 공유다. 투자자들이 ‘관종’이라고 줄여 부르는 관심 종목은 자신이 매수했거나 향후 추이를 보며 매수할 의사를 갖고 있는 종목이다. 최근 매도했던 종목 또한 포함된다.

카카오톡 친구들 중 선택한 친구들과 서로의 관심종목을 나누면서 의견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 앱의 초기화면은 관심종목이다.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1,800여 개 종목 중에서 ‘내 친구’와 ‘고수’가 선택한 소수 종목을 보고 내 관심 종목에 편입할 수 있다. 매수 종목과 수익률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기 증권 계좌를 공개하기는 꺼려도 관심 종목을 공유하는 데 큰 거부반응은 없다.

증권 플러스는 관심 종목 공유 외에는 간단한 정보만 제공한다. 주식 시장의 개괄적인 실시간 시세, 호가창· 차트· 뉴스 ·투자자· 기업분석 등 종목별 정보 등은 일반 증권사의 HTS에 비해 메뉴도 부족하고 정보도 부실한 편이다. 초기 버전이라 서버 용량도 달리고 에러도 자주 난다. 관심 종목의 원하는 가격대를 사전에 설정해 놓으면 사인을 보내주는 알림 기능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증권 플러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주식 투자란 분야에 소셜 네트워킹을 접목하는 시도와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대다수가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 톡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친구들과 손쉽게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옥석을 골라내는 이른바 ‘큐레이션’ 기능의 확장은 무궁무진하다.

모의 투자 전략도 공유할 수 있다. 대부분 증권사의 HTS에서 가능한 모의 투자 메뉴를 추가한다면 관심종목 이상의 투자 전략을 나눌 수 있다.(2013년 8월호 SNS마케팅 따라잡기 10회 ‘주식과 소셜이 만나면’ 참조)

증권사가 제공하는 모의 투자 메뉴는 투자자 자신 외에는 볼 수 없다. 모의 투자 대회나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참여하는 수익률 대회 형식을 빌려 제한된 공유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나대투증권이 MTS에서 WOWTV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마추’(주간수익률알아맞추기)는 MTS 다운로드 회원을 늘리기 위한 이벤트 그 이상의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추천 리포트의 종목별 수익률 순위도 매기고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간접 투자자를 위해 투신이나 증권사의 펀드 수익률 순위도 실시간으로 공개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 2014에서 조만간 시중 은행과 제휴, 송금을 포함한 금융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송금서비스가 열린다면 증권 플러스는 소셜 증권 정보 앱에서 소셜 증권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증권사나 온라인 증권사들이 넘볼 수 없는 소셜 네트워킹과 소셜 정보를 무기로 여러 증권사의 주식 매매를 대행해주는 메타 증권사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소셜 증권사로 홀로 서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2000년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이 500억 원의 초기 자본금과 다우기술의 IT기술력 그리고 주식 투자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HTS를 바탕으로 설립되었다면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반으로 한 소셜 증권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위에서 열거한 시나리오대로 소셜 증권사가 생긴다면 증권업계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판도가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증권업계의 수익모델 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소셜 증권 정보 앱이 침체일로에 있는 주식 시장의 활성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위탁매매 비중이 아직도 높다.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비중은 2012년 44.2%로 미국(21.6%)과 일본(25.7%) 등 주요 선진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

지난해 증권사 순이익 순위를 봐도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위탁매매 강자인 대우증권은 1위(2012년도)에서 8위로 내려앉았고 대신증권과 현대증권도 하락추세다.

온라인 증권사 탄생 이후 파격적인 거래 수수료가 업계에 충격을 준 데 이어 모바일 주식 거래는 제로베이스가 판을 치는 마당에 소셜 증권사가 나온다면 거래 수수료가 기반인 위탁 매매업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모델 목록에서 빠질지도 모른다.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와 거래대금 증가(수수료는 거래대금 기준)가 중요한 증권사와의 괴리도 줄어들고 잦은 단타로 고객을 울리는 현상도 사라질지 모른다.

증권 방송이나 증권 포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심 종목이나 모의 투자 전략 정보의 공유 등 소셜 증권 정보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형이다. 증권 방송의 주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문 애널리스트들도 적절한 모티브만 주어진다면 소셜 증권 정보 앱과 활동 무대를 병행하거나 옮길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이토마토 등 증권 방송의 짭짤한 수익원이었던 전문가 추천 플랫폼 수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문가 추천 플랫폼 수익이란 증권 방송이 전문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유료 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며 받는 회비 분배 수익이다.

소셜 증권 정보 앱처럼 모바일 메신저와 SNS는 투자자의 정보 습득 패턴과 양식을 바꿔놓는다. 그로 인해 기존 증권업계와 증권 방송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직원 55명인 왓츠앱이 페이스북에 20조 원에 팔리고 라인의 네이버가 국내 시가총액 5위에 오른 근거다.

모바일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한 SNS는 아직 첫 걸음마 단계다. 무주공산인 셈이다. 기존 오프라인이나 PC버전에서 실현이 어려웠던 서비스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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