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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2년 만에 법정단체 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CLOSER LOOK] 설립 22년 만에 법정단체 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가 올해 법정단체 지위를 얻는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훈풍에 힘입어 영향력이 커진 결과다. 하지만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중견련은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견기업 특별법)’이 의결되자 방청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의결 과정을 지켜보던 중견련 회장단은 손을 맞잡으며 감격해 했다. 의결된 중견기업 특별법에는 평소 중견련의 숙원사업이었던 초기 중견기업 금융 지원 및 가업승계 지원 등의 내용 외에 중견련을 법정단체화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중견련은 1992년 설립 이후 22년 만인 올해 6월에서 7월 중 법정단체로 전환하게 된다.

설립 22년 만에 법정단체 승인받아

중견련은 중견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단체다. 중견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나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등과 성격이 같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면서도 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 5조 원 이상)에 소속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공공기관이나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위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제외된다.

중견련은 1992년 ‘한국경제인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5년 통상산업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고, 1998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故)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이 초대 회장을 지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위치한 기업’이라는 막연한 개념으로는 오래전부터 종종 언론에 이름을 올리곤 했지만, 실제 법적 정의가 내려진 건 2011년 산업발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산업발전법 10조 2항에서는 중견기업의 요건을 설명하며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지원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지 않다 보니 의원 발의도 뒤따라주질 못했다. 중견기업은 산업발전법 제정 이후에도 실제로는 대기업 수준의 규제를 받았다.

창조경제 훈풍에 영향력 커져

중견기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중견기업이 전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8%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전체 고용의 8.8%, 총수출의 12.8%, 총 매출의 16.2%를 중견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미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이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 비해 창조경제 실현 도구로서 적격인 셈이다.

지난해 중견련 회장으로 취임한 강호갑 회장의 튀는 행동들도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끄는 데 일조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발표에 반발해 취임도 하기 전에 동반성장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강 회장은 또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하는가 하면 정부의 미흡한 가업승계 대책에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정부가 기업들 다 가져 가라’는 등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아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정부의 창조경제 화두와 중견련의 활발한 대내외 활동이 맞물리면서 중견련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매스컴이나 언론 출연 빈도도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이 점점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강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게 특히 주효했다. 회장의 경제사절단 활동은 중견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견기업인 청와대 오찬간담회가 열려 강 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했다.

대통령과 중견련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도 중견기업 챙기기에 발 벗고 나섰다. 장관과 청장이 직접 중견련을 방문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도 중견기업들의 ‘신발 속 돌멩이’가 무엇인지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7명의 국회의원들이 중견기업 관련 제도 개선 법안을 발의했다.

회원사 확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위상이 일취월장한 중견련이지만 앞으로의 숙제도 만만찮다. 다른 경제단체들과의 소통에도 빨간불이 켜져 있고, 세 불리기에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중견련에 중견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아무리 법정단체의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견련은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발표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사업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견련은 같은 해 9월 정부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놓고도 중기중앙회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더니 11월에는 중소기업 범위 지정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중기중앙회와의 마찰은 중견련으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다.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들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과의 잡음도 신경 쓰이는 문제다. 중기중앙회와의 갈등이야 태생적인 문제라 치더라도 전경련과는 그동안 상당수 정부정책에 목소리를 같이하며 동지의식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강 회장을 두고 일각에서 ‘전경련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언제까지나 동지일 줄 알았던 둘의 관계는 지난 2월 전경련이 중견련회원사로 등록된 몇 기업을 전경련 회원사로 받아들이면서 금이 갔다. 전경련은 “업계별로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도 중견기업들을 회원사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견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회원사들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3월 350여 개였던 중견련 등록 회원사는 현재 460여 개까지 늘어났다. 30% 이상이 늘었으니 고무될 법도 하다.

하지만 제반 여건을 살펴보면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2011년 1,422개에서 2012년 2,505개로 급팽창했다. 무려 76.2%나 늘어난 수치다. 관계기업 포함 시 2012년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3,436개까지 늘어난다. 2013년 중견기업 현황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강 회장은 지난해 초 ‘연말까지 회원사를 1,004개까지 늘릴 것’이라 수차례 밝혀왔으나 원래 계획의 절반도 채우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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